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선거인단제도를 폐지하라

김영석 칼럼기자 | 기사입력 2020/11/25 [14:37]

미국 대선,선거인단제도를 폐지하라

김영석 칼럼기자 | 입력 : 2020/11/25 [14:37]

올해 2020년의 선거는 ‘위기'로 불러도 될 만큼 정국은 불안하고 국민은 혼란스럽다. 일반인은 트럼프의 불복사건 정도로 이해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깊이 들여다보면 투표의 전 과정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선거 자체를 송두리 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근거로 이번 선거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고, 민주당 지지자나 중립적 위치에 선 유권자들 역시 이번 선거가 오류로 점철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결과는 지금까지 보도된 것처럼 바이든이 근소한 차이로 주요 선거구에서 승점을 챙겼다는 것인데 패자나 승자나 쉽게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지도 않고 개운치도 않다. 시시비비가 그 어느 선거에서 보다도 왕성한 이유는 승자와 패자 모두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선거에 임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과 반론 모두 타당성 있고 합리적인 의심에서 비롯되었다는 또한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선거제도의 복잡성과 선거문화의 특이성 때문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비슷한 위기는 반복될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미국은 마치 늪에 빠진 듯이 허우적거리다 스스로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겪는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미국은 과연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노후하여 방치된 수많은 사회간접시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 역시 낡고 노후하며 일부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선거제도의 낙후성이 심하다. 부분적으로 고치거나, 부속품을 바꾼다고 해서 개선될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과거에는 민주주의의 교과서라고 불렸을 만큼 혁신적인 선거제도였겠지만 이미 한 세기를 훌쩍 넘긴 현재의 제도와 방식을 고수하는 한 발전은 없고 거듭하여 세계인의 조롱거리로 회자되겠지... 

 

대통령을 선출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주지하다시피 간접선거다.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지만 실제로는 각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행위로 대체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에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는 주 내용이다. 직접 선거 같았는데 결과는 간접 선거라니…? 

 

선거인단 제도가 등장한 때는 19 세기였다. 초기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하여 비슷한 처지와 환경을 가진 여섯 개 주에서 시작했다. 민의가 효율적으로 반영되고 무엇보다도 절차상 간단했기에 선거인단 제도는 빠르게 각 주로 확대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다. 선거인단 제도의 원형은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추기경이 한 자리에 모여 선출하는 방식으로 기본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인구수에 비례하여 각 주에 선거인단 수를 할당하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 선거인단 제도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구닥다리 제도인데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선거인단 제도를 정착시킨 또 다른 이유는 선거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보장받기 위함이었다.

 

