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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새해, 주권 행사하는 주인으로 거듭나자! ...주인이 돼서 북과 두 손을 맞잡으면 못해낼 게 없다

이흥노 칼럼 | 기사입력 2020/12/31 [06:05]

대망의 새해, 주권 행사하는 주인으로 거듭나자! ...주인이 돼서 북과 두 손을 맞잡으면 못해낼 게 없다

이흥노 칼럼 | 입력 : 2020/12/31 [06:05]

  

                                                                                                         이흥노 미주동포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보내고 대망의 2021년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 서 있다. 해마다 새해전야, 섣달그믐에는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새해의 청사진을 그리는 게 우리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이것은 한 개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과거의 잘잘못을 제대로 평가해야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설계도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서다.  

 

남북, 북미 관계를 돌이켜 보자. 불과 2년 전,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세계 평화의 제전으로 승화시켰다. 곧 이어서 <판문점선언>,역사적 싱가포르 <조미공동선언> (6/12/18)이 발표됐다. 지구촌의 열광적 환영 지지를 받았다. 그로부터 석 달 후, 평양 <9.19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국내외동포들은  서로 얼싸안고 흥에 겨워 춤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이제 우리 겨레의 앞길에는 오로지 꽃길만이 펼쳐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게 사실이다. 드디어 남북이 굳게 합의한 남북철도 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시동이 걸렸다. 바로 시동이 꺼졌다. 미국의 노골적인 방해공작에 걸려서다.

 

 

 

닭쫓던 개꼴이 됐다. 속수무책 주저앉았다. 할 수 있는 건 코쟁이의 눈치를 살피는 게 전부였다. 빠른 남북 밀착에 기겁한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서울로 날라왔다.  <한미실무구릅>을 귀신같이 급조하고 날라갔다. 그러나 ‘일제 총독부’라며 즉각 해체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부딛혔다. 흥분, 기쁨, 희망이 분노로 바뀐18년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됐다. 천신만고 끝에2차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2/28/19)이 열렸다. 남북미 3 국 실무진이 완벽하게 준비한 <조미공동선언>에 조미 수뇌가 서명하는 자리다. 그런데 트럼프가 마지막 순간, 서명을 거부하고 달아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건 국제관례에도 없는 오만방자한 작태다. 미국의 정체 (실체)가 완전히 까밝혀진 희대의 사건이다. 몇 달 후 트럼프의 주선으로 남북미 정상회동이 판문점에서 열렸고 이어서 스톡홀름 실무협상 (10/5/19) 으로 연결됐다. 허나 미국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북측 실무대표들은 미국이 빈손으로 와서 시간 끌기, 즉 ‘지연작전’에만 열을 올렸다며 맹비난을 퍼붓고 퇴장해버렸다.  ‘염불에는 맘에 없고 잿밥에만 정신이’라는 격언이 딱 어울리지 싶다. 이것이 조미 간 마치막 대화가 됐다. 평양은 미국이 비핵화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선거를 위한 현상유지에 매달린다는 걸 절감한 결정적 계기였다고 보인다.

 

북측은 미국에19년 말 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마련하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지만, 미국은 끝내 이를 무시한채 20년 대선의 해를 맞았다. 미국 대선 직전에 ‘서프라이즈’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빈말이 됐다. 이따금 미국이 대화의 손길을 내밀기는 했으나 평양은 선거용 헛발질이라 보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미 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평양은 조미 간에 간고한 대결을 예상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20년 초, 평양은 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채택, ‘자력갱생’으로 어떤 장애 난관이라도 뚫고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새계산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평양은 예상과 달리 핵 미사일 활동을 자제했다. 대선에 임하는 트럼프를 배려한 조치라는 말도 있다. 허나, 그는 끝내 낙마하고 말았다. 아마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전쟁을 막았다는 자랑은 재선 승리에 도움이 안됐다는 걸 절감하지 않았을까 싶다. 차라리 통크게 한반도 비핵 평화를 성공시켰다면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을텐데…라고 후회하지 않을까? 북미 관계와 다를 바 없이 남북 관계도 정체됐다. 남북 정상 합의 사항들은 한 발자욱도 떼지 못했다. 되레 남북 관계가 후퇴했다.

