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산행 칼럼] 캐스케이드 산맥

김영석 칼럼 | 기사입력 2021/01/09 [00:08]

[김영석 산행 칼럼] 캐스케이드 산맥

김영석 칼럼 | 입력 : 2021/01/09 [00:08]

 

올해로 산에 오른지도 삼십 년에 이른다.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 솔직히 기억 속에는 남아있지 않다.  아마도 호기심이 작용했을 것이고, 오르다 보니 산이 좋아졌고  건강해지니 더욱 부지런히 올랐을 것이다. 40 대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호연지기(?)’를 심어주겠다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올랐다. 그렇게 한 십 년을 하고 나니 아이들은 어느새 성인이 다 되었다. 

그런 후에도 부지런히 산에 올랐다. 간혹 한 두 달씩 건너뛴 적은 있지만 그나마 꾸준하게 끊이지 않았던 것은 산행 취미가 유일하다. 산행에 제대로 ‘맛’들인 것은 지금 살고 이 곳 워싱톤(주)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부터였다. 그 이유는 시애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다. 그리고 산세가 웅장하고 그 내밀함이 무척 아름답다. 처음에는 수많은 수식어를 사용해서 아름다움을 표현해 봤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산은 자기 스스로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감탄사로는 한계가 여실하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 담아내지도 못할뿐더러 평면에서는 산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마음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바람에 흩어질 듯 홀연히 잊어버리면 된다.  

“시애틀 인근의 산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라고 의심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같아 개괄적으로나마 설명해 본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톤(주)는 남과 북의 길이가 300 마일인데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캐스케이드 산맥 Cascade Mt. Range>이 버티고 있다.  이 자체로도 거대한 규모이지만 캐스캐이드 산맥은 로키산맥의 한 지류에 속한다. 워싱톤(주)에 캐스케이드 산맥의 심장을 가진 몸통이 자리잡았다면 북쪽으로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캐나다) 남단에 머리가 있고 남쪽으로는 오레곤(주)에 허리가 있고 캘리포니아 북단에는 다리가 놓여있다. 총길이는 약 700 마일 정도다. 그런데 유독  워싱턴(주)의 캐스케이드 산맥이 주목받는 것은 아까 심장이라고 표현했던 다섯 개의 살아있는 화산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레이니어 마운틴 Mt. Rainier>이다.  오레곤과 캘리포니아 북부에 줄지어 서있는 나머지 4 개의 화산을 인솔하는 맏형과 같다. 하나의 화산만으로도 큰 산을 이루는데 다섯 개의 화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봉우리가 줄지어 서있으니 그 규모가 방대해졌다.  입산이 가능한 지역에 개척된 등산로만 수천 개에 이른다. 연방 산림청에 정식으로 등록된 등산로만 일일이 답사하려 해도 족히 십 수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캐스캐이드 산맥에는 모두 열 개의 화산이 남북으로 줄지어 서있다. 위의 항공사진은 오레곤 상공에서 워싱턴을 바라본 풍경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있는 화산은 Mt. Hood, 뒤 줄에 서있는 세 개의 화산은 왼쪽에서 부터 세인트헬렌, 레이니어, 애담스 화산이다.      (사진 출처 불명)

 

산행의 맛을 더해주는 것은 지역마다 특색이 달리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을 포함하여  산행을 안내하는 책자 역시 워싱톤(주) 캐스케이드 산맥은 네 구역으로 구분한다.  

캐나다와 맞닿은 북쪽은 ‘빙하지대’다. 이 지역의 정식 명칭은 <노스캐스케이드 연봉 North Cascade Mts.> 이다.  산이 높고 웅장하며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감히 범접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산행할 수 있는 기간도 3-4 개월 남짓으로 짧다.  혹시 화산을 산행해 본 적이 있다면(한나산, 백두산 혹은 후지산) 그 규모가 웅장하고 골짜기가 깊다는 나의 표현에 맞장구 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산은 늘씬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밋밋해 보이지만 나무가 자라는 한계선까지에는 크고 작은 계곡이 있고 골짜기마다 각자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 이 곳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폭포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빙하를 걷는 산행을 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데 접근성이 쉽지 않아 최소 2 박 , 3 박 일정의 백패킹을 한다.   

