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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한동훈의 불편한 공생 관계

<신율 명지대 교수 칼럼>
총선 패배 시 '윤석열·한동훈' 모두 치명상

국민뉴스 | 기사입력 2024/01/31 [00:03]

윤석열과 한동훈의 불편한 공생 관계

<신율 명지대 교수 칼럼>
총선 패배 시 '윤석열·한동훈' 모두 치명상

국민뉴스 | 입력 : 2024/01/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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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총재 간 갈등이나 김영삼 정권 시절 김 대통령과 이회창 총리와의 갈등이 비슷했다. 당시에는 이런 갈등이 한참 진행된 후 국민에게 알려졌지만, 이번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갈등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언론에 보도됐다.

 

이번 갈등은 1월 23일 윤 대통령이 서천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조우하면서 일단락된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 대통령과 주요 정치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대통령 뜻대로 갈등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대통령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은 것일까? 지금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뜻대로 비대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힘 의총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시기인 만큼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위원장 불신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낮은 지지율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출마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1월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응답률 1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2%에 그쳤다.

 

이 정도 지지율이라면,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여권에 불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총선 성격을 정권 심판론적 ‘회고형’에서, 미래 지도자를 선택하는 ‘전망형’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사건이 필요하다.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갈등은,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 현 대통령과 잠재적 미래 대권 주자와의 갈등은, 역설적으로 미래 대권 주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위원장 존재감이 상승하면 정권 심판론은 잦아들 수 있다. 이때 ‘회고형 투표’는 미래 가치에 대한 ‘전망형 투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 입지는 유리해진다. 이번 총선에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상황이다.

 

즉,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한 위원장 불신임 결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의총을 개최했음에도 불신임이 결의되지 못하면, 국민의힘과 대통령이 입을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테다.

 

둘째,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시점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한 위원장 언급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시점상,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과 사퇴 요구가 관련이 있다 추론할 수밖에 없다. 물론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마포을 후보로 김경률 비대위원을 선택할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시스템 공천을 주장해온 대통령 기분을 상하게 했고 그래서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고 분석한다. 이런 문제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관련 깊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엇보다 김경률 비대위원이 해당 사건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것이 대통령실 분노를 촉발했을 수도 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문제는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도층에서 해당 의혹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크게 두 부분이다. 첫째, 함정 취재라는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는 것, 둘째, 함정 취재에 김 여사가 걸려들었다는 부분이다. 함정 취재는 분명 취재 윤리적으로 잘못된 방법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김 여사가 함정에 빠진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여론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당위성과 연관시킨다. 명품백 수수 논란이 없었다면 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사안은 총선 전에 어떻게든 털고 가야 할 문제다. 그냥 덮으며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여권 일부는, 함정 취재는 정치 공작이고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여론이 어느 정도 호응할까.

 

오히려 일반 국민은 한 위원장의 해당 사건에 대한 언급, 즉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발언에 대해 더 공감하는 듯하다. 그런데 해당 발언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 요구가 등장했으니, 여론은 아무래도 한동훈 위원장 편일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출마자들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 사퇴에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론에 호응을 얻는 주장을 했다고 사퇴 ‘당하는’ 것은, 중도층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한 위원장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이렇듯 지지세가 높은 정치인을 하루아침에 쳐낸다면 그 역풍 규모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때 총선 승리는 어려워질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넷째, 우리나라 국민은 유독 피해자에 대한 동정 심리가 강하다. 한 위원장 ‘강퇴’가 현실화될 경우, 한 위원장에 대한 동정 여론이 더욱 들끓을 가능성이 크다. 그뿐인가. 대통령실이 여당 권력 구도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징계를 받으며 물러났고,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경선 중간에 사퇴했다. 이후 당선된 김기현 전 대표 역시 중도에 사퇴해야 했다. 이번에 다시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있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피해자 이미지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유권자들이 ‘피해자 한동훈’에 상당 수준의 동정심을 갖게 된다면, 이 또한 총선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이 일단 갈등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갈등의 확대를 막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분명한 점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는 거의 사라지고,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21대 국회와 매우 힘겨운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 모두 본의 아니게 ‘운명 공동체’가 된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매경이코노미' 칼럼 <尹 뜻대로 韓을 내칠 수 없었던 이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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