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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영국 총리의 선조는 무슬림 피난민이었다

Macho CHO | 기사입력 2022/01/09 [00:43]

존슨 영국 총리의 선조는 무슬림 피난민이었다

Macho CHO | 입력 : 2022/01/09 [00:43]

▲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와 여동생 레이첼 존슨  © 김환태

 

얼마 전 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여동생이자 유명 언론인 레이첼 존슨이 자신의 고조할머니, 하니페는 13세 어린 나이에 강제로 팔려간 서캐시안 무슬림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영국 TV 채널 5의 “천년의 노예”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하니페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19세기 오스만 제국으로 유입된 많은 서캐시안 소녀들은 백인 성노예로 팔려 갔다. 하니페는 운 좋게 부유한 터키인 사업가 아흐메드의 후처가 되어 아들, 알리를 낳았다.

 

 

  © 김환태


알리는 후에 오스만 제국에서 유명한 언론인, 시인이자 문학가가 됐고, 영국으로 이주해 결혼한 영국 여성은 아들 오스만을 낳으며 죽었다. 영국과 터키를 오가던 알리는 1922년 오스만 제국 말기 잠시 내무장관을 했지만, 터키 독립전쟁으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자 반역자 누명을 쓰고 이스탄불에서 납치돼 살해됐다.

 

영국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란 오스만은 성(姓)을 외가 쪽인 존슨으로 바꾸고 아이린과 결혼해 스텐리 존슨을 낳았다. 스탠리가 바로 보리스 총리와 레이첼의 부친이다. 2008년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 시장도 자신의 선조가 서캐시안 이슬람 교도였다고 방송에서 공개했다.

 

터키에서 부유한 무슬림 사업가의 아들을 낳았던 서캐시안 소녀는 100여 년 후 자신의 자손이 영국의 총리, 유명 언론인이 될 줄은 아마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지구상에는 고유의 영토가 없어 타국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민족들이 꽤 있다. 중동의 쿠르드족과 아시아의 하자라족이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유럽에는 서캐시안이 있다. 우리에게 생소한 서캐시안(Circassian)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살았던 코카시안의 한 뿌리이다. 코카시안은 흔히 미국 공식 서류에서 “유럽, 중동의 후손인 백인”을 칭하는 단어다.

 

서캐시안은 북부 코카서스(캅카스)와 흑해 북동부 산악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오며 자신들을 아디게이(현지어로 높은 뜻) 또는 서캐시안(체르케스)이라고 불렀다. 현재 러시아 남서부와 압하지아 자치 공화국 지역이다.

 

그런데, 서캐시안 대부분은 1864년 고향에서 쫓겨나 지금껏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천년 전부터, 흑해와 카스피해 땅에서 야생마를 길들이고, 땅을 일궈 곡식을 수확하고, 다양한 과일을 재배해 포도주까지 담그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민족이 있었다. 그리스, 로마, 고토, 타타르, 투르크, 몽골까지 이민족들이 이들 땅에 쳐들어왔지만, 산세가 험하고 저항이 거세 점령하지 못하고 지나가거나 소수가 정착하는 정도였다.

 

 

  © 김환태

 

그런데, 제정 러시아는 거대한 두 호수를 끼고 산맥에 둘러싸인 이 풍요로운 땅에 눈독을 들였다. 1763년부터 제정 러시아가 서캐시아를 침공하며 비극이 시작됐다. 백 년 가까이 지속된 전쟁에서 이긴 제정 러시아는 서캐시아 땅을 강제로 합병했다. 서캐시안 지도자는 영국 여왕 등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으나 답은 없었다.

 

당시 제정 러시아와 거래하던 주변 강대국들은 서캐시안의 비명을 다 외면했다. 러시아가 1864년 3월 6일~5월 21일까지 이 지역에서 벌인 인종 대학살로 서캐시아 인구의 75%가 사라졌다. 다행이 살아남아 추방당한 이들은 흑해를 건너 오스만 제국으로 향했다. 흑해의 선박 침몰과 전염병 등으로 약 60만 명이 죽었다. 150만 명의 서캐시안만 오스만 술탄이 보내준 배로 오스만 제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곳이 현재 터키 땅이다.

 

약 10%의 서캐시안만이 자신의 땅인 러시아 점령지에 남았다. 그곳은 1991년 아디게이 공화국이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권하에서 서캐시안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러시아 헌법에는 모든 사람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교육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디게이 공화국에서 서캐시아 언어는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됐고, 공공장소에서는 서캐시아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서캐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점차 줄어가고 있다.

  © 김환태


서캐시안 지도자는 꾸준히 국제사회에 러시아가 자행한 서캐시안 대학살을 알리고 있으나 러시아의 입김은 드셌다. 100년간 제정 러시아가 저지른 서캐시안 대학살은 국가가 없는 현실과 강대국의 국익, 세계 정치의 힘의 균형 등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각지에 살아가는 서캐시안 공동체는 해마다 5월 21일을 1864년 서캐시안 대학살 추모의 날로 기리고 있다. 그나마 서캐시안 대학살을 인정하는 나라는 단 하나 러시아와 적대적인 조지아(그루지야) 뿐이다.

 

제일 우호적인 국가는 터키다. 많은 서캐시안이 터키에 살며 정치가, 군인, 학자,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터키 정부는 제정 러시아가 서캐시아 지역에서 서캐시안 대학살과 추방한 사실을 인정하는 길만이 인류에 대한 중대 범죄와 대적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서캐시안의 민주적 자유, 평등, 공식 위치와 모국어 교육에 대한 권리를 강조했다. 그들의 문화, 언어, 이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 주고, 어떠한 조건 없이 언제든지 그들이 고향으로 귀향하게 물질적 정서적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환태


1830년부터 사용한 서캐시아 국기의 초록색은 자연과 이슬람의 상징이다. 황금색은 평화, 곡식의 풍성한 수확과 밝은 미래다. 12개의 별은 서캐시아의 12개 주(압드자흐, 베슬레니, 브제두그, 하투크웨이, 카바르디, 맘케, 나투카지, 삽수그, 켐가이, 우비크, 예게루크와이, 자니)를 나타낸다. 세 개의 화살은 “당신이 내 친구라면 평화, 당신이 내 적이라면 전쟁”이라는 서캐시안의 도덕적 규범을 가르친다.

 

현재 약 530만 명의 서캐시안이 20여 개국에 살고 있다. 터키 200~300백만 명, 러시아 80만 명, 중동 30만 명, 이스라엘, 미국, 유럽에 2만여 명 등으로 흩어져 있다. 공식적으로 서캐시안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그러나 자연, 다산, 숲 등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 신앙도 믿는다. 6세기 비잔틴의 영향으로 기독교도가 됐으나, 15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교를 받아들여 18세기쯤 엔 대부분 이슬람교도가 됐다. 그러나, 여성에게 히잡 등 이슬람식 복장을 강요하지 않고 복식에 관해 자유롭다.

 

 

  © 김환태



코카사스 지역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서인지 남성은 기골이 장대해 요르단 왕실 근위병으로 근무한다. 긴 다리, 날씬한 몸매, 순백의 피부, 푸른 눈동자에 금발, 흑발과 붉은 머리칼로 대표되는 서캐시안 여성은 러시아 여성, 아랍 여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종 중 하나로 알려졌다.

 

[출처: 뉴스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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