워싱턴(주) 중간을 가로지르는 산맥을 <센츄럴 캐스케이드 연봉 Central Cascade Mts.> 이라 부른다. 이 곳에도 만년설을 간직한 높은 봉우리가 여럿 있다. 북쪽보다는 다소 낮은 지형이라 이 지역에는 울창한 삼림이 펼쳐져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아직도 상업적 벌목이 활발하다. 한 때 이 곳에서 생산되는 주택 건설용 목재는 미국 전역에서 사용되고도 남아 워싱톤(주)의 주력 수출품목의 하나였다. 지금은 주로 특수 목적의 합판과 건설용 고가의 목재가 주로 생산된다.

산행길과 벌목 구역은 구별된다. 1990년대 이후 강화된 환경보호법으로 빼어난 경관을 지닌 산들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깊게 파인 상처는 오래되어도 복원이 더디다.  

울창한 삼림지대라 이 곳의 생태계는 다양성이 풍부하다. 많은 개체수의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특히 산사자와 검은 곰의 주요 서식지로 보호받고있다.   

 ‘센츄럴 캐스케이드’ 아래로 <알파인 레이크디스트릭 Alpine Lake District> 라 불리는 지대가 펼쳐진다.  과거 빙하시대의 산물인 빙하호가 밀집된 지역이라 그렇게 부른다. 시애틀에서 가까워 레저 산업이 발달된 곳이기도 하고, 산행길이 집중적으로 개발된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특징 답게 많은 산행길이 호수와 연계되어 있는데 도대체 몇 개의 호수가 있길래 호수지역이라 불렀을까? 미쳐 다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에만 족히 삼백 여 개는 될 듯싶다. 호수를 찾아가는 산행은 여러모로 재밌다. 평온함이 찾아오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을 씻어내는데 제격이다. 간혹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알파인 레이크디스트릭’ 남쪽으로 오레곤과 북캘리포니아 까지 광활하게 펼쳐지는 지역은 다름 아닌 화산 지대다. 워싱턴(주)가 보유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레이니어 마운틴 Mt. Rainier> 을 중심으로 <세인트 헬렌’ Mt. Saint Helen>, <애담스 마운틴 Mt. Adams> 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리 귀여운 표현을 사용한 것은 먼 거리에 관찰한 모습의 표현이다. 워낙이 웅장한 산들의 집합이라 가까운 거리에서는 세 개의 화산을 동시에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캘리포니아로 가려면  워싱턴을 지나는데 간혹 구름이 없을 때 세 개의 화산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산행 중에도 간혹 관찰하게 되는데 날씨가 화창한 날에 적절한 위치에서 도달했을 경우가 그렇다. 그때 무의식 중에 불쑥 튀어나오는 감탄사가 ‘귀엽네’라는 표현이다. 세 봉우리가 하얀색 고깔모자를 쓰고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상이 귀엽기 때문이다.  

올 해 초 코비드-19로 온 세계가 호들갑을 떨 무렵 워싱턴(주)는 가장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책적으로 실시했다. 무려 6 개월간 공공시설을 모두 폐쇄했는데 산행길도 공공시설의 하나라며 모두 걸어 잠갔다. 곧 이 것은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했다. 도심의 공원을 폐쇄하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처사였지만 산을 걸어 잠그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거부감을 일게 했다. 더군다나 주정부가 소유한 산림지대만 폐쇄한 것이 아니라 연방이 소유한 산림지역까지 폐쇄했으니 친트럼프 진영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볼멘소리를 냈고 따르지도 않았다. 어차피 강제성이 없는 조치였으므로  한 두 개월 후에는 유명무실해졌다. 산행길의 입구를 막았다고 해서 산을 오르지 못하는 것도 아닌 터라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2 차 또는 3 차 대유행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산행길을 닫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1 차 유행시기보다 훨씬 위험한데도 말이다.  

