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기자의 목격담 "백주대낮에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박원순 비서의 '네일아트'"

국민뉴스 | 기사입력 2021/07/28 [00:08]

기자의 목격담 "백주대낮에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박원순 비서의 '네일아트'"

국민뉴스 | 입력 : 2021/07/28 [00:08]

 

처음에 떠오른 것은 어떤 여성의 맑고 높은 하이톤 음성과 웃음이었다. 얼굴이나 모습도 희미하지만 기억이 났다. 좀더 기억을 가다듬으니 네일아트라는 단어까지 떠올랐다.

 

고 박원순 시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중 집무실 내에서 한 여성비서가 "시장님 저 네일아트 했어요. 어때요 예쁘죠"라고 손을 들이대며 자랑을 했고, 박 시장은 굉장히 어색해 했다.

 

옆에있던 동료가 "요즘은 저런게 개성이다. 잘 가꾸고 꾸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자 겨우 "그러냐"며 여비서가 내민 손을 살펴봤다.

 

그 여비서는 시장실에 가끔 올라 갈 때 가장 오래 봤던, 인터뷰가 길어지면 '감히' 문을 열고 들어와 다음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며 끊었던 바로 그 녀였다.

 

내가 이 기억을 떠올린 건 올해 1월 인권위의 고 박시장 사건 조사 결과에서 난데없이 '네일아트'건이 추가로 인정돼 발표문에 포함되면서다. 박시장이 이 여비서의 네일아트한 손을 만진 것이 성희롱이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인권위의 발표가 전반적으로 이상하긴 했다. 여비서측이 주장한 피해 사실 대부분을 경찰 조사와 마찬가지로 입증될 객관적 증거 등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해놓고도 애매한 한 두가지에 네일아트까지 새로 끄집어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는 논리적 뒷받침없이 박원순 시정 시장실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며 시정을 권고했다. 

 

다른 피해주장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목격한 네일아트 자랑 건은 도대체 뭐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내가 목격한 그 네일아트 자랑건은 '성'폭력이 절대 개입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주대낮에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일이었다.

 

첫째, 그 여비서가 그 여비서였을까? 둘째 인권위가 적시한 그 네일아트건이 내가 목격한 그 장면이었을까? 

 

첫번째 의문은 기억을 좀 더 구체화시켜보고 증언을 들어보니 그녀가 그녀였다. 난 그녀가 시장실에 가장 오래 있었고 늘 차를 내왔으며 인터뷰를 하러 가거나 했을 때 나를 알아봐줬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 끊으러 들어왔던, 박시장에게 유독 살갑게 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무기간 내내... 인터뷰 날짜를 확인해 보니 그녀의 시장실 근무 기간 내에 내가 목격한 일이 있었다.

 

두번째 의문은 잘 모르겠다. 네일아트를 몇개월마다 새로 했는지, 아님 그때가 첨이자 마지막이었는 지는 지금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떠오른 기억을 2월말쯤 우연히 만난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전달했다. 그는 마침 책을 쓰는 중이었다며, 내 기억이 퍼즐 조각의 하나라면서 아직 마감 전이니 원고를 수정해서라도 책 내용에 넣겠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나중에 나온 책엔 내가 서울시를 오래 출입한 기자라고 표현되면서 익명의 증언 내용이 실렸다. 굳이 구설수 오르기 싫어서 익명을 요청했다.

 

나는 2013년 초부터 2018년 말까지 서울시를 맡았었다. 이후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왔다. 그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진 한국에, 특히 박원순 시장이 떠난 서울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며칠전 오마이뉴스가, 내가 나름 믿던 오연호 선배와 그 젊었던 친구들이 만들었던 열린 매체가, 손 기자를 근무시간에 책을 썼다고 징계를 줬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책저술로 징계를 주는 건 내부 필화다. 언론계에서 널리 알려진 기자 갈구기 수단이다. 손 기자가 잘 극복해갔으면 한다. 건강도 잘 챙기시고.

 

정철승 변호사가 한겨레 박고은 기자의 기사에 형사 소송을 예고하셨다. 박 기자, 빨간 줄까지 그을 정도로-고작 인권위의 권고문 기사를 링크해놓으셨던데-박 시장의 성폭력 가해자임이 명백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란다. 정 변호사의 소송을 응원한다.

 

뒤늦게 이 글을 쓰고 증언 사실을 털어 놓은 것은, 안그래도 폭염에 힘들어죽겠는데 더 짜증나게 하는 위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다들 더위와 전염병으로부터 무탈하시길. 지구를 빨리 살려야겠다.

 

글쓴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원순 쪽 변호사 "여성 비서 두지 말라"] 제목의 한겨레 박고은 기자의 지난 25일 기사 일부 내용. 정철승 변호사는 박 기자에게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돌이켜보니 박원순  사건은 나에게 '운명'

 

'비극의 탄생'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삽입된 증언이 아시아경제 Bong Soo Kim 기자의 '네일아트' 목격담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우연스럽게 나를 찾아왔다. 처음부터 박원순 사건에 결론 내려놓고 김봉수 증언을 끼어맞춘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박원순이 네일아트한 비서의 손을 만졌고,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게 국가인권위 결정이었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인권위가 공개 안했으니 알 수 없는데, 시점상 가장 빠른 게 김봉수 건이었다.

 

이 증언으로 보면, 박 시장은 이 전에는 네일아트가 뭔지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는 '박원순 성희롱 인정' 발표에 이걸 새로운 사실이라고 내놓았는데, 그 결정은 김봉수의 증언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인권위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4월사건' 피해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취지의 정황을 인권위에는 얘기 안 했을 것이고, 인권위도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생각을 닫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네 말에는 헛점이 많다"고 비판하면  "그렇지 않다"고 적극 반박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인권위는 그렇지 않았다.

 

인권위 처음 출범할 때 최영애 등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합류했고, 이들은 하나같이 "검찰은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하는 일이 없고, 인권위는 그런 기관들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기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지금의 인권위가 그들이 비판했던 검찰과 뭐가 다른가 싶다.

 

박원순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이런 발표에 의존해서 "국가기관이 성희롱(또는 성폭력) 인정했다"고 돌림노래를 부르는 언론들(기자들)이 있다.

 

6~7개월 취재한 팩트들이 가리키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논거를 제시해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편견에 기대서 답정너를 고집한다. 그러나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이기만 하다면 20세기의 판사들이 그 무수한 간첩조작 사건에서 그들의 주장을 묵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년 회사원 생활하면서 "사실 앞에 겸손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국가보안법 없어지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되면, 부동산에 세금 많이 물리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시절에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지금은, 신념이 앞서는 부류들만큼은 팩트를 다루는 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꼭 하고싶다. 많은 이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업에 남다른 신성함 또는 특별함을 기대하는 게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덧) 김봉수 기자가 내가 회사에서 징계받은 걸 언급했다. 사실 지금 타의로 회사 일을 놓은 상태다.

 

책에 써놓고 얘기 안 하는 두 가지가 회사 얘기와 건강 얘기다.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내가 좀 더 건강했다면 박원순 사건 취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왜? 박원순 사건 아니라도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넘어갔을 테니까.

 

돌이켜보니 이 사건은 나에게 '운명'이었다. '최종심급'이 되면 모든 것을 다 꺼내놓을 것이다.

 

글쓴이: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