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전 대구지검 고검장 2억원 윤갑근이 걸어온 길'... 현직 한상진 기자의 회고 "윤갑근, 한상율, 그리고 노무현"

국민뉴스 | 기사입력 2020/12/12 [23:14]

'구속된 전 대구지검 고검장 2억원 윤갑근이 걸어온 길'... 현직 한상진 기자의 회고 "윤갑근, 한상율, 그리고 노무현"

국민뉴스 | 입력 : 2020/12/12 [23:14]

"검찰이 가진 수사독점, 기소독점을 깨지 않는 이상,

이를 제도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제2의 윤석열,

제2의 윤갑근은 얼마든지 나올 것"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김봉현 씨로 부터 로비를 받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현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11일 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윤갑근 전 검사가 구속됐다. 잊고 있던 10여년 전 기억이 소환됐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신성해운 로비 사건' 수사에 나섰다. 노무현 청와대 관계자, 국세청 간부,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한상율 국세청장도 그 중 하나였다.

 

고발인이 검찰에 제출한 로비리스트에는 '한상율 5000만 원', 'OOO차장검사 3000만 원'이라고 정확히 기재돼 있었다. 한상율과 검찰간부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이었다. 고발인의 이런 주장은 진술조서에도 담겼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수사는 비틀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로비리스트에서 검찰간부, 한상율은 빼자"고 고발인을 집요하게 설득했고, 결국 빼는데 성공했다. 고발인은 로비리스트를 다시 만들었다. 마침내 검찰은 한상율과 검찰 간부를 수사,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비틀린 사건의 진실은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뒤 내가 고발인의 진술조서와 로비리스트 원본을 입수해 <신동아> 2009년 7월호 (2년 추적기/이명박 국세청과 한상률)에 공개한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고, 박지원 의원이 이를 국회에서 폭로하고서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이 모두 종결된 뒤였다. 

 

이 황당한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던 윤갑근이었다. 

한상율, 그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세청장이자 이명박 정부 첫 국세청장이었다. 이명박 정부에 충성을 맹세한 뒤 자리를 보전했다. 자리보전에 성공한 직후 그는 자신을 국세청장에 임명해 준 노무현 정부에 칼을 겨눴다.

 

노무현 정부와 가까운 기업들이 줄줄이 세무조사를 당했다. 노 대통령이 자주 가던 삼계탕집까지 털렸다. 박연차의 태광실업도 그 중 하나였다. 

 

한상율은 국세청 조사국, 국제조사국 등을 총동원해 박연차를(사실은 노무현을) 털었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렇게 시작된 검찰수사는 홍만표, 우병우 등의 손을 거치며 전 정권 사정수사라는 외피를 입고 끝간데없이 폭주했다. 야만스런 폭주는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사망한 뒤에야 멈췄다. 

 

2009년 2월, 한상율은 그림로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충성맹세 등 개인 비리가 드러나자 청장직을 던지고 미국으로 도망갔다. 미국에 가서는 한 유명 대학 연구실까지 꿰차고 연구원 행세를 했다. 그리고  현대차 등과 경영자문 계약을 맺고 수십억 원을 받아 챙겼다. 부하직원을 동원해 성사시킨 계약이었다.

 

2016년, 나는 새누리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상율을 찾아가 물었다. "미국에서 현대차를 위해 도대체 무슨 경영자문을 해 줬냐"고, "무슨 자문을 해 줬길래 수십억원을 받았냐"고.  한상율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 현대차 광고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위치가 잘못됐어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광고판이 세워져 있어 광고효과가 없다고 생각됐습니다. '광고판 위치를 바꿔야 된다'는 등의 경영자문을 했죠.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자문보고서를 만들어 현대차에 보냈습니다. 수십억 원의 경영자문료를 받을 만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연실색할 답변이었다.

 

다시 윤갑근으로 돌아오면, 

2010년, 윤갑근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 초 한상율이 느닷없이 귀국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 당시 특수2부장은 최윤수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2차장에 올랐던 바로 그 최윤수. 

