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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517> 모의열핵탄두 비행흔적과 붉은기 중대

한호석 칼럼 | 기사입력 2022/11/28 [07:51]

<개벽예감 517> 모의열핵탄두 비행흔적과 붉은기 중대

한호석 칼럼 | 입력 : 2022/11/28 [07:51]

 

<개벽예감 517> 

모의열핵탄두 비행흔적과 붉은기 중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차례> 

1. 조선이 화성포-17형을 만든 이유 

2. 최고비행속도를 왜 발표하지 않았을까? 

3. 고각발사로 재진입기술 완성했다 

4. 사진에 나타난 모의열핵탄두 비행흔적들 

5. 대륙간탄도미사일 운영하는 붉은기 중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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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그들의 노력을 평가했다. 이 자리에는 김위원장의 둘째 딸이 동행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1. 조선이 화성포-17형을 만든 이유

  

2022년 11월 18일 금요일 오전 10시 15분경 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시험발사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지도하였다. 이날 시험발사는 화성포-17형을 두 번째로 쏘아올린 제2차 시험발사였다. 화성포-17형 제1차 시험발사는 2022년 3월 24일 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 밑에 진행되었다. 화성포-17형은 2022년 3월 24일 오후 2시 33분경 고각으로 발사되었고, 2022년 11월 18일 오전 10시 15분경 또다시 고각으로 발사되었다.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5,000km 이상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1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조선은 2022년에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두 차례 진행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사거리가 13,000km에 이르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미국 워싱턴 DC를 날려보낼 수 있는 막강한 핵타격력을 확보한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사거리가 15,000km 이상인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화성-15형만으로도 대미핵억제력이 충분한데, 그보다 사거리가 더 긴 화성포-17형을 굳이 만들어야 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계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전체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엄청난 핵타격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태평양 상공을 통과하여 미국 본토 서부지역을 타격할 수 있고,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극해 상공을 통과하여 미국 본토 중부지역과 동부지역을 각각 타격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화성-14형을 북태평양 상공에서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캘리포니아에 배치했고, 화성-15형을 북극해 상공에서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를 알래스카에 배치했다. 2021년 2월 23일 미국군 합참본부 차장 존 하이튼(John E. Hyten)은 민간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 출연하여 조선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의 국가미사일방어능력은 현재 중국, 로씨야, 이란이 아니라 분명히 북조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면서,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계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각각 배치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조선은 북극해 상공과 북태평양 상공을 통과하지 않고 남극대륙 상공을 통과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화성포-17형이다. 조선이 남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한 화성포-17형은 남극대륙 상공을 통과하고, 남미국가 에꽈도르 상공을 지나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그처럼 매우 먼 거리를 날아가려면, 사거리가 15,000km 이상 되어야 한다. 화성포-17형은 전 세계 핵강국들이 보유한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들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가는 세계 최강의 전략무기다.

 

조선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막강한 미사일공격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시기에 미국은 기존 미사일방어능력을 대폭 보강하여 맞서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이를테면, 2020년 8월 18일 미국 미사일방어청장 존 힐(Jon A. Hill)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민간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이 주최한 화상토론회에 출연하여 미국 국방부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기존 요격미사일보다 성능이 더 우월한 신형 요격미사일을 2030년까지 실전배치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2028년까지 실전배치하려는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은 미국의 편이 아니었다. 조선이 남극대륙 상공을 통과하여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화성포-17형을 실전배치한 오늘, 신형 요격미사일을 개발하여 2028년까지 실전배치하려던 미국의 야심찬 계획은 결국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다.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성공은 조선의 미사일공격능력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을 압도한다는 것을 실증해준 매우 중대한 사변이다. 이 중대한 사변은 다음과 같은 후속조치들을 수반했다.

 

첫째, 2022년 11월 26일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을 압도하는 미사일공격능력을 “완전무결하게 완성한” 국방과학연구부문 지도간부들과 과학자들의 “혁혁한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의 군사칭호를 올려주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포상명령을 하달했다. 수훈자들의 실명이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둘째, 2022년 11월 2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제1차 시험발사와 제2차 시험발사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을 압도하는 화성포-17형의 위력을 실증한 11축22륜 발사대차 제321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칭호와 금별메달,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했다. 고유번호 ㅈ09151751로 표기된 화성포-17형은 제2차 시험발사에 사용되어 실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된 발사대차 제321호를 포상한 것이다.

