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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4...백인의 이해만 반영되는 대통령 선거

김영석 칼럼 | 기사입력 2019/12/19 [00:14]

2020년 미국 대선-4...백인의 이해만 반영되는 대통령 선거

김영석 칼럼 | 입력 : 2019/12/19 [00:14]

백인의 이해만 반영되는 대통령 선거

가장 권위 있는 여론 조사 기관을 꼽으라면 <갤럽 Gallup>이 아닐까. 최근 갤럽의 누리집에는 핫토픽이라는 항목이 새로 만들어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이슈 중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몇 가지를 추려 유권자의 동향을 조사한 것인데 그 의도가 2020년 대선에 집중되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선에서 항상 거론되는 이슈인 총기 관련 법안과 이민 그리고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무역분쟁, 페이스북 등등의 이슈가 다가오는 대선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갤롭'만 잘 들여다 봐도 대선의 판도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굳이 전문가의 예측이나 분석 따위가 굳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갤럽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얻게 되는 결론이다. 유권자의 변화를 시시각각 분석하고 근소한 오차범위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갤럽이 중요하게 다루는 것중에 하나가 유권자의 동향 변화인데 특히 백인 유권자의 동향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아마도 트럼프와 겹쳐지는 이미지가 ‘백인우월주의’라 더욱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을 빌어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단도직입적으로 거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언행은 중산층 이하의 백인을 겨냥한 것이다. 그의 언행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추론은 상당한 노력의 결과물 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듯이 그는 소위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2세로 상류층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정치인 이전의 트럼프의 행적이 그러했다. 그런데 2016년 대선때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굳이 몸을 낮춰 저속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백인 남성 역을 자처한 한 것은 바로 그곳에 표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술 더 떠서 그의 표심은 더욱 아래로 향하고 있다. 점잖은 사람들은 그의 너절한 언행을 줄곧 비판했으나 그의 너절한 모습을 반겨주는 무리가 있었으니 바로 저학력 백인(남성+여성)이었다.

여기서 저학력이라는 범주는 대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인구를 가리킨다. 백인 저학력 인구는 전체 유권자의 약 42%(+- 2% 오차범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고학력 백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백인 저학력 인구는 대선에서 당락을 좌지우지할 만큼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선거는 백인 저학력 유권자의 민심을 반영한 하향식 민주주의의 결과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환영해야 할 현상이겠지만 문제는 포퓰리즘이 작동하게 되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몇몇 남미 국가의 대통령 선거를 포퓰리즘의 결과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지난 시기 미국의 대선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학력으로 굳이 유권자의 성향을 구분해서 분석하는 이유는 비교되는 고학력 군과의 소득 수준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학력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저소득층을 구성하고, 반대로 대학 졸업자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가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고소득층으로 구분되는 것인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갤럽은 올해 1/4분기 결코 새롭지 않고 전혀 반갑지도 않지만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여론 조사를 발표했다. 정당 선호도를 조사하면서 특히 백인 저학력 유권자의 동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백인 저학력 유권자의 59%가 공화당을 선호하고 지지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저학력 유권자는 34%로 조사되었다. 반면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 백인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섰다. (민주당 54%, 공화당 41%) 새로울 것 없는 뻔한 조사 결과지만 다가오는 대선의 향방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자료였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백인 저학력 유권자의 공화당 투표율이 무려 63% 였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서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지 착시 현상일 뿐이다. 조사 시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인 저학력층의 표심은 확고부동하다. 대선 일정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내년 6-7월에 접어들면 백인 유권자의 결집 현상이 유별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지난 2016년의 유권자 동향을 (62%)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 보다도 지금의 분위기가 백인들에게 훨씬 유리하고 우호적이다. 미국 선거에서 막판 선거지형을 바꾸는 부동층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을 듯싶다. 부동층의 대부분은 소위 ‘소심하고 조용한 백인'인데, 백인 부동층은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도 없이 백인우월주의 정서를 대놓고 드러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민주당으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대외적으로는 다문화를 포용하고 선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지만 하나는 얻고 둘을 잃어버리는 꼴이다. 모든 계층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던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파혜져졌고 일부는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민주당으로서는 백인 유권자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없다. 유색 인종과 각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의 이미지 만으로는 대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유색 인종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율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흑인을 제외한 나머지 소수계의 충성도는 믿을 수 없다.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는 아시아계 유권자는 그 숫자도 미비한 수준이다. 이미 발걸음을 돌려버린 저학력 백인 유권자의 표심을 이전 수준으로나마 확보해야만 일말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지난 대선 때처럼 고학력 백인 유권자마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준다면 2020년 선거는 일

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2024년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결국 선거라는 공학은 이슈로 설계되고 또 다른 이슈에 의해 X 값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복잡 미묘하게 얽히던 선거가 특히 대통령 선거가 어느 시점에서인가 간단한 산수 문제로 전락하게(?) 되었다. 선거가 복잡해진다고 해서 결코 반겨야 할 이유도 없지만 지나치게 간단해지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처럼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수만 가지 지구촌의 문제가 얽혀있는 대통령 선거가 어느 특정 집단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미국은 스스로 대국적 지위를 내려놓는 꼴이 되고 만다. 미국의 선택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 과정이다. 민주주의 대국답게 그 순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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