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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의’ 불이행, 재보선 참패에 이어 정권 교체 위기...통일의 ‘통’ 소리도 못하는 180석, 이러다간 정권 뺏겨

이흥노 칼럼 | 기사입력 2021/05/03 [00:08]

‘남북합의’ 불이행, 재보선 참패에 이어 정권 교체 위기...통일의 ‘통’ 소리도 못하는 180석, 이러다간 정권 뺏겨

이흥노 칼럼 | 입력 : 2021/05/03 [00:08]

  

 



                                                                                                      이흥노 미주동포

 

<판문점선언> 3주년이 됐다. 3년 전 우리는, 우리 겨레는 그 얼마나 기쁨에 겨워 손에 손잡고 두둥실 춤을 추질  않았나.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뿐. 금세 좌절과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그것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표심으로 나타나 정부 여당에 결정적 완패를 안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잔인한 체벌이다. 항상 선거의 향배를 좌우하는 20-30 대가 집권당에 등을 돌린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이 젊은 세대야 말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심지어 목숨 까지 내던지고 촛불혁명을 완수한 당사자들이라는 걸 누구가 감히 부인하겠나.

 

180석 민주당 국회의원을 안긴 주역, 시대의 불침번, 위대한 혁명전사들이 꺼져가는 촛불을 보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정의와 의리에 충실한 젊은 세대는 지엽적 문제에 연연치 않고 나라와 민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들은 <판문점선언>에 민족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그 선언이 겨레의 행복, 평화, 안보, 번영의 길을 밝혀주는 리정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 야권이야 분단세력이니 시비할 가치도 없지만, 촛불의 힘으로 세워진 정부 여당마저 코쟁이의 눈치를 보느라 일체 통일의 ‘통’ 소리 조차 입밖에 내질 못하니, 민감한 청년 세대가 실망  분노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민족의 운명이 걸려있는 남북 합의에 대한 국회 지지를 한 번도 이끌어내질 못했다.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망각한 처사로 명백한 책임 회피, 직무유기다. ‘국보법’을 주리끼고 남북 대화타령을 하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젊은이들은 보고 있다. 무엇 보다 이들은 생사람 때려잡은 만고의 악법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침묵하는 것에 매우 분개하고, 무기력한 여당에 더 이상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산적한 적폐청산을 방치하고, 특히 윤석열의 반란 (쿠테타)에 휘둘려 되레 적폐세력으로 부터 농락당하자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게 명백한 것 같다.

 

워낙 국내외 정세에 밝은 젊은이들은 외세의 배후 없이 윤석열의 반란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외세의 정권 교체 공작과 무관칠 않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들 세대는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남북 합의를 우선순위에 두고 악착스럽게 이행돼야 한다는 결의가 무쇠 보다 강하다. 청년들이 가장 실망한 건 대북제재와 전혀 무관한 ‘개성공단’ 재개에 손놓고 있는 정부 여당의 무능이다. ‘자주’를 입에 달고 사는 가 하면, 자주를 행사하는 주인이 되라고 목이 터지라 외치는 세대다. 허나, 서울 정부는 눈과 귀를 닫는다. 그리곤 메아리 없는 대화타령만 한다.  

 

인감도장도 미국이 갖고 있고, 또 미국의 허가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니 사실상 실권도 없는 주제에 대화를 한들 무슨 결실을 맺을 수 있나 말이다. 미군 주둔비 40% 올려주고, 미전략무기도 배치했고, 천문학적 예산으로 고가의 미제무기를 구입하기로 했고, 미첩보비행을 멋대로 하게 하고, 한미훈련 까지 하고 있다. 양보할 거 다 했고, 퍼줄 거 다 퍼줬다. 그런데도 챙길 걸 챙기지도 못하고 빈손만 비비고 있다. 미국의 새대북정책이 막 완성됐다고 한다. 일전 (4/28), 상하합동연설에서 바이든은 북핵은 미국 및 세계에 위협적이라면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력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바이든의 대북 발언에 북측은 매우 부정적이다. 예상했기에 놀랄 건 없다. 북핵 문제에서 미국은 서울과 베이징에 큰 짐을 안기려고 하는 것 같다. 미대외정책 1순위가 대중고립압박전략이다. 여기에 북핵 문제가 일조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 같다. ‘쿼드’에 힘을 실어주고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의 도발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미정찰기가 남북 경계선 상공을 연일 배회하고 탈북단체가 50만 장의 삐라를 살포한 것도 도발을 유인 유도하려는 공작의 일환일 수 있다. 삐라 살포 총책인 박상학은 살포 시간과 장소를 비밀에 부친 것도 의심스럽다.

 

 



이번 재보선 참패에서 뼈저린 교훈을 터득해야 한다. 어떤 난관이 조성돼도 <판문점선언> 이행에 착수해야 한다. 정권을 놓치면 예속의 질곡으로 깊이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이라는 신비한 도깨비 마술에 걸려들어 ‘자주’라는 혼은 사라지고 만다. ‘자주’는 매국이 되고, 친미 친일이 절세의 애국이 되는 세상이 되고 만다. <판문점선언> 3주년에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은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행동이 없으니 공염불에 지나나 않는다고 하겠다. 사실 집권당과 정부는 미국의 눈치보느라 허송세월만 보내고 말았다는 게 정답이다.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논의키로 합의한 건 높이 평가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가동될 수 없었던 것도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일 거다. 지금이라도 이행돼야 미국에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큰 소리칠 수가 있다. 우리가 미국에 내밀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는 미군철수와 북과의 소통이다. 이 기막힌 꽃놀이패를 적재적소에 내밀기만 하면 우리의 긴요한 이익을 제대로 챙길 수 있다. 정부 여당은 별로 관심을 보이질 않았지만, <판문선언> 3주년을 맞아 해내외 동포들은 일제히 자주와 주권을 행사하는 주권국의 면모를 갖추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세계 도처에서 울려퍼지는 동포들의 자주적 통일 함성에 정부 여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범민련’ 남측 본부를 비롯한 20 여 단체들은 8월에 개최될 <조국통일촉진대회>  준비모임을 갖고 남북해외 연석회의를 추진키로 했다. <6.15> 남측 본부 (청년학생)는 청와대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정권은 민족 자주의 굳은 약속을 저버리고 외세의존의 길을 걸어왔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한미훈련 중단, 군비증강 반대, 민족 자주를 외치면서 남북 합의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남북 자주 평화통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전폭 지지연대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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