 

이처럼 조선의 미사일공격능력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을 압도하면서 군사상황이 급변하자 미국은 핵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이 핵공포를 차츰 심하게 느낄수록, 조선은 ‘남조선해방전쟁’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2. 최고비행속도를 왜 발표하지 않았을까? 

  

화성포-17형 제1차 시험발사와 제2차 시험발사에서 나타난 성능지표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1차 시험발사

 

2차 시험발사

 

최고정점고도

 

6248.5 km

6040.9 km

 

비행거리

 

1,090 km

999.2 km

 

비행시간

 

4,052(6732)

4,135(6855)

 

 

제2차 시험발사에서 화성포-17형은 제1차 시험발사에 비해 1분 23초 더 오래 비행하였는데, 최고정점고도는 207.6km 더 낮아졌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면, 최고정점고도도 더 높아져야 하는데, 최고정점고도는 되레 낮아졌다. 그렇다면 화성포-17형은 제2차 시험발사에서 이전보다 느린 속도로 비행한 것일까?

 

지금까지 조선은 각종 미사일을 수없이 시험발사하였으나, 미사일의 비행속도를 외부에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의하면, 제2차 시험발사에서 화성포-17형의 비행속도는 “약 마하 22”로 측정되었다고 한다. 마하(Mach) 22는 음속의 22배로 날아가는 엄청난 속도이며, 1초에 7.5km를 날아가는 고극초음속(high-hypersonic speed)이다. 화성포-17형이 제2차 시험발사에서 마하 22의 고극초음속으로 날아갔다면, 비행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졌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성포-17형의 최고비행속도가 마하 22로 측정되었다고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고, 화성포-17형의 비행속도가 약 마하 22로 측정되었다고 불명확하게 발표했다. 원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비행과정에서 균일한 속도로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평균비행속도를 산출하여 발표하지 않고 최고비행속도를 측정하여 발표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평균비행속도도 아니고 최고비행속도도 아니고, 매우 불명확한 비행속도를 발표했다. 왜 그랬을까? 한국군 합참본부는 마하 22 이상으로 측정된 화성포-17형의 최고비행속도를 발표하지 않고, 비행속도가 약 마하 22로 측정되었다고 불명확하게 발표한 것이다.

 

조선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였을 때, 한국군 합참본부는 그 미사일이 대기권(중간권)에 진입하기 전에 마하 24의 속도로 비행하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하 20의 속도로 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5년 전 최고비행속도와 대기권 진입 비행속도를 구분했지만, 이번에는 양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런 불명확한 발표내용 뒤에는 화성포-17형이 화성-15형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하였다는 사실이 은폐되어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화성포-17형의 최고비행속도가 마하 24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화성포-17형의 최고비행속도를 파악하려면, 추진단계(boost phase), 중간단계(midcourse phase), 종말단계(terminal phase)에 따라 달라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속도를 단계별로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추진단계에서 로켓엔진을 가동하면서 가속도로 상승한다. 가속도로 상승하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연료를 전부 소모하고 외기권(exosphere)에 진입한다. 외기권은 지표면으로부터 700~10,000km에 이르는 공간이다. 외기권에 진입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중간단계에서 상승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최고정점고도에 도달한다. 최고정점고도에 도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지구를 향해 낙하하기 시작한다. 중간단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낙하속도는 대체로 마하 20에 이른다.

 

중간단계에서 낙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종말단계에 진입하면, 미사일 동체에서 재진입체(reentry vehicle)가 분리된다. 동체에서 분리된 재진입체의 낙하속도는 최고속도인 마하 24~25의 고극초음속에 도달한다.

 

재진입체는 고극초음속으로 낙하하다가 공기저항을 받으면서 낙하속도가 마하 20 정도로 떨어진다. 예컨대,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의 낙하속도는 마하 24(초속 8.2km)까지 높아졌다가, 공기저항을 받으면서 마하 20(초속 6.8km)으로 떨어졌다. 

