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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판사 탄핵 소추안 통과, 그리고 제안 하나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2/06 [06:09]

첫 판사 탄핵 소추안 통과, 그리고 제안 하나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1/02/06 [06:09]

 

 

헌정 사상 첫 판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 헌재가 심의를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그러나 언제나 초치기 좋아하는 한국의 언론은 이 판사 탄핵의 의미를 되새기기보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의 대상이 된 임성근 판사의 사표를 반려해 놓고도 그것에 대해 거짓말했다는 식의 뉴스만을 내 놓고 있습니다. 과연 기레기들 답습니다.

역사상 첫 판사 탄핵이 이뤄졌다는 건 그동안 법복과 재판정의 권위 뒤에 숨어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질러 왔던 판사 집단에 대한 견제장치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동안 판사들이 내려왔던 이해 못 할 판결들에 대해 이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준 것이지요.

그러나, 제 생각엔 이것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처럼 판사는 변호사 자격을 갖고 실제로 법조계에서 5년이든 10년이든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지원을 하고, 주민들이 임명 여부를 선거로 결정하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법조문 해석만 할 줄 알고 인생을 모르는 자들이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가끔 파격적이다 싶은 판결들이 나오는 것들이 토픽으로 보도될 때가 있을 겁니다. 물건을 훔치다 잡힌 사람이 반성문을 들고 자기가 물건을 훔친 가게 앞에 서 있게 한다던지, 도둑질을 한 가난한 노인의 사정을 들은 판사가 벌금을 내게 하면서, 이것이 사회의 탓이라며 그 벌금을 방청객들에게 물리고, 벌금을 물리고 남은 돈을 그 노인에게 주었다던지 하는 판결들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판사들이 세상을 살아 보고 삶의 희노애락을 이해하는 이들이기 때문일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사법고시에서 좋은 점수를 맞았다고 해서 판사직을 맡기는 것, 판결문을 법에 맞게 잘 쓰고 이를 적용하게 하는 건 인공지능에게 시키는 게 낫습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알고, 무엇이 정말 중한 죄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시대정신에 맞게 잘 판단하는 그런 판사를 보고 싶지만, 지금 한국의 제도에선 그런 판사를 보기가 정말 힘들겠지요.

어쨌든, 그들의 카르텔 안에서 숨어 판결로 장난을 쳐 왔던 판사들은 이제 그 판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저들은 이번 결정에 분명히 쫄고 있을 겁니다. 그저 공부 잘 하고 사회의 규범에서 일탈해 본 적이 없는 게 자랑인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생공부를 시켜줄 필요는 있습니다. 아니면 제도를 바꾸던지.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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