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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은 캘리포니아 와인 뿐 아니라 지구의 위기다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9/26 [23:00]

트럼프 집권은 캘리포니아 와인 뿐 아니라 지구의 위기다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9/26 [23:00]

와인 애호가로서 이런 기사를 읽게 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합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90%를 생산하지요.


이게 얼마나 대단한 양인가 하면, 미국이 지난 해 기준으로 볼 때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세계 제 4위의 와인 양조국이라는 것은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캘리포니아 한 주만 떼어놓고 봐도 세계 4위를 기록하는 양입니다. 국가별이 아니라 '지역별'로 따로 떼어봐도 엄청난 양을 생산한다는 말이 됩니다.

어차피 2020년은 와인 애호가, 특히 미국 와인 애호가들에겐 슬픈 해가 될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양조용 포도를 제대로 돌봐야 할 시기를 놓친 곳들이 많고, 포도밭을 제대로 경작할 사람들이 모자라 포도를 제대로 농축해 키우지 못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포도밭을 경작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라티노 계절노동자들인데,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올해 미국 와인이 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거대한 미증유의 산불이 발생한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핵심은, 이게 과연 포도 뿐일까 하는 점이지요. 나파 밸리 와인에서 연기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 건 이미 수년 전부터였습니다. 그 전부터 거대한 산불은 영향을 끼쳐 온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곡창, 더 나아가 세계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기지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인 캘리포니아 전체의 모든 농작물들이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지요. 와인은 사실 그중 일부에 불과한 것이고.

이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거라는 데 그 비극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지구 전체가 단결해야 하는 겁니다. 탄소도 덜 배출하고, 재생에너지도 더 많이 사용해야 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폐기물을 줄여야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겁니다. 그러려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인 상태에서는 지구 전체가 함께 노력할 분위기가 되지 않을 거란 게 분명합니다. 아무튼 미국 대선은 이제 한달 반도 남지 않았고, 미국인들의 선택이 세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미 선택을 했고, 제 선택이 다수의 선택이길 바랄 뿐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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