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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 엿보기-6...예측이 쉽지는 않겠지만..

김영석 칼럼 | 기사입력 2019/12/25 [13:30]

2020 미국 대선 엿보기-6...예측이 쉽지는 않겠지만..

김영석 칼럼 | 입력 : 2019/12/25 [13:30]

예측이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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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언론 매체가 다루는 주요 메뉴의 하나다. 전문 기자를 동원하고 현장의 정보를 적절한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접수할 수 있는 언론에서만 가능한 기능이다. 그러나 발 빠른 기자의 능력과 정보만으로는 모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예측이 가능할까? 언론이 취합한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새로운 정보로 다시 조합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언론과 연구 기관과의 공생관계가 치밀하게 만들어진 나라일수록 정치 문화(풍토)는 발달한다. 유권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언론의 보도에 의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한국에서 대선을 치러질 때 곶감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그것도 조중동을 비록 한 소위 유수의 언론이라는 곳에서 주술사의 궤변을 꽤나 비중 있게(?) 다룬다. 과거에 무슨 무슨 대형 사건, 사고를 족집게처럼 맞췄다는 소개와 함께 유명 점술사의 대선 예측 기사다. 흥미유발을 위한 목적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상식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 샤머니즘적 정신적 유산이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떨어지기는 하겠지만 민주주의의 수준과 역량이 아직도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생각한다.

대선 일정이 시작되면 미국의 수많은 정치학 연구학자와 연구소 중에서도 단골로 불리는 몇몇이 있다. 그중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지는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앨런 제이 리치맨 Allan Jay Lichtman) 1947년 생으로 워싱턴 디씨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에서 미국 정치사를 연구하는 저명한 학자다. 그는 현장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2006년 메릴랜드(주) 상원 선거에 출마하여 유권자가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흐름을 타는지 직접 체험한바 있다. 학자로서 그리고 전직 정치인으로서 지평을 넓힌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를 분석하는 방법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100 여편이 넘도록 발표했다. 그 중에 1996년에 출간한 The Key to the White House는 지금까지도 언론에서 자주 인용된다. 그의 논문집에서 밝힌 분석 기법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4년도부터 치러진 8 개의 대통령 선거에서 7개의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예측이 빗나갔던 선거는 2000년에 있었다. 앨 고어와 죠지 부쉬가 맞붙은 선거였는데 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언론에서도 빌 클린턴의 후계자인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었다. 그의 예측대로 앨 고어는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의 결과로 확보하는 선거인단의 부족으로 패배했다. 이때의 학습효과로 2016년에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힐러리 후보가 선거에서는 이기겠지만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의 결과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가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초능력과 같은 예지력이 아니라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미국에서 치러졌던 모든 선거의 성격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몇 가지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임 중의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확률이 왜 높은지 그 원인을 밝혀냈다. 그는 ‘열세 가지의 열쇠’를 가지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직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열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연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그 열세가지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열쇠: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라.

연방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대통령 혼자로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당과 행정부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지방 의회에서도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야말로 지천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간 선거의 결과다. 재임기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 또는 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열쇠: 당내 파벌을 잠재워라.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했는데 자기 당에서 반대파가 득세하고 있다면 재임 가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대선 일정 이전에 반드시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

세 번째 열쇠: 당의 신임을 재확인하라.

당연하겠지만 당의 전적인 신임과 지원을 약속받아야 한다. 그 말인 즉 반드시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야 한다.

네 번째 열쇠: 제3 정당의 도전을 제압하라.

양당 체제에서 강력한 도전자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제3의 정당, 제 3의 인물까지 대립구도에 끼어든다면 대선은 복잡한 구도로 얽히게 된다.

다섯 번째 열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 경제! 경제!

경제가 가장 불확실한 경쟁 상대다. 특히 단기 경제를 챙겨야 한다. 대선 기간에 불황의 그림자가 덮친다면 재선은 어려워진다. 예측 불가능한 길을 걷게 된다.

여섯 번째 열쇠: 다시 경제다. 경제 기조를 주도하라.

장기적 안목으로 거시 경제와 실물 경제를 모두 책임지는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최소한 지난 시기와 비교될 만큼 경제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유권자로 하여금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 번째 열쇠: 정책 전환의 자심감을 보여줘라.

재임 기간 중에 뭔가 변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과거와 비교되는 정책을 제시하고 뚜렷한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여덟 번째 열쇠: 사회 안정을 추구하라.

재임 기간 중에 사회적 요소에 불안정성을 노출시켰다면 재선은 어려워진다. 노동쟁의, 테로, 대형사고 등등 사회적 불안정성을 제거해야 한다.

아홉 번째 열쇠: 정치적 스캔들을 관리하라,

재임 기간 중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면 연임은 힘들어질 수 있다. 상대당에 덜미를 잡히고 정적들에게는 약점을 노출시킨다. 스캔들의 규모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라도 대선 후보 경쟁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열 번째 열쇠: 외교와 군사 정책의 실패를 축소하라.

재임기간 중에 외교 및 군사분야에서 실수는 비일비재하다. 작은 실수는 용납되겠지만 커다란 실책은 곧 낙선으로 이어진다.

열한 번째 열쇠: 외교 및 군사 정책의 공적을 선전하라.

그 반대로 외교 및 군사분야에서의 공적은 크게 포장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열두 번째 열쇠: 국정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라.

재임 기간 중 대선 후보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연출하라.

열세 번째 열쇠: 상대 후보를 압도하라.

상대 당에서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후보군이 짜여져도 절대로 기죽지 말아야 한다. 재임 중의 리더십은 쉽게 의심받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상대 진영을 초토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열세 가지의 조건을 면밀하게 분석한 앨런 박사는 트럼프의 연임을 예측했다. 이변이 발생하지 않은한 재임중인 대통령의 연임이 확실시 된다는 그의 분석틀에 기초한 결과다. 보수적 언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 분석과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바로 그 ‘이변'이 돌출되지 않을까 초초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이미 수많은 돌발 변수가 등장했고 이변에 버금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까지 국기문란에 해당되는 사건으로 탄핵으로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이보다 더 중대한 이변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영석: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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