다시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차 대유행이 사그러들기 시작한 7월이었다. 평소에는 여름철에 산을 오르지 않는다.  남들은 여름철을 산행 시즌으로 여기지만 필자는 아니다.  나에게는 두 가지 이유가 적용된다. 둘 다 모두 번잡함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다. 첫 번째 것은 모기와 거미, 진드기 등등 벌레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6 월부터 9 월까지 진드기와 모기 그리고 거미는 기승을 부린다. 오히려 눈에 띄는 벌레는 안심이 놓인다. 보이지 않는 작은 벌레가 산행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특히 진드기와 새끼 거미는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물리면 오래도록 곤욕을 치른다. 알다시피 진드기는 유행병을 옯기고 새끼 거미는 한 번에 서너 개씩 물린 자국을 남겨놓는데 그 가려움증은 모기를 능가한다.  

번잡함을 야기하는 또다른 주범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여름철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기에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세워놓은 규칙은 '여름철 입산금지'였다. 그리고 수많은  하이커들의 산행으로 산은 쉽게 망가지는데 조금이나마 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여름철 산행을 중단했다.  개인적으로 산행을 즐기는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한국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늦가을이 절정이겠지만 이 곳은 가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므로 시즌이 끝나지만 필자의 시즌이 이 때부터 이듬해 5 월까지다. 이 기간동안 두 주에 한 번꼴로 산에 오른다. 때로는 일일 산행, 때로는 1-2 박 야영이 곁들어진 산행이 줄을 잊는다.   

주위 사람들이 간혹 묻는다. 비 오는 날 어떻게 산에 오르냐고...? 또는 영하의 추위속에서 어떻게 야영을 하느냐고...? 이제는 익숙해 졌지만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 철저한 준비다. 오랜 시간 찬비를 맞다보면 등골을 오싹하게 식히는 추위가 스며든다. 방수처리가 잘못되어 옷 속으로 비가 스며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겨울 산행은 준비가 필요하다. 장비도 갖춰야 하고 몸을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초보자나 일반인은 겨울 산행을 피하게 된다. 늦가을이나 한 겨울에 산에 오르다 보면 나 홀로인 경우가 빈번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기도 하거니와 그 넓은 산에서 홀로 남겨지는 것이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다 보면 공포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자꾸 누군가가 뒤에서 부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겨울철에 야간 산행도 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해하는 주위 사람들은 안전문제를 걱정한다. 그런데 올 해에는 홀로 산행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코비드-19로 무료함에 지친 사람들이 대거 자연으로 몰리면서 산과 들 바다가 혼잡해진 것과 연관이 있을 터이다.  

산행을 계획할 때 몇가지 법칙을 따르는데 그중 하나가 산행 거리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방금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나 홀로 산행을 즐기고 싶은 경우 산행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지금까지 경험상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3-4 마일(약 4 킬로) 부근에도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 지점에서 되돌아 가는 것이 시간도 적당하고(2-3 시간), 다리에 피곤이 밀려올 때다. 7 에서 8 마일 부근까지 도달하면 그 이후부터는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요함이 찾아오고 비로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법칙은 날씨의 관측이다. 지역적 특성상 이 곳은 일년중 비가 내리는 날이 300 일이 넘기 때문에 비 내리는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바람과 번개 그리고 눈폭풍이 고려 대상이다. 바람 특히 계곡에서 부는 바람은 나무를 종종 쓰러트리는데 자칫 다치거나 압사당할 수 있다. 번개는 날씨가 따듯한 날에(주로 여름과 가을) 해발 2,000 미터 이상의 고지에서 오후에 주로 발생한다. 해발이 낮은 곳에서 따뜻하게 덮인 바람이 습기를 머금고 산 중턱에 부딪히면서 번개가 발생하는데 종종 우박을 동반하기도 한다.  바로 그 번개가 산불을 일으킨다. 번개를 피하려면 반드시 오후 2 시 이전에는 이천 미터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겨울 산행은 특히 눈폭풍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대부분의 조난 사고가 눈폭풍속에서 발생한다. 또하나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은 눈사태다. 해마다 수십차례 이상 눈사태 경보령이 울리는데 안타깝게도 희생자가 꾸준하게 발생한다.  

