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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입원한 녹색병원은 어떤 곳인가

이득신 작가 | 기사입력 2023/09/20 [00:02]

이재명 대표가 입원한 녹색병원은 어떤 곳인가

이득신 작가 | 입력 : 2023/09/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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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연합뉴스/녹색병원 홈페이지  © 서울의소리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병원으로 실려갔다. 계속된 단식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이재명 대표는 링거치료를 병행하며 단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단식을 중단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거의 3주째 이어진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당 지도부와 원로 등을 중심으로 긴급 입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재명 대표가 입원한 녹색병원은 서울 중랑구에 위치해 있으며, 1980~1990년대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중독 환자들의 직업병 인정 투쟁의 성과로 설립됐다. 원진레이온은 설립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노후된 기기에서 발생한 불순물인 이황화탄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직원 대부분이 가스에 중독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 8명에 장애판정 637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언어장애, 반신/전신 마비, 정신 이상 등의 증세를 보였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결국 직업병 판정을 받아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직업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했으며,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원진직업병관리재단에 의해 2003년 설립됐다.

 

직업병 환자들의 치료와 복지를 목표로 탄생한 병원답게 현재도 취약계층 노동자를 포함해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설립 20주년을 맞는 올해엔 취약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병원은 근무 의사가 총 35명이다. 단식 환자는 장기간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영양결핍 환자에 준해 치료를 받는데, 큰 병원일수록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을 받을 수 있다. 녹색병원은 노동자의 탄압에 맞서 단식투쟁으로 항거한 노동자를 주로 치료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의 단식농성후 치료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바 있다.

 

또한 지금의 녹색병원 부지에는 또 하나의 민주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 YH무역이라는 가발제조회사 있었다. 1979년 8월 11일,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폐업에 맞서 신민당사에서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노조 간부였던 김경숙 열사가 목숨을 잃게 된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결국 박정희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용호에 의해 설립된 YH무역은 5명의 가발제조회사로 출발해 4,000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는 박정희 정권의 비호가 절대적이었다. 정용호는 금탑산업훈장까지 받았으며,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경영진은 미국으로 회사돈을 빼돌리기 시작했고 직원들의 임금은 체불되기 시작했다. 이에 분노한 직원들이 밀린 월급을 달라는 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회사와 경찰에 의해 직원들의 투쟁이 가로막히자 노동자들은 신민당사로 가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경찰들이 투입되었고 강제진압으로 인해 여성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신민당 김영삼 총재는 박정희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데, 이를 계기로 당시 박정희의 공화당은 김영삼의 국회의원직을 제적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에 분노한 부산마산 시민들이 들고 일었으며 이를 부마항쟁이라고 부른다. 부마항쟁을 탱크로 밀어 진압하겠다는 차지철과 박정희의 발언에 분노한 김재규의 거사에 의해 10.26사건으로 박정희의 유신은 종말을 고한다.  

 

YH무역사건이 박정희정권 종말의 시초를 이룬 사건인 셈이다. 1979년 YH무역은 폐업했고 신민당사 투쟁 끝에 YH 여성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 건물의 골조는 녹색병원이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YH노조 투쟁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으며 ‘신민당사 농성으로 유신체제 붕괴를 가져온 신호탄’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한 장을 고스란히 간직한 녹색병원에서 이재명 대표는 치료에 집중해 주기 바란다. 또한 단식을 중단하고 정권에 맞서 싸워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건강을 잃으면 싸움의 동력도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몸은 더 이상 개인의 몸이 아닌 국민의 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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