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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나 성조기 부대나...도긴개긴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1/10 [00:05]

태극기 부대나 성조기 부대나...도긴개긴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1/01/10 [00:05]

 

 

 

트럼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그의 선동이 결국 내란에 준하는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 트럼프는 1월 20일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 미국의 전통 중 또 하나를 확실하게 깨 버렸습니다.

트럼프의 탄핵은 분명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이는 의회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임기가 남지 않은 그를 법적으로 쫓아내 버리겠다고 하는 건 아마 그가 2024년 선거에 재등장하는 걸 완전히 봉쇄해 버리겠다는 이야기겠지요. 그가 남긴 분열의 씨앗을 잠재우려면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문제는 만일 트럼프 탄핵이 정식으로 추진된다면, 여기에 동조할 공화당 의원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공화당 내의 비교적 상식적인 의원들은 물론, 과거 극우 트럼피스트로 분리됐던 이들이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이들도 상당수가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이 말은 실제로 트럼프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미국도 이 '부끄러운 역사'를 어떻게든 돌리려 할 것이고, 트럼프 탄핵은 그런 면에서 다분히 트럼프 시대 자체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트럼프를 극렬 지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넘어 의회 안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한 것은 미국의 상식 있는 시민들과, 심지어는 트럼프의 지지자였던 사람들조차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닙니까? 황교안 때였던가요? 태극기 부대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극우 세력들이 국회로 난입했던 모습이 딱 겹쳐 보이더군요. 이번에 여기서는 네 명이 숨졌지요. 아니, 순직한 경찰관까지 해서 다섯 명이 이번 사태로 목숨을 잃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조금 더 선진적이지요? 우리는 그래도 이렇게 국회에 난입했다고 해서 목숨을 잃은 이는 없었으니.

우리나라의 태극기 부대와 미국의 성조기 부대가 보여준 망동들은 결국 그들 스스로를 폭망시키고, 더 나아가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함께 말아먹게 만들고 국민 대중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하는군요.

극우들이 득세하는 상황은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이들은 말 보다는 폭력으로, 대화보다는 욕설로, 근거 없는 것들을 자기들의 근거로 삼아 세력을 넓히고, 자극적인 코드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없는 이들을 선동하지요. 안타까운 건 이들의 선동에 넘어가 그 세력이 된 사람들은 자기 자신들이 무슨 애국자인양 착각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런 이들은 주장만 있고 설득은 없으며, 종교적 맹신, 더 나아가 광신자 수준으로 자기들의 주장을 반복하고 이를 믿으라며 폭력을 휘두르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반 문명적인 특징을 공유하고 있지요.

아무튼, 미국에서 이 난리를 치른 '빨간 모자의 성조기 부대'는 이것으로 스스로의 무덤을 팠습니다. 여기에 갑자기 등장한 태극기를 보면서 우리도 저 극우 세력들에 대해서는 이젠 강경대응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고. 앵똘레랑스와는 타협해선 안 되지요. 그리고 그 세력을 부추겨 온 세력들에 대해서도 이젠 좀 강경해집시다. 그리고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과 타협하자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우리 안의 적임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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