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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보수 학생단체로 옹호한 '신전대협'의 정체와 반성문

"사실을 말해서, 공정한 기회를 요구해서,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대단히 죄송"

정현숙 | 기사입력 2021/05/12 [07:01]

언론이 보수 학생단체로 옹호한 '신전대협'의 정체와 반성문

"사실을 말해서, 공정한 기회를 요구해서,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대단히 죄송"

정현숙 | 입력 : 2021/05/12 [07:01]

'신전대협'을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로 소개하며 홍보해주는 언론

 

'신전대협' 의장이라는 김태일  씨가 9일 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풍자하면서 비판하는 ‘반성문’을 낭독하고 있다. 페이스북
지난해 9월 24일 김태일 씨가  서초동 대검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복무와 관련해 추가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사진/선데이뉴스

 

신전대협, 공정·정의를 내세워 목소리 높이지만, 선택적 공정·정의를 부르짖는다는 비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북조선의 개' 등으로 표현하며 모욕죄로 고발당했다가 취하된 김정식 씨와 그의 쌍둥이형 김용식 씨는 언론이 일반인 청년으로 포장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쪽에 줄을 댄 정치지망생으로 모두 30대 중반을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쌍둥이 형 김용식 씨는 국힘당 서울시당 대변인으로 지난 총선에서 남양주을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동생 김정식 씨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공천에서 탈락한 전력의 소유자다.

 

동생 김 씨는 '신의한수'와 '고성국TV' 등 극우 유튜브 등에 나와서 문 대통령을 악당 타노스로 비하하고 조롱 하는 삐라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과거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라는 단체에서 대변인 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신전대협은 지난 2019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인공기를 들고 '문재앙'을 외치면서 북한군 코스프레를 하는 등 선을 넘는 행태로 논란이 많은 단체다.

 

지금 신전대협이나 전대협 모두 1980년대 민주화 학생운동 단체인 전대협과는 무관한 극우 성향의 단체지만 언론은 건전한 비판을 하는 상식선의 보수단체로 포장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전대협이 보수 정치권에 줄을 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전대협은 10일 ‘반성문’ 형식을 빌린 400여장의 대자보를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가에 붙였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최근 대통령을 비방한 유인물을 뿌린 김정식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하한 것을 비아냥거리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은 김정식 씨를 옹호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각하 죄송합니다' 대자보를 전국 대학에 무단으로 붙였다. 전날 오후 10시쯤에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반성문’을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언론은 신전대협을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로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홍보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과거 전력으로 봐서도 순수한 학생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9년 7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북한군 코스프레 하며  북한 인공기들고 나타나서 < 문재앙> 이라고 외치는 '신전대협'.  'easy cafe' 유튜브 화면 캡처


이날 신전대협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건물 기둥과 전국 100개 대학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아냥대고 조롱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조선일보 등 언론매체들은 대자보가 '반성문'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를 풍자·비판한다고 보도했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선을 넘은 비야냥으로 읽힌다.

 

이들이 공개한 대자보에 따르면 반성문의 발신은 '신전대협' 수신은 '문재인 대통령 각하'로 표기돼 있다. 신전대협 의장이라는 김태일 씨는 자신을 비방한 유인물을 뿌린 국힘당 쪽 정치인으로 줄을 댄 김정식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청와대의 지시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전대협은 반성문에서 아무런 죄도 없이 김정식 씨가 고소를 당한 거처럼 강변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한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라며 "이 청년은 22개월간 조사당하며 집요하게 괴롭힘당했고, 휴대전화를 3개월간 압수당하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고소를 취하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하의 순간에도 고소의 여지를 남겨 엄중한 경고를 남겼기에 반성문을 올린다"라고 반성문 작성 취지의 의미를 전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각하 죄송하다"라며 "저희 대학생들은 문재인 정부가 2030 세대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생각한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정부가 대한민국의 공정한 질서를 해체했다"라며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문 대통령 아들에 대한 불확실한 특혜 의혹 등을 언급했다.

 

신전대협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가격폭등으로 내집마련, 결혼, 취업 모두 포기해야 했다"라며 "이제 우리는 부모세대보다 못 살게 된 첫번째 세대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 인사 다수가 운동권 출신이었던 것을 겨냥해 "대학 생활 내내 화염병을 던지고 대자보를 붙이던 분들이 집권했기에 이 정도 표현의 자유는 용인될 줄 알았다"라며 "그러나 착각이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은 댓글이든, 대자보든, 전단지든 모두 탄압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전대협은 "사실을 말해서, 다른 의견을 가져서, 표현의 자유를 원해서, 공정한 기회를 요구해서, 대통령 각하의 심기를 거슬러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끝까지 비아냥 거렸다.

 

이들이 공정과 정의를 내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국힘당 관련 비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선택적으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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