과거 시절에 드넓은 땅 위에 드문 드문 흩어져 사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를 선거를 통해 반영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허상 내지는 드높은 이상일뿐이었다. 큰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독특한 선거제도를 고안해낸 것이다. 그 와중에 발생할 수 있는 외부의 압력과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공정하게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선거인단 제도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시대를 앞섰던 혁신적인 선거제도 덕분이었을까?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와 같은 부정선거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정성이 보장됐다는 것 역시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득표율에서 앞선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며 승리했다. 단 네 차례의 선거에서만(1876, 1888, 2000, 2016) 득표율에서 뒤졌던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승리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마지막 두 차례가 2000년과 2016년의 선거였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선거 역사상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2000년의 선거는 이후 선거인단 제도의 폐지론을 확산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왜 선거인단 제도의 문제점이 최근에 와서 불거지는 걸까? 그것은 선거인단 제도의 효용성이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통신기술과 미디어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은 더 이상 선거인단 제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쓰면 쓸수록 낙후성만 강조될 뿐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미국인은 예나 지금이나 수 천 수 만 갈래로 여론이 나뉘게 된다.  과거에는 다양한 민의를 수용할 수 있는 장치나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큰 그릇에 담아내는 방법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거 전후의 과정에서 거리와 시차를 극복할 방법은 없었다. 드넓은 지역에 흩어진 투표함을 모두 거둬들이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검표하고 발표하기까지 수개월이 족히 걸리는 일이었다. 게다가 주마다 선거법이 다르니 선거의 공정성을 일일이 따져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인단 제도는 장기적인 권력공백사태로 국정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절반에 해당하는 투표함을 열어보았을 때 과반 이상의 표를 획득한 후보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주는 제도가 정착된 것이다. 통신 수단이 발달된 이후에도 선거인단 제도가 지속되었던 것은 부정선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몇 개 주에서 선거를 조작했다고 해서 선거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억 속에서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게 일어났던 때는 2000년 대선 직후였다. 전국 득표율에서 앞섰던 앨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박빙의 차이로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하면서 낙마한 선거였다. 직접선거에서 이기고도 간접선거에서 지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환경문제 전도사를 자처하고 또한  인터넷 정책을 주도하던 앨 고어 후보는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선거 기간 내내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몇몇 주 특히 플로리다(주)의 결과에 당락이 결정되었다. 문제의 플로리다(주)는 죠지 부쉬의 동생인 잽 부쉬가 주지사로 재직하고 있던 곳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지만, 유권자의 절반을 웃도는 소수계 유권자는 민주당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개표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앨 고어의 승리였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와 주대법원은 재검표를 허락했고 부쉬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재검표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부정행위는 차치하고서라고 이후에 전국적인 논란으로 이어진 것은 선거인단 제도의 비민주성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로소 미국인은 이 제도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1888년 선거 이후 발생한 두 번째 사건이었기에 미국인은 처음 겪는 것이나 매 한 가지였다.  

 

 

▲ 숫자는 차별을 조장한다. 선거인단이 많은 주는 그 만큼 입김이 세고 이익도 많이 가져간다. 숫자로 계산되는 미국식 민주주의는 모순 덩어리다.

 

 

선거인단 제도의 문제점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 성격을 가졌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변질되고  훼손되었다. 유권자는 직접선거를 했는데 결과는 간접선거다. 제도적으로 직접 선거를 포기한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선거의 전 과정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모양새로 변질되었고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우선 선거인단 제도는 유권자를 양당체제 속에 반강제적으로 편입시킨다. 헌법으로는 표현과 참여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제도정당 이외에 선택할 정당이 마땅치 않다. 군소정당이 제도정당으로 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선거 때마다 들러리 역할에 불과한 군소정당의 이념과 정책적 공약은 양당체제 속에서는 필요 없을뿐더러 언론에서조차도 관심 밖이다.    

 

양당체제이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적 색깔이나 정책적 성격이 그 어떤 경계로 가를 만큼 뚜렷하지도 않은 것도 문제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아니라 보수의 경계 속에서 누가 더 수구적인가를 분별하는 정도가 미국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종교와 이념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념과 정당의 선택이 제한받고 있으니 정책 대결이 제대로 성사될 리도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선거의 단골 메뉴는 낙태, 동성애, 안락사, 총기 소유의 자유화 그리고 최근에는 마리화나의 합법화 등등이었다. 후보의 검증은 이러한 이슈에 자신의 현주소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정책대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두 당의 이념과 배경이 같기 때문이다. 정책 대결이 불필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선거의 쟁점은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가십 수준의 사소한 신변잡기까지 인물을 검증하는 잣대로 사용될 만큼 언론과 유권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대통령 선거가 인물 중심으로 치닫게 되니 실력보다는 인물이 지닌 영향력이 후보 선출의 제1 조건이 된다. 당연히 백인 유권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백인 후보가 항상 등장하는 이유다. 유색인종이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는 일이 뉴스거리로 될 만큼 미국의 정치 문화는 시대착오적이다. 

