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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 대선 엿보기-9...코커스 이제는 안녕!!

김영석 칼럼 | 기사입력 2020/02/07 [11:23]

2020 미국 대선 엿보기-9...코커스 이제는 안녕!!

김영석 칼럼 | 입력 : 2020/02/07 [11:23]

코커스 이제는 안녕!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필두로 후보 경선 레이스가 시작했다. 동북부에서 시작하여 다가오는 6 월 초까지 50 개 주와 푸에르토리코 등 미 연방에 속한 자치령에서 까지 줄줄이 예비 선거가 치러진다. 프라이머리(Primary)라 불리우는 예비 선거는 후보를 뽑는 경선과 함께 당대회가 병행되기도한다.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그 해의 예비 선거가 항상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예비선거는 매 2 년마다 치러진다.  50 개 주의 예비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2 월에 초에 열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다. Caucus(코커스)는 당원 대회를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의 예비 선거제도가 유별나다거나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주마다 규정과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는 각 주마다 치러지는 경선 결과를 수렴할 뿐이지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각 주마다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일괄적인 선거 제도를 적용할 수가 없었다. 이 과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각 주마다 세부적인 규칙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반인은 그 수 많은 규정과 법칙을 일일이 따질 수가 없다. 선거제도를 연구하는 정치학 학자 일지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의 규칙을 연구한다거나 캘리포니아의 규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선거 제도와 관련하여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민주 공화 양당의 수뇌부 역시 경선 제도와 방식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유권자의 요구에 귀기울인다는 소식이다. 민주당이 한 발 앞서나가면서 올 해 선거에 적용하겠다며 잔뜩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이어졌다. 평소와 같았다면 매끄럽게 진행되었을 경선이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산적한 숙제만 쌓아놓고 말았다. 경선 결과 또한 모두의 예상을 빗겨나간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언론의 반응이었다. 훨씬 이전부터 다수의 언론에서는(주로는 진보적 매체) 아이오와 코커스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항상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첫 번째 치러지는 후보 경선이라는 특수성과,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사가 맞아떨어지는 시기라 그렇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를 마치 민의의 반영인 양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는 언론과 정치권의 선동이 구시대적 작태라고 비판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지 이틀이 지났지만 언론은 예년과는 다르게 확대해석을 자제한 채 팩트만을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과 같은 경선 제도가 자리잡은 것은 1972년 부터라고 정치학자들이 주장한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요즘처럼 인테넷이나 모바일 통신기술이 없던 시절이라 아이오와 코커스의 출구조사 결과는 당연히 그 날 뉴스의 하이라이트였다. 언제부터인가 민주, 공화 양당은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를 예측의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대선의 마지막 주자로 된다는 근거없는 가설이 위력을 발휘한 탓이다. 어차피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굳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를 놓고 확대 해석을 하는 것은 언론과 합작한 선거 공학의 작품일 뿐이다.  실제로 각 당의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에 곧바로 치러지는 뉴햄프셔의 예비선거에 더욱 집중하여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선거 전략을 새로 짜거나 수정한다. * 뉴햄프셔에서는 당원대회가 아닌 일반인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로 후보를 선출한다. 

그런데 왜 주류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아이오와 코커스에 집착했던 것일까?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권자의 표심은 세대가 바뀌었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 탄탄한 보수의 토대위에 사회는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와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유권자의 동향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역동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민의 증가와 함께 인구도 많아지면서 다양성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문제점을(언론과 정치권의 과도한 집착현상)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경선 제도다. 역설적으로 아이오와 코커스는 민심의 변화를 소극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당원대회의 결과는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뿐이다. 한 술더떠서 아이오와(주)의 당원대회는 그 방식이 너무도 구닥다리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일 수 있겠으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도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아이오와의 당원 대회는 주 전체를 1,681개의 구역에서 일괄적으로 치러진다. 문제는 구역을 나누는 방식이다. 차량 출입이 통제된(?) 상가지역(precinct)으로 규정해놨다. 원래 이 방식은 ‘가까운 이웃의 모임 gatherings of neighbors’ 이라하여 동네 반상회와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마을 회관이나 학교, 교회에서 당원대회가 열린다. 과거에는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며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지금처럼 복잡하고 초 단위로 분주하게 돌아가는 현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 되고 말았다. 당 대회 참가 자격을 상가권으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렵거나 정치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정치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장치일 뿐이다. 완고함에 편향성과 편협성이 더해진 것이다.    

