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보수화된다는데 다 거짓말이여.” 얼마 전 통화한 은퇴 교사가 필자에게 한 말이다. 그가 올해 63세이니까 6월 항쟁이 일어난 1987년엔 25세였을 것이다. 6월 항쟁 때 대학에 다니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세대의 나이를 추론하면 현재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 정도가 된다.
6월 항쟁이 일어난 198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흔히 ‘넥타이 부대’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대충 현재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까지가 넥타이 부대다.
보통 60대가 되면 옛날에는 회갑이라 하여 노인 취급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의학이 발달하고 잘 먹고 살다보니 60대도 청년 못지않게 건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과거의 생각으로 현재의 60대를 재단하면 안 된다.
늙어가면 보수화된다?
늙어가면 보수화된다는 말이 있다. 학창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차츰 이념보다 삶의 현실에 적응해 가다 보니 변혁보다 그냥 있는 것을 지키기를 더 선호한다. 흔히 변혁을 요구하는 세력을 진보라 하고, 현재를 지키고 싶은 세력을 보수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60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60대 중반까지는 당시 6월 항쟁에 참여했든 안 했든 전두환 군부독재에 심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뇌리엔 1987년에 각각 물고문과 최루탄으로 죽은 서울대 박종철과 연세대 이한열의 죽음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박종철과 이한열이 상처처럼 각인된 60대
그 기억이 60대가 되어도 보수화되는 것을 제어해버린다. 그것은 여론조사에도 잘 나타나 있다. 과거에는 60대는 70% 가까이 보수를 지지했는데, 지금은 60대의 보수 지지율이 50%초반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60대에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상처처럼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60대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보수보다 진보를 더 많이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60대 전체로 하면 보수 지지가 조금 더 높다. 그러나 그 차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국 갤럽의 경우 긍정과 부정이 50%대 46%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하면 차이가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자세한 것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월항쟁과 월드컵 4강 세대가 민주 세력의 주력 부대
과거에는 여론조사를 할 때 세대 구분을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으로 했으나, 현재는 60대와 70대를 구분하는 곳이 많다. 왜냐하면 60대와 70대의 정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현재 보수가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40대와 50대가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이 세대가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 세대이기 때문이다. 당시 20대와 30대들인 그들은 김대중 정부가 IMF를 극복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고,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드는 것을 직접 체험한 세대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세대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경우 윤석열 정권을 9%만 긍정하고 있고, 부정이 85%다.
현재 국힘당은 보수가 아니라 극우
현재 국힘당을 보수라 하고 민주당을 진보라 하는데, 엄격히 말하면 국힘당은 극우이고, 민주당이 보수다. 진보는 정의당이나 진보당 정도다. 국힘당을 보수로 인정해 주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보수는 보통 민족주의를 신봉해 일제 강점기 때 독립 투쟁을 했던 사람이 많은데,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에게 공산당 딱지를 붙여 흉상까지 철거하려 하자 합리적 보수층 및 60대 이상에서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거기에다 윤석열 정권이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 투기를 허용하고, 일제 강제 노동자 배상금을 우리 기업이 물게 하고, 동해를 일본해라 표기해도 항의하지 못하자 60대 이상에서도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해병대까지 분열되어 난리다.
이준석 축출로 ‘이대남’도 등 돌려
대선 때 윤석열을 더 많이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도 이준석이 당대표에서 쫓겨나자 등을 돌렸고, 20대 여성은 원래부터 지지율이 낮았다. 대선 때 이준석이 주장했던 소위 ‘세대포위론’은 사실상 물건너 갔고, 지금은 오직 70대만 윤석열 정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친일행각을 시정하지 않으면 70대도 지지율 차이가 점점 좁혀질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루어 놓은 나라인데...
오랜만에 전화를 해온 그 은퇴 교사는 작금의 현실을 열거하며 “우리가 어떻게 이루어 놓은 나라인데...”하고 흐느꼈다. 어찌 그 마음이 그 은퇴 교사에게만 국한될까. 매주 토요일 오후에 실시되는 촛불집회를 보면 60대 이상이 늘어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경제가 파탄나 고통받고 있는데 역사를 왜곡하고, 주가나 조작하고, 고속도로나 휘게 해 일확첨금이나 노리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정국이 이런 식으로 흐르면 다시 제2의 유월 항쟁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수구들 딴에는 제2의 유월항쟁이 일어나면 수경사(수도경비사령부)를 동원해 제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군인이 자신들의 형, 누나, 아버지, 어머니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을까. 계엄령도 국회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릴 수 없다.
정통 보수층도 분열, 자유총연맹만 활거
윤석열 정권이 해병대 수사 개입도 했다는 게 드러나자 군인들도 분열되어 있고, 정통적으로 보수를 더 많이 지지했던 해병대전우회마저 분열되었다. 그러자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이 극우 유튜버들을 동원해 내년 총선 때 재미 좀 보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민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시골 마을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어 누구든 부정선거를 하면 증거가 채집되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자유총연맹은 말만 회원이 320만 명일 뿐,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불과 수십 만 명이다. 한해 138억의 돈을 쓰는 자유총연맹이 선거에 개입하는 순간 핵심 간부들은 자유당 정권 시절 최인규처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죽을 각오면 부정선거를 하라. 이제 60대도 완전 돌아설 날이 머지않았다.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