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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걸프전이 발발했던 29년전 그 날...호르무즈 파병 절대 반대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1/19 [22:21]

1차 걸프전이 발발했던 29년전 그 날...호르무즈 파병 절대 반대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1/19 [22:21]


오늘이 이곳 날짜로 1월 18일. 29년 전, 그러니까 1991년의 1월 18일은 제겐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게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니, 참 시간이 빠릅니다. 그 전날, 조지 H. 부시, 그러니까 아버지 부시는 쿠웨이트에 침공한 이라크 군을 몰아낸다는 것을 명분으로 다국적군을 조성해 이라크를 전격 침공합니다.

전쟁이 선포된 날, 공항은 평소보다 경계가 삼엄했습니다. 지금은 공항으로 들어가는 데 엄청난 보안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지만, 그 당시 공항은 보통의 쇼핑 몰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고 할까요. 9.11 사건 이후 미국의 공항 보안 프로세스가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지요.

저는 그 당시에 아버지와 함께 컨티넨털 항공사의 하청을 받은 청소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조금 더 받는 밤일을 하셨고, 저와 동생은 낮에 일을 했지요. 그러다가 저는 한 주유소에 직장을 잡아 일을 옮겼고, 새벽부터 낮까지는 일을 하고 오후엔 학교를 다니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한 그 다음 날, 공항엔 정적이 감돌았고 평소보다 엄청난 검문검색이 실시됐었습니다. 아버지 저녁 도시락을 들고 공항에 갔던 저는 검색대에서 갖고 있는 도시락을 열어 보라는, 조금 기분 나쁜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 생긴 게 좀 그래서였을텐데 ^^; 아무튼 저는 기분 나쁘다는 걸 티를 내며 도시락을 열었습니다. 검색을 하던 공항 경비 직원이 심하게 나는 김치 냄새를 맡으며 영어로 욕설을 내뱉은 것에 속으로 분개한 저는 그 여자가 "이게 뭐냐"라는 질문에 "폭탄이다!" 라고 농담을 하고선 검색대를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공항 복도를 걸어가는데 경비 요원들이 제 팔을 양쪽에서 꽉 잡고 아버지께 드릴 도시락을 빼앗아 가더니, 저를 공항 지하로 연행해 갔습니다. 저는 당연히 당황했고,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들은 저를 벽에 세우고 머그 샷을 찍더니 이른바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소식이 전해졌는지, 아버지가 일하는 청소 회사의 사장이 거기까지 달려와 저를 빼내 주었고, 다시는 공항 게이트 앞에선 농담도 하지 말라고 하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아는 후배로부터 "형, 뉴스 봤어? 한국 사람 하나가 공항에서 도시락을 폭탄이라고 말했다가 잡혀갔대." 라는 이야길 전해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저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젠장, 저는 미국에 온 이듬해에 매스컴을 탔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걸프전은 발발 1백시간만에 종전됐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비극의 씨앗이 됐습니다. 그 아들 부시가 2차 걸프전을 일으켰고, 이때 전멸된 줄 알았던 이라크 군은 이후 IS라는 조직을 만들어 시리아 사태 이후 중동에 피를 뿌렸고, 이번에 미국에 의해 숨진 솔레이마니는 미국을 도와 IS 조직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아이러니컬하게도 중동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미국에 의해 제거당했습니다.

그 당시 전쟁은 매우 가볍게, 일방적으로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것은 절대로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미국은 월남전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이라크에서 일으킨 전쟁이 절대로 쉽지 않을 거란 전문가들의 의견도 넘쳐났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엄청난 화력이 그대로 전세계에 중계됐고, 반전 여론이 생기기 전에 전쟁은 끝났고 미국인들은 이걸 자랑스러워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어쩌면 이제 우리도 그 수렁으로 끌려들어갈지 모르는 위기입니다. 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는 한국의 참전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등, 한미동맹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어뷰즈'하는 식의 말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이라크가 미국의 베트남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당시엔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제사 그들은 다시 그들이 제 2의 월남전에 끌려들어왔음을 알게 됐고 미군 전사자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전장은 이라크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일대로 확장이 된 상태고, 미국도 여기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국은 절대로 호르무즈 해협 지역에 파병하면 안 됩니다. 이란은 다른 중동 전체 국가를 다 합친 것보다도 우리나라와 교역이 더 많은 나라이고, 실제로 우리에 대한 우호도가 높기도 합니다. 미국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해도, 그들이 일으킨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가 끌려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전쟁은 이미 월남전처럼 미국의 늪이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 수렁에 우리가 함께 끌려들어간다는 건 바보짓이지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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