 

작년에 북녘 심기를 아주 불편케 한 두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국민의 힘’에 두 명의 강성 반북 탈북국회의원이 진출했다. 다른 하나는 북수뇌부를 가장 악랄하게 묘사한 삐라살포 사건이다. 삐라를 뿌린 당사자 보다 이를 방조한  당국이 더 큰 문제라는 게 북녘의 시각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경고에도 남측 당국이 미지근한 대처로 그치자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로 대응했다. 다행히 암시했던 군사행동은 김 위원장의  중단지시로 취소됐다. 최근 미의회와 국무성이 우리 국회 삐리살포금지법 제정에 우려한다고 떠벌렸다. 예를 들어, 맥시코가 미수뇌부를 헐뜯는 삐라를 살포했다면 미국은 원점타격했을 거다.

 

지금은 미국의 정권 교체기다. 지금이야 말로 자주적 주권 국가로 면모를 일신할 절호의 기회다. 미국에 할소리를 하고 따질 건 따지는 멋진 뱃장을 내밀어야 제몫을 당당하게 챙길 수 있다. 철도연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가 새해 벽두에 꼭 이행되지 않으면 해외동포를 아우르는 온 겨레의 저항이 불길처럼 타오를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 미국도 북비핵화 보다 실질적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추세다. 핵전문가인 헤커 박사, 스미스 미하원군사위원장, ‘페리보고서’로 유명한 페리 전 국방을 비롯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북핵억제가 최선의 방도라고 주장한다.

 

때를 같이해 우리 동포들의 북핵 용인론이 확장추세다. 북핵을 인정하는 선에서의 북미 관계 정상화 주장이 확산일로에 있다. ‘선비핵화’란 실패한 전략이고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나성의 통일운동 원로 오인동 의학박사는 북핵은 “민족의 핵, 겨레의 핵”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통일을 원한다면 ‘겨레의 핵’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최근 도처에서 주한미군철수 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주권을 행사하는 주인 행세를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저나오고 있다. 위대한 국민의 정확한 판단이다.

 

당당한 주인이 되려면 먼저 잘못된 제도적 장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봄에 실시될 한미합동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바이든 당선자에겐 <싱가폴 선언>을 재생하자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작통권’ 회수가 급하다. 유엔에서 유엔과 무관하다며 두 번이나 해체를 촉구한 바 있는 ‘유엔군사’가 즉각 해체돼야 한다. 이게 남북 교류를 틀어막고 있다. ‘국보법’ 폐지가 너무 시급하다. 이건 생사람을 때려잡는 악귀다.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운동도 매우 중요하다. 남북은 새해부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주인이 돼서 남북이 손을 맞잡으면 못할 게 없고, 안되는 게 없다.

 

조속히 대북특사가 방북해야 한다. 합당한 인사로는 이 통일부장관과 박 국정원장이다. 대북특사는 전임정권이 총선용으로 중국서 납치한 12 명의 북처녀들, 악질탈북부로커에 속아 입국한 김련희 여성, 그리고 형기를 마친 연노한 장기수들을 앞세우고 방북해야 한다. 이건 신뢰 회복의 지름길인 동시에 법적, 도덕적, 인권적 차원에서도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고향땅, 북녘 가족품으로의 귀향을 막고 계속 붙잡아두고 있는 한, 북측과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긴 어렵다. 남북 간 문제는 우리 민족 내부의 일로 누구의 눈치나 간섭받을 일이 아니다. 이 원칙은 양보 타협의 대상도 아니다. 새해에는 이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게 우리가, 우리 겨레가 자주, 존엄, 긍지를 가지고 멋지게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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