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자체장 '손보기' 이명박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원본 나와... 김태년 "천인공노할 일..박근혜 때도 미행·도청·해킹까지 동원했다"

정현숙 | 기사입력 2021/02/19 [06:08]

野 지자체장 '손보기' 이명박 국정원 불법사찰 문건 원본 나와... 김태년 "천인공노할 일..박근혜 때도 미행·도청·해킹까지 동원했다"

정현숙 | 입력 : 2021/02/19 [06:08]

윤건영 "MB 국정원 불법사찰도 충격적인데, 이에 대한 야당의 '궤변'은 더 충격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지난 2011년 9월 작성한 배진교 의원 등 야당 지자체장들에 대한 사찰 문건. 배진교 의원 제공

 

김태년 "국힘당 적반하장.. 이명박 국정원 불법사찰이 정치공작? 방귀 뀐 놈이 성내"

 

이명박 정부 시절 야당 정치인과 연예인 등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불법 사찰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당시 인천 남동구청장이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에 대한 국정원 사찰 문건 원본이 나왔다. 시·도지사는 물론 구청장과 군수까지 ‘깨알 사찰’했다.

 

18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해당 문건을 열람 후 복원하는 방식으로 간접 공개한 적이 있지만, 원본이 세상에 드러난 건 처음으로 매체는 배 의원의 동의를 받아 문건을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인 2011년 9월 15일 작성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이다. 사찰 대상은 광역 지자체장 8명과 기초 지자체장 24명으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정의당) 속이었다. 문건은 야권 지자체장 32명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총론'과 개인별 문제를 나열한 ‘붙임’ 부분으로 구성된다.

 

배진교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건 내용을 보면 '총론'에서 국정원은 이들이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ㆍ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라며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지자체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보수 단체 지원을 축소하고 △‘종북ㆍ좌파’ 인물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고 △‘좌파 강사’를 동원한 강연회를 열었기 때문에 나쁘다면서 불법 사찰을 자행했다.

 

국정원은 또 야당 지자체장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표 정책인 4대강 사업 등을 흔든다며 이들이 “대(對) 정부 비난 여론 및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무상급식을 ‘세금 급식’으로 지칭,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자체장들이 김대중 정부의 2000년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한 것을 두고는 “지역민들의 정부 대북정책 불신을 유발한다”라고 평했다.

 

관련해 배 의원은 한국일보에 “국가 권력이 지자체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살피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 소름 돋고 무서운 일”이라며 “정신적인 고문이나 다름없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구청장 재직 당시 감사원 감사를 받은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사찰의 결과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증빙이 속속 나오는 불법사찰을 두고도 오히려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적반하장 맞불 공세로 나오고 있다. 여권이 4월 재보궐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공작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부산에서 가장 유력한 박형준 후보를 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둘러댔다.

 

하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중대한 변수가 될 조짐이다. 박형준 후보가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으로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쟁점화 되니까 '국정원이 지금 정치하나'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도 사찰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언론 제목도 나오던데 선거를 앞두고 쟁점화되는 것이 의아스럽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불법사찰에 있어선 김대중 정부가 가장 극악한 정권이고 박 국정원장은 DJ 정부의 가장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실상과 다른 말을 하는 게 정치공작이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관련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원 불법사찰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힘당을 두고 "책임 회피를 위한 물타기 공세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법 사찰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진실을 고백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라며 "선거를 빌미로 정치 공작 운운하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적반하장의 낯부끄러운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대해 "피해자들의 정보공개청구로 제출된 극히 일부의 사찰문건만으로도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전원과 지자체장, 문화계 인사 등을 불법 사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6일 국회 정보위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엔 중단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속됐을 개연성이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시키면서 공식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보고했다"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2009년 12월 16일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불법사찰이 박근혜 정부까지 8년 동안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지속된 셈"이라고 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시절 국정원이 불법사찰에 미행과 도청, 해킹을 동원했다는 MBC 보도를 언급하며 "천인공노할 내용이었다"라며 "민주당은 국민 기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대범죄를 저지른 이명박·박근혜 정부 불법 사찰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불법사찰과 관련해 정치공세를 펼치는 국힘당을 향해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도 충격적인데, 이에 대한 야당의 '궤변'은 더 충격적이다"라며 국힘당에서 정치공세로 적반하장 몰고 나가는 기사와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기사를 캡처해 올리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 의원은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제 새롭게 출발하자면 될 일인데, '똥물을 혼자 맞을 수는 없다'는 심보인지 김대중-노무현 정부 운운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라며 "심지어 하태경 의원은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답하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야권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 사찰이 시작된 날짜는 김승환 교육감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2009년 12월 16로 나온다. 

 

윤 의원은 "그러니 국정원이 여야 국회의원을 불법 사찰하기 시작한 것은 이날부터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라며 "물론 그전에도 국정원은 존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이 되도록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정권을 위한 국정원의 시대는 끝내고 국민을 위한 정보 서비스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왜 애써 모른척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심지어 '정치사찰 등과 관련된 국정원 인력을 동북아 지원인력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이미 그때 있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한 바 있나?"라고 거듭 물었다.

 

윤 의원은 "그런 노무현 정부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고, 다시 국정원을 입안의 혀처럼 써먹고자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누가 뭐래도 지금 국민의힘이다"라며 그 시절 싸 놓은 똥을 얘기하고 있는데, 먼저 그 길을 지나간 이들더러 답을 하라니 '궤변'이라 할 밖에"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명명백백하게 과거의 잘못을 밝히는 것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라며 "그리고 그것은 이제라도 국민의힘이 역사적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억지와 궤변은 접어두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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