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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 엿보기-2...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제 정책

김영석 칼럼 | 기사입력 2019/12/17 [13:20]

2020 미국 대선 엿보기-2...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제 정책

김영석 칼럼 | 입력 : 2019/12/17 [13:20]
2020 미국 대선, 중국을 제물 삼아 양당은 격돌할 것이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제 정책

내년에 치르게 될 대선에서 거론될 최대 쟁점 이슈를 꼽으라면 역시나 경제, 안보 그리고 민생 세 가지다. 모든 나라의 선거 특히 나라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선거가 그렇듯이 이 세 가지 이슈는 항상 초미의 관심사로 다루어지는 것이라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이슈 중에서도 경제와 안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떨어뜨리려면 상대 진영에서는 반드시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략하여 흠집을 내고 자질론으로 시비를 걸어야 한다.

과반수 이상의 유권자와 이웃 나라의 보통 시민들은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행각을 지난 3년간 신물 나게 보았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을 평가하라면 주저 없이 낙제 점수를 매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치와는 다르게 이 세 가지 과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평가 점수는 아무리 야박하게 매겨도 B- 다. 이것이 단지 필자의 주관이 앞선 추측이라면 좋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각종 설문 조사를 통해 얻어진 답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은 이전 전임자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도 않을뿐더러 크게 다른 것도 없다. 고도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국정전반임을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을 크게 의심할 만한 구석은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탄핵정국만 보더라도 아직까지 결정적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마치 경제과목에서 받은 높은 점수 덕분에 낙제를 간신히 면한 다른 과목의 낮은 점수가 가려지는 듯한 형국이다. 조만간 학자들은 트럼프를 ‘경제대통령'으로 규정짓지 않을까 할 만큼 지난 3 년간 경제 분야에서 거둔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유난히 트럼프에게 야박한 점수를 매기는 주류 언론의 편파적 보도 탓에 반 트럼프 진영에 속한 과반수의 유권자가 스스로 정보를 제한하는데 익숙해졌지만 사적인 존재로서의 트럼프와 공적인 존재로서의 트럼프를 구분해 보는 것이 다가오는 미국 대선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펼쳐 보이고 있는 정책은 미국의 초강대국의 지위가 위태로운 수준으로 전락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그의 재임 기간 중에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초석을 쌓는 것이다. 이제는 ‘트럼프 독트린’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내용이 채워지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서 미국의 교만함의 극치를 보게 되지만 미국이 구사할 수 있는 방법도 달리 없어 보인다. 경제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챙겨야 할 최우선 과제다. 경제적 안정 즉 한 세기 동안 달러로 구축한 세계 패권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군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언제나 잠재적 위협 군으로 분류되지만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두나라는 해마다 막대한 양의 금을 사들임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위협한다. 경제가 특히 국내 경제가 안정되어야 군비경쟁에서 앞서기도 하고 외교에서 힘을 발휘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민생문제는 다소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기후나 환경이슈는 관심 밖이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당연히 호불호는 크게 둘로 나뉘었고, 반대 진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그러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는 쪽의 입장이 단 한 번도 변질되거나 후퇴한 적이 없었다. 고정불변에 가까운 절대적 법칙처럼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가 주창하는 극우적 정책을 지지한다. 과반수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유권자가 확고하게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으니 현 행정부에 합리적 추론과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미국 안팎의 경제전문가와 경영 일선의 종사자 다수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매우 어리석다고 비판한다. 결국 자국(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끼치게 될 것이며, 지구촌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편협한 발상이라며 맹비난을 퍼붓는다. 무역분쟁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요동치는 주가의 반응만 봐도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미국 유권자의 생각도 같을까? 유감스럽게도 평범한 미국인의 이해력 수준은 한참 낮다. OECD 국가의 평균치 이하를 밑도는 이유는 지식수준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기적이고 편협한 세계관 때문이기도 하다. 평범한 미국인의 대다수는 아직도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다른 나라는 종속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선도적 국가 국민이라며 가져야 할 책임성과 도덕적 소양은 갖추지 못한 채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만 집착하고 급급할 뿐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중국에 대한 관점 변화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나라들은 중국을 업신여기고 더 이상 위협적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이 때 각인된 중국인에 대한 선입관 즉 미개하고 봉건적이고 등등의 이미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으로 잠시 반짝거리는듯했으나 냉전시기의 중국은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죽의 장막'으로 불렸을 만큼 외부에 철저히 가려진 알 수 없는 나라였다. 1970년들어서며 중국과의 수교를 서둘렀던 이유는 오로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개혁, 개방으로 세계 시장에 편입되었을 때에도 미국인은 중국을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하청 업자 정도로만 취급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술을 축적한 중국의 잠재적 경제력이 떠오르면서 제국주의적 마인드에서 벗어난 적 없는 미국인은 비로소 애증의 감정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빠르게 사라졌고, 실질적 위협을 제공하는 적국으로, 경제적 부를 가로채는 경쟁국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냉전시기 소련을 대하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작금의 사태를 두고 ‘신냉전'으로 규정했을까. 미국과의 교역규모를 비교하며 경제대국으로서 중국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인의 자존심은 상처를 받았다. 항목별로 중국과 비교되는 것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미국인이 선택한 방식은 여전히 제국주의적이다. 중국 굴기를 저지하려면 경제를 망가뜨려야 한다. 경제적 위기가 곧 국가적 위기로 이어진다.경제적 난관을 조성하면 지역 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가져오고, 지역 간의 갈등은 곧 중국이 사분오열되는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다. 중국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는 위력적 행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동안 공생관계나 다름없던 미중간의 밀월의 시대는 이미 종말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언론의 기능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미국의 유권자는 미디어가 선전하는대로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이미 넘어섰다며 불안해한다. 트럼프의 결단으로 시작된 중국에 대한 관세정책으로 미국의 경제력이 곧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강대국의 길목에 들어서려는 중국의 숨통을 이 참에 끊어놓지 않는다면 미국이 도리어 사활적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미국인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공포감은 이전시기 일본이나 독일에게 가졌던 것이 우려감 정도였다면 미국인이 현재 마주한 현실은 초초한 불안감이다. 국가재정의 만성적 적자, 낡고 방치된 기간 시설, 제조업의, OECD 최저 수준에 머물러있는 낙후한 교육환경, 힘에 부치는 군비경쟁 등등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인의 자존심은 연일 추락하고 있다. 붕괴 직전의 사회보장제도와 좀처럼 정답을 찾을 수없는 의료보험제도, 그리고 갈수록 크게 벌어지는 계층 간의 소득격차는 덤으로 찾아오는 고민거리다. 제국의 몰락을 진단할 때 거론되는 모든 조건이 망라되는 현실 앞에 미국인이 느끼는 좌절감이 트럼프 정책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중국과의 관계, 유럽 동맹국의 관계 그리고 군사적으로 맺어진 동맹국가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듯하다. 미국이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겹겹이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고 필요하다면 심장과 혈관도 교체해야 한다고 공감하지 않았을까. 지금 미국은 리 포맷 단계로 들어섰고 엔터키를 세차게 두드린 장본인은 트럼프다. 위기에서 국가를 구해줄 인물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의 판단이 시기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서는 이유다. 현 시기 미국이 요구하는 대통령은 실리를 앞세우고 전쟁터로 달려가는 싸움꾼이다. 싸움만 잘하면 야바위꾼이라도 상관없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이 재계와 외교가를 지배한다. 냉전시대에 조력자로서 성의를 보였던 동맹국과의 관계마저도 재고하겠다며 강공책을 예고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 당리당략에 따라 민주당은 점잖게 충고할 뿐 짐짓 뒷짐 지고 관망한다. 중국과의 대결로 경제가 반토막 난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심산인 듯하다.