 

3. 고각발사로 재진입기술 완성했다 

 

종미우익 성향의 군사전문가들은 2022년 11월 18일 조선이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서 성공하였을 때,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들은 “고각발사로는 재진입기술 검증이 제한적”이라느니 또는 “고각발사로 (미사일을) 멀리 보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재진입기술은 정상각도로 발사해야 확보할 수 있다”느니 또는 “마하 2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대류권 부근에서 발생하는 섭씨 6,000~7,000도 이상 고열과 충격이 예상되는 ICBM 운용환경의 완전한 재진입체 기술을 북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느니 뭐니 하며 분별없이 떠들어댔다. 대북혐오선동에 열을 올리는 종미우익 언론매체들은 그들의 잠꼬대 같은 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이처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에 관한 허위보도가 쏟아져 나오자, 많은 독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화성포-17형에 관한 인식혼란을 극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는 외기권(exosphere)에서 낙하하기 시작하여 열권(thermosphere)에 진입하면서 공기저항을 받기 시작하는데, 지표면으로부터 약 100km 고도에서 공기밀도가 높아지는 카르만선(Karman line)을 지나 중간권(mesosphere)에 진입하면 공기저항이 엄청나게 커지고, 그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고열과 고압, 충격과 진동이 발생한다. 고열과 고압 속에서 탄두를 보호해주고, 충격과 진동 속에서 비행자세를 제어해주는 것이 재진입기술이다. 만약 재진입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 재진입체가 카르만선을 지나 중간권에 돌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과 고압, 충격과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형체도 없이 허공에서 연소되어 버린다.

 

2016년 3월 14일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물리적 모의시험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기권 재돌입환경 모의시험은 조선이 자체 기술로 설계, 제작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체가 대기권(중간권)에 돌입할 때 “공기력학적 가열로 생기는 높은 압력과 열흐름 환경 속에서 첨두의 침식 깊이와 내면온도를 측정하여 개발된 열보호재료들의 열력학적 구조안전성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는데, “대기권 재돌입 시 조성되는 실지 환경과 류사한 압력조건과 근 5배나 되는 열흐름 속에서도 첨두의 열력학적 구조안정성이 확증됨으로써 대륙간탄도로케트 전투부의 재돌입 믿음성을 확고히 담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은 2016년에 재진입체를 완성했고, 2017년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발사에서 재진입기술을 완성했다. 2017년 7월 4일 조선에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되었을 때,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재돌입 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섭씨 수천 도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온도는 섭씨 25~45도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폭발조종장치는 정상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7년 11월 29일 조선에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되었을 때도,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5형이 “재돌입환경에서 전투부의 믿음성을 재확증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조선이 2017년에 화성-14형 고각발사와 화성-15형 고각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실증한 것이다.

 

미국도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테면, 2020년 11월 17일 헤리티지재단은 ‘2021년 미국 국방력 지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중앙정보국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정상궤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할 때 재진입체가 충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서술했다.

 

‘2021년 미국 국방력 지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한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er)는 2020년 11월 19일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전자우편으로 대담하면서 조선이 재진입기술을 완성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판단이 미국 공군 국가항공우주정보쎈터(NASIC)의 정보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공군 국가항공우주정보쎈터는 다른 나라들이 진행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군사정보기관이다. 미국 공군 국가항공우주정보쎈터는 조선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였을 때 재진입체가 중간권에 돌입하는 정황을 군사첩보위성을 통해 관측한 영상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을 완성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브루스 클링너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과 관련하여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진행한 전자우편 대담을 읽어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발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진입기술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발사했을 때보다 고각으로 발사했을 때 재진입체가 훨씬 더 심한 고열과 고압, 충격과 진동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발사하여 재진입체가 저각으로 비스듬히 중간권에 진입하는 경우, 재진입체는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데, 중간권에 진입한 이후 재진입체의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고온과 고압을 받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와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여 재진입체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중간권에 돌입하는 경우, 재진입체의 비행시간은 짧아지고, 그에 따라 고온과 고압을 받는 시간도 짧아지지만, 재진입체가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중간권에 돌입할 때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 공기저항은 저각으로 비스듬히 중간권에 진입할 때보다 훨씬 더 강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발사를 통해 재진입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정상각발사를 통해 재진입기술을 완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고각발사에서 재진입기술을 완성하였으므로, 구태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으로 발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4. 사진에 나타난 모의열핵탄두 비행흔적들 

 

