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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손잡고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만들기 위해서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4/07 [22:46]

서로 손잡고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만들기 위해서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4/07 [22:46]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습니다. 사망자 1천명을 찍은 지 12일만에 10배가 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주 최대 기업인 보잉은 셧다운을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워싱턴주 최대의 고용주인 보잉 사가 기약없는 장기 폐업에 들어감에 따라 주 경제도 나락으로 빠질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려올 때는 그래도 출근해야 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차량들이 보이지만, 퇴근할 때는 마치 유령도시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모든 것이 셧다운 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가슴이 쓰린 건 인간 관계의 변화입니다. 늘 만나면 반갑게 안아주던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고, 우체국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눈으로 볼 때 마음은 어두워집니다.

오늘 저를 힘들게 했던 건 고양이 때문이었습니다. 브롱스의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이 됐다는 뉴스 때문이었겠지만, 저를 찾아와 몸을 부벼대던 고양이를 주인이 나오더니 냉큼 안아 가 버리면서 "미안해, 하지만 얘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뭘 묻혀올 지 모르잖아." 라고 했을 때, 말로는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구역 배달을 마치고 차량으로 돌아왔을 때 눈물이 주루륵 흘렀습니다. 바이러스가 무너뜨린 것 중 가장 힘든 건 경제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저에게 희망을 줍니다.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다가 집 앞에 소독제와 음료수, 과자 같은 것을 놓아 둔 집들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인 걸 알아서, 굳이 한글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넣은 따뜻한 사연들은 저로 하여금 길을 더 힘내 걸을 수 있게 합니다. 때로는 '우리 우체부에게'라고 쓰인 카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뜻한 사연과 약간의 캐시가 들어있는 그런 선물들이 전해주는 그 마음들. 그런 것들은 저에게 결국 사람이 희망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상황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것보다 다시 서로 마음껏 품을 내어줄 수 있는 그 시간을 다시 찾기 위해서. 서로 꼭 안아주며 격려해주고, 이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세상을 다시 인간이 사는 세상답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

기왕에 기존의 질서가 무너졌다면 이제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무기는 정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서로 신뢰하고 눈을 마주치며 손을 맞잡고 신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정치로부터 시작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많은 시험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에서, 그 시험은 반드시 합격해야 할 시험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며칠 안 남은 시험 중 하나가 총선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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