유권자 심리라는 것이 선거철이 다가오면 감춰졌던 보수성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게 마련인데, 다가오는 대선에서 미국의 유권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보수성을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 촉발된 대불황으로 심적 물적 고통을 겪어봤던 유권자다. 만약 지금까지도 긴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져 있겠지만, 지금 유권자의 주머니는 여유가 느껴진다. 실업자는 눈에 띄게 줄었고 임금 수준도 안정적이며, 경기는 체감할 정도로 좋아졌다. 유권자의 머릿속에는 최소한 현상유지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안보 불안감마저도 사라진다면 미국은 다시 살기 좋은 낙원이 된다.

12월 4분기를 마치며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지구 상에서 오로지 미국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지표도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고 안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이 인상적이다. 실업률 3.5%는 완전고용에 가깝다. 소비심리도 십 년 만에 만개한 듯하다. 연말을 맞이한 미국인 소비 예측 비용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여줬다. 올해 미국인이 크리스마스에 선물 구입에 지출할 금액이 평균 $942 달러로 조사됐다. 2008년 이전의 수준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2007년 $902 달러) 평균치보다 놀라운 것은 소비심리의 기대치다. 37%의 응답자가 $1000 이상으로 선물값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소비의 폭도 늘어나고 소비의 질도 향상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외적이기는 하나 주목할 만한 뉴스가 미국인의 소비심리를 반영한다. 아마존닷컴의 물류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관심을 끌었다. 추수감사절 이후 폭증하는 주문 때문에 2-3일 배송을 철칙처럼 지켜오던 아마존의 정책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문자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는 불편한(?) 뉴스였다.

유권자의 절반을 웃도는 반 트럼프 진영의 맹목적 지지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가 운전하는 미국의 경제는 탄탄한 토대에 올라섰다.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는 세계경제 폭망론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대부분은 적어도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반대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누가 봐도 단기처방에 불과한 트럼프 노믹스의 허점을 몰라서 그럴까? 앞으로 진행될 대선 일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제정책의 허와 실을 가려보기 위한 치열한 논쟁이 동반된다. 과연 유권자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3편에 계속)

<김영석: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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