세 번째 법칙은 산을 대하는 나의 자세다. 자신을 낮출 수록 산은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 오를 수 있는 곳까지만 오르고 범접할 수 없는 곳은 바라만 본다. 무리해서 오르다 보면 산은 품지않고 내친다.  산이 넉넉하게 가져다 주는 곳에서 자족하는 것이 오래도록 산에 오를 수 있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아무런 준비없이 산에 오를 수 있다. 젊은 나이 일 수록 준비과정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유연성이 덜해지고 근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체력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나의 경우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은 발목이다. 검도를 수련하면서 다쳤던 발목이 요즘 사단을 자주 일으킨다. 툭하면 붓고 자주 접질려진다. 인대를 다치고 근육에도 손상을 입힌다. 발목 덕분에 친해진 발 전문의는 농담 삼아 산에 가지 말라고 놀린다. 산을 찾을수록 발목이 약해지는 것을 지난 7-8 년 동안 관찰하기 때문이다. 발목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으로 조깅만 한 것이 없는데 요즈음에는 이것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들어봐도 빈번하게 다치는 부위는 발목과 무릎 그리고 허리다. 모두가 근육과 관련되어 있는 부위다. 평소에 근력을 다지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면 부상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야영을 하기 위해서도 체력관리를 해야한다. 이 것 역시 젊은 나이에는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한계를 이겨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평소 몸의 자세를 올바로 하는 것이 무척 도움된다. 하룻밤 사이에 몸은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데 평소 가지고 있던 나쁜 자세와 습관으로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하기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장시간 누워서 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에 오르는 일은 사람마다 다 제각각의 일이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또 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성취감을 쉽게 얻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의 수고(어떤 사람에게는 고생이겠지만)로 얻어지는 성취감은 무척 크다. 단 3-4 시간의 걸음걸이로 정상에 오르면 얻는 것이 너무도 많다. 자신감을 비롯해서 엔도르핀의 분비로 몸에 전달되는 쾌감도 최고치에 이른다. 지금까지 살면서 산행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몸이 힘들었다는 호소는 들어봤어도 산행의 경험을 혐오스러운 단어로 표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산이 무작정 좋아서 오르는 사람도 있을테고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묻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 결과는 모두 다 해피엔딩이다. 사람이 하는 행위 중에서 이 만큼의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 또 있을까?  다른 나라, 다른 사회에서는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산행만큼은 누구나가 즐길 수 있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이 곳 미국에서는 국립공원을 제외한 나머지 산행길은 내가 알기로는 모두 공짜다. 일 년 내내 약간의 수수료를 주차비 정도로 지불하는 것이 전부다. 이 것 역시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물론 겨울 산행이라든가 암벽등반과 같은 난도 높은 산행이나 여가 활동은 고가의 장비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에 비싸다고 할 수 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역량에 속한 것이므로 각자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  

산에 오르면서 얻는 것이 어찌 행복, 성취감, 건강 뿐이겠는가… 장시간 걷게 되면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은 깨어나게 되고 생각이 깊어진다. 더군다나 산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운에 한동안 넋을 잃게 되고 그 와중에 자연과 하나 되는 일체를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 경험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우주의 한 구성원이기에 자아를 일깨우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종교의식보다도 숭고하게 치를 수 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자신의 실체와 마주치게 된다. 그러려면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가능한 멀리 떨어진 산에 올라야 한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가끔 산행을 경건하게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산에 오르기를 권한다. 모른 곳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자아를 만나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겠는가...

<김영석:재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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