과연 아이오와(주)가 미국의 민의를 반영하는 객관적 샘플을 제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이오와(주)는 제반 환경이 너무도 빈약하다. 인구도 적고 경제 수준도 하위에 머물러 있다. 비슷한 처지의 아칸소(주), 인디애나(주) 등이 50개 주를 대표하는 표본 샘플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인구는 50 개주에서 31 번째로 약 삼 백 이십만명 정도가 살고있다. 인구가 적다는 것은 대통령 선거에서 행사할 수 있는 선거인단의 숫자(6개)가 적다는 뜻이다. 인구 밀도 역시 36번째로 낮은 곳이다. 땅은 넓은데 인구가 적다는 것은 농업이 경제의 중심이고 주민의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에 실업률은 낮고 주민의 삶은 대체로 안정적이다. 주 전체가 보수적 분위기로 가득차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구구성에도 문제가 많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87.5% 였다. 그후 빠른 속도로(이민의 증가로) 백인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면서 2000년 들어서면서 70%대로 떨어졌다. 감소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2010년의 인구조사에서는 72.4% 조사되었다. 올해 시행되는 인구조사에서는 백인의 비율이 7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각종 통계는 예상하고있다. 앞으로 한 세대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지난 이 백년간 누려왔던 백인 집단의 주류적 지위와 특혜는 영영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곳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오와(주)다. 아이오와(주)의 백인 인구 비율은? 놀라지 마시라. 2010년에 무려 90.7% 였다. 아이오와(주)는 50 개 주에서 백인의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젊은이의 탈농촌화 현상으로 65세의 이상의 노년층 인구는 17%를 웃돌고 있다. 

위와 같은 떫떠름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아이오와(주)를 스윙스테이트(Mother Swing States)의 버금가는 수준의 하나로 분류한다는 것이 흥미를 돋군다. 스윙스테이트란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욕 그리고 펜실베니아 다섯 개 주를 가리키는데 인구비례로 할당되는 선거인단의 수가 최소 이십여개 이상으로 많다. 그런데 고작 6개에 불과한 아이오와(주)를 스윙스테이트와 견주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스윙스테이트 처럼 물리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지만 여론의 향방을 좌지우지 할 만큼 입김이 드센 지역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분류해 놓은 곳으로 정치권에서는 Perennial Swing States(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승부처)로 분류한다. Colorado, Iowa, Michigan, Minnesota, Ohio, Nevada, New Hampshire, North Carolina, Pennsylvania, Virginia, Wisconsin 등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공통점은 백인이 밀집되어 있는 White Kindom 즉 백색왕국이다. 아이오와는 이들 백색 왕국에서 맏형 역할을 자처하여 당원 대회를 겸한 경선을 제일 먼저 치루는 것이다. 나머지 형제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이제는 과거의 일로 추억될 것같다. 이번 대선을 마지막으로 아이오와 코커스가 누린던 특혜는 끝난다.  민주당이 고안한 새로운 룰에 따르면 각계각층의 다양한 민심을 골고루 경선 과정에 고스란히 담아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여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경선제도는 정착될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올해부터 구태로 낙인찍혔던 코커스 즉 당원대회제도가 점차로 용도 페기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민주당의 새로운 룰에서도 그렇고 공화당의 새로운 룰에서도 코커스가 예비선거로 대체된다. 

아이오와(주)의 코커스에서 이변이 발생한 것도 유권자의 심리적 반발이 아니겠는가 하여 SNS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이어진다. 완고하게 당원대회를 고집하던 아이오와(주) 선거관리위원회를 조롱하듯 유권자는 변화 그 이상인 혁신을 선택했다. 어차피 표본값으로도 쓸 수 없었던 아이오와 코커스가 무용지물이라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같아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지금 우리는 아이오와 코커스의 역사적 퇴진을 목격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가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김영석: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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