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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비로 개인에게 15억을 물리는 생지옥 미국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2/11 [00:00]

코로나 치료비로 개인에게 15억을 물리는 생지옥 미국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1/02/11 [00:0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20919530000675?did=NS&dtype=2

 

 

미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의 한 가지 장점은 꽤 괜찮은 의료보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몇몇 의료보험업체의 상품들 중에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해 고르면, 내가 내야 할 의보 수가 중 3분의 2 정도는 우정국에서 내 주고, 저는 나머지를 부담하는 거지요. 사실 이것도 엄청나게 부담이 큰 거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요.

우리 가족 커버하는 보험의 수가는 매 두 주마다 받는 봉급에서 약 2백달러 정도를 공제해 갑니다. 한달이면 대략 5백달러 정도인건데, 그나마 이걸 갖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보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내 보험이 코로나 치료를 얼마까지 커버해 줄 것인가?

LA에 살고 있는 제 나이 또래의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그녀는 생존률이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완치됐지요. 그러나 그녀는 중증으로 갔었기 때문에 호흡기를 써야 했고, 기타 생존장치들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병에서 완치됐지만 그녀에게 우리 돈으로 15억원 가량의 청구서가 날아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비슷한 모습들을 몇 번 지켜본적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과 꽤 사이가 가까운 한국인 가정은 열심히 주유소를 운영해 돈을 많이 벌었고, 주유소도 규모를 늘려 두 개인가를 사들여 운영하던 도중, 이 집 주인 아주머니가 여기서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반토막이 나 버렸습니다. 이집 아저씨는 그런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당연히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아저씨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습니다.

이 실신한 분이 병원에 며칠 입원해 계셨는데, 이 집이 그 당시에 의료보험을 안 갖고 있었던 겁니다. 평소에 건강에 자신이 있으신 분이었고, 열심히 자기관리도 하시던 분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실려갔고, 나중에 나온 청구서엔 앰뷸런스 출동비, 환자 이송비, 그리고 며칠간의 입원비까지 해서 20만달러 가까운 돈이 청구됐던 겁니다. 나중에 이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때 그냥 죽어버릴껄... 뭐 그런 이야기.

아버지께서 쓰러지셨을 때는 이미 메디케어라고 하는, 미국 내 65세 이상 노령자들을 커버해주는 국민보험 같은 것의 혜택을 받고 계셨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치료비의 80%까지만을 커버해 주고 나머지 2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이 20%를 커버해주는 보험을 또 따로 들어야만 합니다. 아버지 병원에 입원해 수술 받으신 후 처음 나왔던 고지서가 22만달러인가 그랬었지만, 다행히 아버지는 그 당시에 메디케어의 혜택을 받고 계셨고, 본인 부담금을 커버해주는 보험도 갖고 계셨기에 우리 가족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은 입지 않았었습니다.

미국에서 우리를 맞아 주셨던 삼촌은 64세에 간암을 발견하셨더랬습니다. 1년만 더 늦게 발견했으면 메디케어로 치료비가 커버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 1년의 차이 때문에 큰아버지는 아무 혜택도 받으실 수 없었고, 이미 중증으로 발전된 후에 본인 스스로가 치료를 거부하셨습니다. 그것이 너무 가족에게 부담이 된다는 걸 아셨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끝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병이 세상을 덮기 시작한 겁니다. 코로나에 걸렸어도 보험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자기들의 보험이 코로나 치료는 커버해주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 거지요. 이런 사람들은 의료보험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겁니다. 차라리 노숙자나 극빈자층이라면 코로나 치료가 돈 들이지 않고 가능합니다. 이 불합리한 제도가 지금의 미국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 코로나 치료에 얼마나 들어가지요? 사전에 검사 비용이 따로 얼마나 들어가지요? 적어도 의료에 관한 한, 여러분은 지금 '천국'에 살고 있는 겁니다. 유럽이나 캐나다는 복지가 잘 되어 있지만 그 혜택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엄청납니다. 그리고 미국은 내가 돈 내고 보험 들고 있으면 언제든지 빠른 시간 안에 혜택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후과가 위의 기사에 나온 것처럼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지간한 선진국보다 낫다는 게 그런 면에서 드러납니다.

이 모든 것은 정치를 통해 나름으로 세워 온 시스템에 기초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도 많고, 힘든 이들도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바깥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 시스템이 얼마나 좋은 건지에 대해 부러워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지켜내십시오. 대기업들이 몰래 추진하는 의료민영화를 막고, 공공의료 부문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사람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강화돼야 하고, 서민들의 삶이 더욱 나아져야 합니다. 심지어는 직장을 구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력이 생겨야 코로나 변수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격차를 줄여야 하고, 분배를 더욱 현실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이 어디서 발현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시스템에 손볼 점이 많은 것, 그리고 우리의 가치관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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