 

그때만해도 최윤수는 꽤 괜찮은 검사였다. 사명감을 가지고 한상율/국세청 수사에 매진했다. 한상율의 개인 범죄는 물론 한상율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국세청 이모 국장이 기업들로부터 수억~수십억 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국세청의 고질적 병폐를 겨냥한 수사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윤갑근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한상대와 손을 잡고 이 수사를 가로막았다. 대검이 특수2부로 이첩한 사건을 캐비닛에 처 박아놓고, 배당을 미루고, 최윤수 부장을 불러서 깨고...뭐 그런 식이었다. 한상대는 검찰총장이 된 뒤 눈에 가시였던 최윤수를 비수사부서로 내보냈다.  

 

그해 8월 쯤으로 기억한다. 나는 반포의 한 횟집에서 최윤수와 둘이 만났다. 말없이 폭탄주가 여러 잔 오갔다. 최윤수가 말했다. "한상율 수사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이런 수사를 막는 검사들이 부끄럽다"고...최윤수는 "이 사건 수사 못하면 검사질도 더는 못할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 수사 때문에 어떠한 불이익을 받아도 괜찮다"는 말을 되뇌인 기억도 난다. 나와 최윤수는 헤어지며 "이 사건 끝까지 해 봅시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최윤수를 만나기 전인지 후인지 기억은 없지만, 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실로 찾아가 윤갑근을 만났었다. 다짜고짜 물었다. "왜 한상율 수사를 가로막느냐"고, "이명박 청와대가 수사하지 말라고 오더를 내렸냐"고, "한상대 총장 지시냐"고...윤갑근은 이렇게 답했다. (윤갑근이 한 말은 이후 2011년 8월호 <신동아> 기사에 그대로 실었다. 아래는 <신동아> 기사에 담긴 윤갑근의 발언 중 일부.)

 

"수사대상자(한상율/국세청 간부)와 (검찰 수뇌부가) 어떤 커넥션이 있어서 수사를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겠지만, 수사의 실효성 등을 판단해 수사를 조율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사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다...수사할 부분은 아주 작은데, 단서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일단 뒤져보자’는 식으로 나오면 그걸 정리해주는 역할을 윗사람이 해야 한다...만약 ‘수사로 인해 기업이 볼 피해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검사가 있다면 그런 검사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최윤수 부장과 한 총장은 서로 기질상 잘 안 맞는 측면이 있었다."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지만, 불과 2년 전에 전직 대통령 노무현과 그의 주변을 영혼까지 털었던,  '포괄적 뇌물죄'라는 있지도 않은 법리까지 만들어 노무현을 사지로 몰았던 검찰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선택적 정의'였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윤갑근에게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 "그게 말이냐"고, "당신들 검찰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고...그렇게 시작된 나와 윤갑근의 싸움은 윤갑근의 비서가 들어와 뜯어 말리고서야 끝이 났다. 

 

그렇게 수사를 말아먹고, 이명박 정부에 충실히 부역한 뒤, 윤갑근은 날개를 달았다. 검사 중의 검사라고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2년이나 해 먹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검 강력부장,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영전했다. 박근혜 탄핵 여파로 검복을 벗은 뒤에도 정치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고, 비록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제1야당 도당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윤석열에 버금가는 기찬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

 

검찰 관련 문제로 온 나라가 뒤덮인 요즘이다. 윤석열 총장만 내보내면, 혹은 공수처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과도기"니, "일단 사람을 바꾸면 나아질 것이니"하는 따위의 말도 들린다.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검찰이 가진 수사독점, 기소독점을 깨지 않는 이상, 이를 제도적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제2의 윤석열, 제2의 윤갑근은 얼마든지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공수처 설치와는 별개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고 검찰권을 제도적으로 견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할 일이다.

 

윤석열과 윤갑근은 절대 독불장군으로 생겨난 사람들이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에는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차고 넘친다. 원래 그런 인간들이 모인 게 아니라 우리의 비틀어진 제도가 이들과 같은 괴물을 대량 생산해 왔다. 검찰을 바로잡고 싶다면 반드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사람만 바꿔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ps. 최윤수 검사와 한때 의기투합해 국세청과 검찰 수뇌부에 맞섰던 나는, 박근혜 탄핵 국면 때는 "국정원 2차장인 최윤수가 특검 구성에 관여하려 했다"는 기사를 냈었다. 이 기사로 인해 최윤수는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 안타깝지만 써야 할 기사였고 내 일이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했을 때, 오랜만의 내 전화를 반갑게 받던 그에게 인간적인 미안함을 느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글쓴이: 한상진 기자

뉴스타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KCIJ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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