 

선거인단 제도는 또한 지역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도시와 농촌 지역의 갈등, 굴뚝 산업과  첨단 산업 지역 간의 갈등, 해안가 지역과 내륙 지역 간의 갈등 등등 미국의 분열 현상을 부추기는 제1 요인은 선거인단 제도다. 소득과 학력의 차이는 곧 지역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선거인단 제도는 이를 정치적으로 확인해주고 더욱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2000년 선거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역 간의 대결이 종종 인종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선거인단 제도의 취지와 목적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것도 논란의 하나다. 외부세력이 선거에 끼치는 영향력을 차단할 명분과 목적으로 정착된 제도지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에 그 효과는 이미 사라졌다.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언론은 세력화되었고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선거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권자의 심리를 파악한  언론은 지지율이라는 매개를 사용해 선거를 자신의 이익에 맞게 조율하고 연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지율은 곧 선거인단의 숫자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자신이 속한 거주 지역의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권자는 훈련받는다. 언론의 선택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요즈음 선거 문화의 특징이다. 누가 들여다봐도 언론사는 합법으로 위장하고 부정 선거를 저지르고 있지만 통제할 방법이 없다. 부정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선거제도의 가장 큰 허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언론의 패거리 행위와 독단적 행태는 많은 문젯거리를 만들었다. 중립적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선거인단 제도가 만들어 놓은 드넓은 공간에서 마치 주인처럼 행세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권력화 된 언론기관뿐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언론은 선거인단 수를 짜 맞추는데 이골이 난 조직이다. 수십 년간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여론의 향방을 운전하고 서슴없이 여론을 조작한다. 언론의 기본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4 년마다 치르는 대통령 선거는 그 어떤 이벤트 보다도 흥행이 보장되는 사업이자 기회다. 뿐만 아니라 언론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언론이 곧 정치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현대 정치는 정치인의 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권력 기관인 언론의 기사 한 줄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치인은 선출직이라 그나마 시민의 감시 속에서 시민의 심판을 받기라도 한다. 그러나 언론은 그 누구보다도 가장 정치적이고 그 어느 정당보다도 입법 활동에 깊숙이 관여하지만 그 누구의 감시도 심판도 받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가 발전하려면 언론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의 영향력으로부터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받으려면 언론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선거인단 제도가 우선적으로 페기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언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그에 동조하는 수많은 정치인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변화를 거부하는 유권자의 낡은 사상이 개조되어야 한다. 

 

한 가지 희망을 기대게 하는 소식이 이번 선거가 한창이던 9월에 있었다. 갤럽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인단 제도의 유무성을 물었고 유권자는 기꺼이 대답했다. 61%에 해당하는 유권자가 선거인단 제도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동일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한 가지 문제가 더해졌음이 확인되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무려 89%에 해당하는 유권자가 폐지해야 한다도 대답한 반면에,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소수에 불과한 23% 만이 찬성론에 동조했다. 공화당 내에서 당론으로 정하지 않는 한 선거인단 제도는 결코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미국의 정치가 민주주의를 발판 삼아 더욱 발전하려면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연방제를 재확립하는 것이다. 오십 개 주를 각각의 주권을 가진 국가로 나누고 연방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오십 개 주가 너무 많다면 지역별로 대여섯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연방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 체재의 재구성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미 많은 정치학자들이 연방의 분열을 예견하고 있고 연방의 해체가 곧 미국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들 역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보다 현실적인 가설은  연방의 붕괴나 해체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통해 연방 체제의 강화다. 

 

핵심적인 과제는 민주주의적 선거제도의 확립이다.  미국식 정치제도가 성인이 된듯하게 보이지만 미국식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혼란이 반복될 경우 연방 해체의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선거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연방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고 그 첫 번째 대안이 선거인단 제도의 폐지로 직접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선거 제도를 연방정부가 통제하는 하나의 제도로 통합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는 느슨한 연방제는 실제 하지도 않는 허구적 존재일 뿐이다. 대통령 선거 제도에 있어서 만큼은 연방 정부가 주도하고 통제해야만 혼란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김영석: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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