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대통실로부터 전화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은 물론, 윤석열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았다는 게 통신 기록으로 드러나자, “그 전화는 해병대 수사 개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둘러댔다. 그렇다면 그 긴박한 상황에 윤석열이 이종섭에게 공적이 아닌 사적인 일로 연속 세 번이나 전화했다는 말인가? 변명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야 공감하는데, 이건 거의 억지에 가깝다 하겠다.
이 뉴스가 나가자 관련 기사엔 “애인 사이도 하루에 세 번 연속 안부 전화 안 한다.”, “우크라이나에 포탄 몇 발 보낼까 의논했나?”, “왜 비화폰을 쓰지 않고 개인 유대 전화로 통화했을까?” 하고 조롱했다. 그동안 정중동 자세를 보이던 주요 언론들도 군사법원이 요청해 나온 통신 자료가 공개되자 이를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공수처 의심하는 국힘당
이 자료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에서 군사 법원에 통신 자료요청을 해 받아들인 결과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국힘당은 공수처 내에 내부 고발자가 있는 것 같다며 이를 수사하라고 윽박질렀다. 그 주인공은 검사 출신 유상범이다. 정당한 절차를 걸쳐 받은 자료를 마치 누가 흘려준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국힘당의 이러한 태도는 메시지보다 메신저를 밝혀 메시지를 덮어버리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윤석열이 개인 휴대 전화로 이종섭과 통화했다는 게 보도되자 이종섭은 물론 대통령실, 각부 장관들까지 나서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그 통화 후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었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 단장이 보직해임당해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윤석열은 물론 대통령실 전체가 동원된 듯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내역에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지난해 7월 31일이다. 02-80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유선전화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VIP 격노’를 들었다고 지목한 바로 그날이다.
이틀 뒤인 8월 2일, 윤석열이 검사시절에 쓴 개인 휴대폰으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 거의 1시간 사이 3차례 연달아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후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됐고, 군 검찰이 박 대령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경북 경찰서에 넘긴 사건 기록은 반나절만에 국방부로 이첩되었다.
2차 전화 후 명단에서 임성근 사단장 빠져
8월 8일, 윤석열은 또다시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를 한다. 당시 국방부는 경찰에서 되가져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하던 중이었다. 이후 원래 8명이었던 과실 치사 혐의자는 임성근 1사단장이 빠지고 2명으로 축소돼 경찰에 다시 넘어갔다.
이종섭 전 장관의 통화 내역을 보면 대통령실 인사와 고위 관료도 광범위하게 등장한다.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임종득 당시 안보실 1,2차장, 김용현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다. 이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 측은 통화 기록 중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부분은 결단코 없다고 했지만, 무슨 전시 상황도 아닌데 이토록 많은 통화를 한다는 말인가?
일반적 통화라는 이종섭의 후안무치
한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이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자 윤석열과 자신이 나눈 통화는 해병대 수사 단장 항명 수사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적 통화였다고 둘러댔다. 아니, 그 긴박한 상황에 대통령이 해외에 출장 나가려는 국방부 장관에게 잡담을 하기 위해 전화했다는 말인가?
일부에서는 당시 하고 있던 새만큼 잼버리 행사 관계로 두 사람이 통화했다고 하지만, 그 행사의 주관은 여성가족부이고, 관련 기관인 행안부, 국무총리실도 있는데 왜 하필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새만금 잼버리에 대해 얘기한다는 말인가? 혹시 새만금에도 반국가단체가 개입했다는 말인가?
격노 자체도 부인
이종섭 측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 순직 사건 관련으로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으며, 대통령실 그 누구로부터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적도 그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다"면서 "이첩 보류 지시 등은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VIP격노’는 박정훈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들은 것 외 다른 장교도 들었다고 고백해 사실로 굳어졌다. 지금까지 대통령실도 격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시 없이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을 빼라는 지시를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이 임성근 사단장을 아낀 것은 이종섭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종섭의 이러한 변명은 그가 말한 기존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그동안 이종섭은 대통령실과의 통화 자체도 부정했다. 이종섭은 지난해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화 사실이 드러나자 이종섭 변호인 측은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통화를 한 적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할까?
관련 증거가 새롭게 나온 이상 공수처 수사도 탄력을 받아야 하는데, 수사 인력도 부족하고 새로 임명된 공수처장의 성격상 기대하기 힘들다. 다행히 언론들이 나서 이를 조명하고 있어 공수처도 마냥 수사를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나중에 특검을 통해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안 한 것이 드러나면 공수처 주요 간부들도 직무유기로 처벌될 수 있다.
공수처가 수사를 해 검찰로 넘기면 기소 여부는 검찰이 하는 구조도 이 수사를 믿을 수 없게 한다. 공수처가 관련 증거를 첨부한다 해도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다시 지시하며 기소를 안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특검이 필요한데 부결되었다. 22대 국회 때 다시 발의되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방법이 없다,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제2의 6월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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