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언어적 표현은 말로 하는 것이고, 비언언적 표현은 음성이 아닌 몸짓이나 표정으로 한다. 가령, 상대가 “반갑습니다”하고 말하면 언어적 표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하늘만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것은 비언어적 표현이다. 반갑지 않은 사람이 “반갑습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감의 표시다. 따라서 때론 언어적 표현보다 비언어적 표현이 더 강렬한 의사 표현일 수도 있다.
한편 언어적 표현에서 음성의 고저, 어조, 속도 등을 반어적 표현이라 한다. 보통 화가 많이 나면 음성이 높아지고 말의 속도도 빨라진다. 손자를 본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낮고 느려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어조만 들어봐도 상대의 기분이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소통을 할 때는 언어적 표현은 물론 비언어적 표현 및 반언어적 표현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비언어적 표현은 문학 작품 중 특히 희곡에서 많이 사용된다. 희곡은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를 기본 수단으로 하여 표현하는 예술 작품을 이르는 것으로,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를 드러내는 데 반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르크 아일러트는 그의 저서 <감출 수 없는 표정의 심리학>에서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 윤석열만 만난 조국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조국 대표와 윤석열이 부처님 오신 날 행사장에서 서로 조우했다. 사진을 보면 조국과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의 표정이 조금 뜨악해 보인다. 한때 자신의 상관이었던 조국을 만났으나 지은 죄가 있으니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무려 5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 임명식을 했는데, 그때 조국 민정수석은 윤석열과 처음 만났다. 그땐 박수치며 축해해 주었지만 얼마 후 윤석열의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검찰 개혁 약속한 윤석열 뒤통수 쳐
검찰개혁을 약속했던 윤석열이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의 뒤통수를 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할지 당시 조국은 몰랐을 것이다. 거기에다 부인, 딸까지 거의 도륙을 당했고, 윤석열에게 정권까지 빼앗겼으니 조국 대표 마음도 착잡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조국을 보고 “반갑습니다.”하고 악수를 청했지만 속으론 뜨끔했을 것이다. 자기 가족 비리는 모두 덮고 조국 가족은 멸문지하를 당하게 했으니 양심이 있다면 ‘뜨끔“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조국이 제3당 대표가 나타날 줄 윤석열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누가 그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조국, 악수만 하고 말은 안 해
윤석열은 15일, 서울 종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참석 후 퇴장 도중 조 대표와 인사를 나누었다. 윤석열은 조국 대표와 악수하며 눈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참으로 기묘했다. 그 사진 한 장에 두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이 조국에게 다가가 “반갑습니다”하고 악수를 청하자 조국은 악수는 했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을 도륙낸 원수를 만났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뉴스로 본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마도 조국 대표에게 측은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고, 그 민심이 이번 총선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만난 게 마지막이다. 당시 조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같은 해 8월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뒤 소위 '조국 사태'가 시작됐다. 윤석열은 조 대표 자녀 입시 비리 수사를 이끌었고, 조 대표는 취임 한 달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제3당 대표가 된 조국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돌풍을 일으켜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했다. 조 대표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과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대표는 총선 중 부산에 내려가 “느그덜 우리가 두렵제?”, "이제 고마 치아라 마!“하고 외쳐 화제가 되었다. 거기에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 그리고 반어적 표현이 다 들어 있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거북한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조국의 표정에서 그것을 보았다. 윤석열의 표정이 일그러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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