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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에 미쳐 날뛰던 언론, 새누리당 매크로 조작에는 왜 침묵하나

최봉진 칼럼 | 기사입력 2018/08/17 [09:46]

김경수에 미쳐 날뛰던 언론, 새누리당 매크로 조작에는 왜 침묵하나

최봉진 칼럼 | 입력 : 2018/08/17 [09:46]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5일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사무실인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해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회에 참가한 뒤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팀은 법원에 제출한 A4 용지 8장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지사에 대한 구속여부는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영장실질심사(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결정된다.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로 '드루킹 사건'은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수사 종료 시한을 불과 열흘 앞두고 청구된 구속영장의 처리 여부에 따라 특검팀의 성패가 극명하게 나뉘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팀은 자신들을 향한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검 연장의 명분까지 거머쥘 수 있게 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특검팀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활동 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수사 동력이 급격히 상실됨은 물론이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수사와 맞물려 '정치특검'이라는 거센 비난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특검 연장 가능성이 희박해져 불구속 수사를 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 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전망 역시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직 도지사라는 점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 특검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가 주로 드루킹 측의 진술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 드루킹 김 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일관성과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16일 언론은 이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1면에 보도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물론이고 국내 대부분의 언론이 관련 내용을 앞다투어 내보냈다. 이는 드루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주류 언론이 보여왔던 일관된 보도 행태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의 정치 기사 역시 김 지사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 관련 소식으로 도배를 이루다시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 지사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언론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한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다. 공당의 선거 캠프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여론조작 사건이라 지적받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은 왜 주류 언론의 관심 밖에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한겨레>는 지난 6월 5일 "한나라당, 2006년 선거부터 '매크로' 여론조작"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은 2~3일 동안 일부 언론에 노출됐을 뿐 이후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실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한나라당 매크로'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관련 기사는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6월 5일부터 7일 사이의 기사들만 검색될 뿐 이후의 기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글>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 본 결과 마찬가지였다. 6월 5일에서 7일까지의 기사들이 대부분일뿐 후속 보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7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진행 기사만 간혹 눈에 띌 뿐, 관련 내용은 찾으려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도무지 납득하기가 힘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브로커이자 일반인인 김 씨가 주도한 여론조작 의혹에는 벌떼처럼 달려들어 무더기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공식 선거 캠프가 개입한 여론조작 의혹에는 침묵하고 있다. 주류 언론은 공당의 선거 캠프가 2006년 지방선거부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에서 조직적으로 매크로 여론조작을 벌인 정황이 드루킹 사건보다 경미한 사안이라고 보는 것일까.

'한국당-새누리당'의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은 15일 KBS '탐사K'에 의해 다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탐사K'는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외곽조직을 동원해 매크로를 이용한 대규모 불법 여론조작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탐사K'에 따르면, 박근혜 캠프의 외곽조직인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 등은 대선을 앞둔 2012년 8월 경 여의도 한 건물 21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여론조작을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매크로 앱을 설치한 뒤 무려 2800여 개의 개정을 만들어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글들을 대량으로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리트윗한 횟수만 무려 1000만번이 넘었다. '탐사K'는 이들이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전체 트윗의 5.2%인 30만 건의 가짜 트윗을 만들어 유포했다고 보도했다.

'탐사K'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해 '서강바른포럼'이 입주해 있던 건물 17층에 10월 초 새누리당 캠프의 홍보기획본부가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탐사K'는 이 무렵 매크로 실무를 담당해온 김모 씨와 신모 씨가 외곽조직에서 박근혜 공식 캠프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근혜 캠프 외곽조직과 새누리당 캠프가 한몸처럼 움직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당시 매크로 실무를 담당했던 김모 씨등 3명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비서관실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을 지낸 박철완 씨가 6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증언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탐사K'의 보도는 지난 6월 <한겨레>의 단독 보도와 함께 매크로를 동원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불법 여론조작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제보자의 구체적인 폭로도 잇따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겨레>와 '탐사K'의 충격적인 폭로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김 지사와 관련된 보도에만 열을 내고 있을 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매크로 여론조작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크로를 동원한 불법 여론조작이라는 점에서 이 두 사안은 같은 사건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당의 선거 캠프가 조직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이 드루킹 사건보다 훨씬 더 위법한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에 사생결단으로 매달리고 있는 언론이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지만 이 나라의 언론 환경은 아직까지 그대로인 모양이다. '드루킹 사건'과 '한나라당-새누리당 매크로 여론조작'을 대하는 언론의 이중적인 보도 행태가 이를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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