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11시에 중계되는 축구를 보기 위해 잠시 자다가 일어나 컴퓨터를 켜니 눈을 의심케 하는 기사가 보였다. ‘한강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이게 꿈인가 하고 기사를 읽어봤더니 정말이었다. 한참 동안 가슴이 뛰어 호흡을 가다듬다가 서재를 바라보았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여수의 사랑’ 등이 보였다.
잠시 후 필자는 “내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웃었다. 작가 한강이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후 필자는 언젠가 한강이 노벨문학상도 받을 거라 예감했다. 그런데 8년 후 그게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꿈만 같다.
노벨상 수상자 모두 호남 출신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탄 후 광주 출신 한강이 노벨 문학상까지 타자 다시금 호남의 아픈 역사가 떠올랐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의 아픔을 그린 수작이다.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에도 그 작품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역사적으로 핍박받은 호남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연거푸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동학이 일어난 곳이 호남이고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곳이 호남이다.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시무국가’라 하여 호남의 위대성을 칭송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승리한 것도 호남인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스승 작가 한승원의 딸 한강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더 반가운 것은 그녀가 바로 필자의 스승 작가 한승원 선생의 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가 소설 ‘그들의 섬’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을 때 심사위원이 한승원 선생님이었다. 작가 한승원 선생은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로 널리 알려졌고, 영화로도 나와 제16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배우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하였다.
작가 한승원 선생은 광주에서 교사를 하다가 그만 두고 서울로 올라가 전업 작가를 하다가 1995년 고향 장흥으로 귀향했다. 그때 필자는 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강생들을 데리고 가 선생님의 이삿짐을 옮겨주었다. 필자는 서울에서 열린 작가 한강의 결혼식에도 갔는데 그때 필자가 “아따 광주에서 올라와부렀당게”라고 하자 한강이 화사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때만 해도 앳돼 보이던 한강도 어느덧 53세가 되었다. 한강은 광주에서 태어났고,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재명, 조국 대표 축하글 올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SNS를 통해 “기쁨의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며 “한국 문학의 쾌거, 굴곡진 현대사를 문학으로 치유한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알린 스웨덴 한림원의 찬사”라며 “한강 작가는 폭력과 증오의 시대 속에서 처절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갈구했다. ‘우리 안에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고 밝혔다. 이어 “단비 같은 소식에 모처럼 기분 좋은 저녁”이라며 “오늘의 쾌거가 고단한 삶을 견디고 계실 국민께 큰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SNS에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오늘은 우리 문학사에 깊숙이 각인될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한강 작가님의 단정하고 날카로운, 그래서 촛불 같은 문장이 전 세계에 빛을 조금 더 더한 날”이라고 썼다. 조 대표는 “한강 작가님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슬픔을 세심하게 탐구했다.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성찰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며 “세계도 이를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작가 한강은 소설 ‘소년이 온다’로 5.18의 아픔을 그렸고,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 문학 부문을 수상하고, 올해 3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한강
작가 한강은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다. 한강은 2016년 12월 광주광역시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치유의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순간부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소설을 쓸 때 가끔 자기검열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뒤늦게 그런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랐고, 나는 검열 없이 작품을 쓴 것 같은데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더라”라며 “5·18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뼈 아프다”고 말했다.
이후 한 작가는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전쟁을 이웃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평가했다. 당시 청와대가 공식 SNS에 한 작가의 기고문을 게재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한 작가는 “이 글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의 단위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관점으로 전쟁과 학살의 의미에 대해 간결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만 사라지면 한국은 위대한 나라가 될 것
작가 한강이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때문일까, 윤석열과 한동훈도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왠지 기분이 안 좋았다. 특히 윤석열은 축하할 자격조차 없다. 5.18 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칭송하고 ‘개사과’를 올린 윤석열이 아닌가.
매우 흥분된 마음으로 밤 11시에 중계되는 한국 대 요르단의 축구 경기를 보았는데, 손흥민이 부재하고 황희찬이 부상으로 교체되었는데도 한국이 2대0으로 이겼다. 노벨 문학상의 기가 거기까지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윤석열과 김건희 때문에 날마다 스트레스만 쌓였는데, 노벨 문학상도 타고 축구도 이기니 모처럼 단비가 내린 듯 기뻤다. 윤석열 정권만 없으면 한국은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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