<로동신문>은 2022년 11월 18일 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가리켜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리정표로 되는 력사적인 중요전략무기 시험발사”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조선이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국가핵무력 강화사업에서 “중대한 리정표”를 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대한 리정표”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현장에서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지도하면서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 데 대하여 재삼 확인하게 되였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2022년 3월 24일 화성포-17형 제1차 시험발사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와 2022년 11월 18일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비교해보면, “중대한 리정표” 또는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이라고 말하는 특별한 성과가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가 이룩한 특별한 성과는 국가기밀에 속하는 정보이므로,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성포-17형 제1차 시험발사에서 이룩하지 못했던 특별한 성과를 제2차 시험발사에서 이룩했으므로, “중대한 리정표” 또는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파악하려면,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중요한 내용을 다시 읽어보아야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부에 장착되는 각개발사식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s, MIRVs)를 제작하고, 운용하는 최고의 기술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탄두부에 각개발사식 재진입체를 여러 개 장착하면, 중간권에 돌입하는, 여러 발의 핵탄두를 실은 후추진체(post-boost vehicle)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타격대상들을 향해 열핵탄두 여러 발이 분리사출되고,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에 따라 열핵탄두들이 제각기 타격대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2022년 11월 18일에 진행된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서 조선은 각개발사식 재진입체를 쏘아올려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을 완성하였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실증했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이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하였다고 높이 평가하였으며, <로동신문>은 조선이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서 성공함으로써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리정표”를 세웠다고 보도한 것이다.

 

2022년 11월 18일 조선이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에서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을 완성하였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실증하였다면, 후추진체에서 분리사출된 모의열핵탄두 4발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서로 멀리 떨어진 해상에 각각 떨어졌어야 한다. 실제로 그런 물리적 현상이 일어났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기관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11월 18일 오전 11시 7분 일본 해상보안청은 화성포-17형이 당일 오전 11시 20분경 홋까이도(北海道) 최남단 서쪽에 있는 오시마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10km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고 발표했고, 곧이어 일본 관방장관은 화성포-17형이 당일 오전 11시 23분경 오시마오시마 서쪽 약 200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합참본부)는 조선이 화성포-17형을 발사하자 해상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와 P3C 오리온(Orion) 초계기를 홋까이도 상공으로 황급히 출동시켰다. 현장에 출동하여 홋까이도 서쪽 상공을 비행하던 F-15 전투기 조종사는 화성포-17형 모의열핵탄두가 떨어지면서 허공에 남긴 비행흔적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일본 방위성은 그 사진을 일본 언론에 공개했다.

 

일본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에는 과연 무엇이 나타났을까? 흰 연기처럼 보이는 비행흔적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모양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행흔적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사진 속에서 오른쪽 비행흔적은 흐릿하게 보이고, 왼쪽 비행흔적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인다. 사진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비행흔적은 모의열핵탄두가 촬영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허공에 남긴 낙하비행흔적이고, 사진 속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보이는 비행흔적은 모의열핵탄두가 촬영위치에서 가까운 허공에 남긴 낙하비행흔적이다. 그러므로 그 사진은 화성포-17형 모의열핵탄두 2발이 서로 멀리 떨어진 해상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각각 낙탄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것은, 첨두가 뭉뚝하게 생긴 화성포-17형 탄두부에는 열핵탄두 4발이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열핵탄두는 1발만 떨어져도 거대도시 전체가 사라지게 되는 초강력한 전략무기다. 그런데 열핵탄두를 2발밖에 장착하지 않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열핵탄두가 적어도 4발 또는 그 이상 장착되는 법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일본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조종사가 홋까이도 서쪽 상공을 비행하면서 미처 촬영하지 못한 나머지 모의열핵탄두 2발은 촬영각도를 벗어나 조종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은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5. 대륙간탄도미사일 운영하는 붉은기 중대들 

 

