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한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사람을 위해 벼슬’을 만들다, 란 뜻이다. 즉 원래 없던 자리인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심기 위해 억지로 자리를 만드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행위는 일반 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혹은 정부든 환영받지 못한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윤석열 정권은 인사가 망사(忘死)가 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인사 실패는 이미 알려진 바, 재론할 가치도 없지만 20년 지기 친구가 비례대표에서 밀려 사퇴하자 하루만에 민생특보로 임명한 것은 해도 너무했다는 평가다.
검찰수사관 출신 주기환 윤석열과 20년 술친구
그 주인공은 주기환으로 그는 윤석열과 같은 나이(1960년생)로 검찰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석열이 2003년 광주 지검에서 근무할 때 주기환은 검찰 수사관이었다. 윤석열이 박근혜 정부 때 대구로 좌천되었을 때 주기환은 대구로 찾아가 위로해 술동무를 해 주었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검사와 걸찰 수사관은 직위가 달라 상하관계가 엄격하다. 따라서 검사와 수사관은 수사 외엔 인간적으로 가깝지 않는 게 상례다. 그러나 윤석열과 주기환은 서로 술을 좋아해 매우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윤석열이 주기환을 챙기는 이유라 하겠다. 지금도 둘은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술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환은 현재 국힘당 광주시당 위원장이다. 주기환은 지난 지방선거 때도 광주 시장에 출마했다. 아무리 집권당인 국힘당 후보지만 광주에서 주기환 정도가 시장에 출마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기환은 검찰 수사관 외 별로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오직 하나 윤석열과 가깝다는 것뿐이었다. 말하자면 윤석열은 술친구를 광주시장 선거와 총선에 출마시킨 것이다.
호남무시라며 비례대표 사퇴한 주기환
주기환은 국힘당이 만든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에 지명되었는데 번호가 24번이었다. 24번은 국민의미래가 50% 정도 얻어야 당선될 수 있는 후순위다. 그러자 주기환이 분노해 비례대표에서 사퇴해버린 것이다. 주기환은 국힘당이 비례대표 25%를 호남 출신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한동훈이 깼다며 강력 반발했다.
주기환이 사퇴하자 ‘진윤’인 이철규가 사퇴 운운하며 발끈하고 나서 한동훈을 자극했다. 비례대표에 한동훈 측근이 두 명이나 앞순위에 들어있는 것을 성토한 것이다. 한편 윤석열의 20년 지기가 비례대표에서 사퇴하자 윤석열도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윤-한 갈등 제 2라운드가 점화될 무렵, 윤석열이 하루만에 주기환을 대통령 민생 특보로 임명했다. 주기환을 배척한 한동훈에 대한 간접 경고로 보인다. 지금은 총선이라 참지만 언제고 그 대가를 받을 것이라는 경고이기고 하다.
국힘당은 부랴부랴 호남 출신 조백숙을 비례대표 앞순위로 넣어 갈등을 봉합했지만 한동훈과 이철규, 그리고 윤석열 사이에는 앙금이 남아 있어 총선 후 이게 어떻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한동훈이 외국으로 나갈 거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검찰 수사관 출신이 민생 특보?
문제는 주기환이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검찰 수사관 출신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이 총선을 앞두고 전국 22개 시도를 돌아다니며 온갖 선심성 공약을 마구 뿌리자 민주당이 관건선거라며 고발한 가운데,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기환을 민생특보로 임명하자 국힘당 내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 특보는 월급은 없지만 장관급으로 차량, 사무실, 활동비가 주어지는 노른자리다. 윤석열은 그동안 이동관과 유인촌을 특보로 임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주기환 특보 임명으로 올 1월 신설된 사이버특별보좌관에 임명된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를 비롯해 대통령 특보가 늘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서 여당에 불리한 이슈를 만드는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주기환 아들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한편 주기환 아들도 대통령 부속실에서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적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자 야당은 일제히 “민생 팔아 친구 챙겼다”며 성토했다. 이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에 특보 자리가 하나 생겼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를 앉혔다"며 "새로 생긴 특보자리는 대통령 민생특별보좌관, 이름만 들으면 대통령이 민생을 제대로 살필 수 있도록 보좌하는 자리다. 민생을 팔아서 친구 자리를 챙겨줬다는 비판이 절로 나온다"고 성토했다.
윤석열, 김건희의 사적 채용
그동안 보도된 윤석열, 김건희 사적 차용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22년 6월 14일 김건희 봉하 마을 방문 후,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2명 대통령실 채용, 2022년 6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40년 지기 황씨 아들 대통령실 직원 채용, 2022년 7월 6일 대통령 외가 6촌 대통령실 근무, 2022년 7월 12일 극우 유튜버 안정권 누나 대통령실 근무, 2022년 7월 15일 윤석열 40년 지기 우씨 아들 대통령실 직원 채용,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9급 발언 논란, 2022년 7월 19일 윤석열 대통령 검사 시절 수사관 인연 아들 대통령실 직원 채용 논란 등등. 드러나지 않은 사적 채용은 더 많을 것이다.
4월 10일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 제2의 한일전
국회의 경우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을 보좌진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고, 5촌 이상 8촌 이내를 채용할 경우 국회 사무총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그러한 규정이 없어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는 직원을 채용할 때 가족이나 친족이 근무하는지를 묻도록 내부지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는 해당 지침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권이 경제와 민생을 파탄내고 민주주의를 짓밟더니 인사마저 자기 마음대로 하니 지지율이 그 모양 그 꼴인 것이다. 4월 총선은 그런 것에 대한 거대한 응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는 요즘 어디서 뭘 하나? 이런 ‘가택연금’은 생견 처음 본다. 부끄러움은 왜 국민 몫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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