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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환자 외면으로 '위법행위'까지 떠맡은 간호사들의 피맺힌 '절규'..

정현숙 | 기사입력 2020/09/02 [00:58]

의사들의 환자 외면으로 '위법행위'까지 떠맡은 간호사들의 피맺힌 '절규'..

정현숙 | 입력 : 2020/09/02 [00:58]

"의사들의 현장 이탈.. 동맥혈 채취 등 의사들만 하는 일 PA 간호사들이 불법 수행"

 

지난 8월 31일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반발해 경북대병원 의과대학 교수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국민생각함'에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설립’과 ‘보건의료체계 개선’에 대해 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했다. 권익위가 1일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참여자 6만 9000여명 가운데 56.5%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거부하고 2차투표까지 강행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다. 대통령까지 나이팅겔 정신을 호소하며 '의사가 있을 곳은 환자 곁'이라고 했지만 아직 그럴 낌새가 없다.

 

지난달 31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의사들이 떠난 진료현장에서 남은 것은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업무부담 가중뿐이라고 했다. 특히 '상명하복'의 위계와 권력적 업무 관계 아래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으면서 환자들의 불만과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앞서 전국 44만 간호사들의 모임인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을 내고 의사협회의 파업 동참 요구에 “나이팅게일 선서에서 환자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고 헌신하기로 다짐했다”라며 동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리어 의사들에게 "진료거부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금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간호사들이다. 간호사들은 극심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쩔 수 없이 위법행위를 떠안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동맥혈채취나 필요시 처방 등 의사들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상당수 대신하고 있는 것은 소위 PA(Physician Assistant) 라고 불리는 간호사들이다. PA는 주로 대학병원 ‘진료보조인력’으로 처방 대행부터 수술 보조, 진단서 작성, 시술까지 수행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이는 협회가 인정하지 않는 직종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동맥혈 채취나 수술 후 상처 소독 등은 반드시 의사가 하도록 돼있지만 의료공백이 발생하면서 PA 간호사들이 대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또 의사들이 떠나면서 간호사들에게 ‘이런 처방을 내려달라’고 처방을 부탁하고 갔는데 엄연히 권한 밖의 일”이라고 속사정을 털어 놨다.

 

간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이런 일을 지시하면 위계적 업무 관계에 놓인 간호사들은 거부하기 힘들다”라며 “혹여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고 나중에 위법한 진료를 한 혐의를 받게 될까 매우 두려워한다”라고 전했다.

 

전임의(펠로)나 교수들이 당직을 서며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사직서를 내는 전임의가 늘면서 이 역시 역부족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한 간호사는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는 업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 된 간호사에게 의존할 때가 있다”라고 고충을 털어 놨다.

 

간호사들은 “힘들어진 업무는 견딜 수 있지만,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최전선에서 공감하는 게 가장 힘들다”라고 토로한다. 일부 입원환자들이 수술 연기나 의사의 부재로 인한 불안을 간호사에게 그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호사는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뚝뚝 떨어져 의사를 호출해도 수많은 환자를 회진하던 교수가 곧바로 오지 못 하면 간호사가 스펀지처럼 환자들 불만을 받아들인다”라고 설명했다.

 

환자 중에서는 “이거 간호사가 하면 의료법 위반 아니냐”라며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간호협회는 성명서에서도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다'는 취지로 의사들이 간호사들을 이용하는 모양새를 규탄했다.

 

간호협회는 "작년 하반기 일부 의사들은 동료로 함께했던 간호사들을 불법 PA로 몰고,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고발했다"라며 "이 때문에 대학병원들은 수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집단휴진 상황에 들어가자 정작 의사들은 간호사들에게 진료의 상당 부분을 넘기고 떠났다. 이제 의사들이 파업이 끝난 뒤 돌아오면 또 불법 운운하며 고발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간호사들은 "진료와 간호업무는 협력적 관계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사들은 현대 의료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전근대적 의료법을 무기삼아 우리 간호사들을 고발했던 것"이라고 분개했다.

 

간호사들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전국 44만 간호사는 끝까지 국민과 환자 곁에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전공의협회에서도 박지현 같은 소수 강경파가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까지 억지로 끌고 간다는 (경향신문) 기사까지 오늘 나왔다"라며 "이제 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집단주의자들의 희망은 응급환자들이 많이 죽기를 바라고 그래서 정부와 국민이 굴복하는 것 외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은 의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일벌백계 하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 환자가 30명으로 늘어난 30일 오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근무교대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2억원 기부한 아이유가 또…간호사에 1억원 '얼음조끼' 지원

 

한편 이런 간호사들의 노고를 감사하는 연예인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감염병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국 현장 간호사를 위해 아이스조끼 지원에 나섰다. 

 

지난 8월 31일 대한간호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아이유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대한간호협회에 1억원 상당의 아이스조끼 약 4600벌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아이유로부터 기증받은 아이스조끼를 코로나19 현장에서 방호복을 입고 더위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을 위해 전국 선별진료소 및 의료기관에 보낼 계획이다. 평소 꾸준한 기부를 실천해온 아이유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월에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2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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