2022년 11월 18일 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을 때, 현장에서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지도한 김정은 총비서는 “대륙간탄도미싸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하여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훈시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을 읽어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편제된 대륙간탄도미싸일부대들이 화성-14형, 화성-15형, 화성포-17형을 비롯한 각종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술핵운용부대들이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각종 순항미사일과 변칙비행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 편제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2년 11월 18일 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화성포-17형 시험발사소식을 보도하면서 “현지에서 붉은기 중대 지휘관들이 김정은 동지를 영접하였다”고 전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2년 3월 25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진행되었을 때도, “전략무기시험발사임무를 맡은 붉은기 중대 중대장은 힘찬 <발사!> 구령을 웨쳤다”고 보도했었다. 이런 보도기사들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 붉은기 중대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1발씩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2년 3월 30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붉은기 중대는 실존하는 부대이며, 전략군사령부 직속 중대인데, 평시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임무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임무를 수행하고, 전시에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임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2013년 6월 6일 중국 언론매체 <환구망>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9개 여단으로 편제되었는데, 1개 여단 산하 제1대대, 제2대대, 제3대대는 전략미사일을 운용하고, 제4대대는 미사일연료주입을 담당하고, 제5대대는 경계임무를 맡는다고 한다. 이런 보도내용을 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9개 여단, 45개 대대, 225개 중대로 편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략군 산하 225개 중대는 각종 전략핵무기와 각종 전술핵무기를 운용하는 붉은기 중대들이다. 붉은기 중대라는 부대명칭은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공개할 때 사용하는 가칭이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진짜 부대명칭은 따로 있다.

 

그러면 225개 붉은기 중대들 가운데서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붉은기 중대는 몇 개인가? 조선이 지금까지 외부에 실물을 공개한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모두 11발이다.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돐 경축열병식에 등장한 화성포-17형 4발, 2022년 3월 24일에 시험발사한 화성포-17형 1발,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열병식에 참가한 화성포-17형 4발, 2022년 11월 18일에 시험발사한 화성포-17형 1발, 2022년 11월 27일 기념사진 촬영장에 나온 화성포-1발은 모두 8자리수의 서로 다른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다. 8자리수 고유번호 앞에 표기된 ㅈ(지읒)은 전략무기를 의미하는 자음글자다. 지금까지 공개된 화성포-17형 11발을 고유번호가 작은 숫자부터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ㅈ03031203 (2022년 3월 24일 시험발사) 

ㅈ03331922 (2022년 4월 25일 열병식) 

ㅈ03380408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 

ㅈ03525092 (2022년 4월 25일 열병식) 

ㅈ04290912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 

ㅈ04290911 (2022년 4월 25일 열병식) 

ㅈ07220406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 

ㅈ08080436 (2022년 4월 25일 열병식) 

ㅈ09151751 (2022년 11월 18일 시험발사) 

ㅈ09151753 (2022년 11월 27일 기념사진 촬영) 

ㅈ21260405 (2020년 10월 10일 열병식) 

 

일반적으로, 전투력 중에서 약 3분의 1을 외부에 공개하는 관례에 따르면, 2022년 11월 현재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화성포-17형 30발이 실전배치되었고, 화성포-17형을 운영하는 붉은기 중대는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산하에는 “세계 최강의 전략무기”를 운용하는 30개의 붉은기 중대가 편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11월 18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붉은기 중대가 화성포-17형을 고각으로 발사하자, 일본 혼슈(本州) 최북단 아오모리현에 있는 미사와(三澤) 공군기지에서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미사와 공군기지는 주일미공군 제35비행단과 일본항공자위대 제3항공단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요한 군사전략거점이며, 일본이 미국에서 수입한 F-35A 스텔스전투기들은 모두 그 공군기지에 집중배치되었다. 그래서 미사와 공군기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주요타격대상들 가운데 하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일본 방위성은 조선에서 화성포-17형이 고각으로 발사되자 깜짝 놀라 미사와 공군기지에 긴급대피령을 내린 것이다.

 

남극대륙 상공을 통과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화성포-17형을 운용하는 붉은기 중대가 30개나 된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면, 미국군 합참본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위력발사를 진행할 때마다 미국 본토에 있는 공군기지들에 긴급대피령을 내려야 할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제2차 시험발사를 지도하면서 “최근 우리 국가주변에서의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로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더 긴절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의 단언은 조선의 대미핵공격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을 예고한다. 미국은 각개발사식 재진입체 4개를 장착한 화성포-17형이 남극대륙 상공을 통과하여 미국 본토 각지를 향해 날아오는 최후의 순간을 상상하면서 공포의 전률을 느끼겠지만, 대비책은 없다. 이런 현실은 조선의 핵공격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미국이 건국 이래 가장 혹독한 국난에 빠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70년 동안 조선에 핵위협을 가해온 미국이 이제는 조선으로부터 핵위협을 받고 있으니, 미국의 국난이야말로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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