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야든 큰 선거에서 참패하고 나면 민의를 잘 받들어 혁신하겠다고 다짐하는데, 국힘당은 다른 것 같다. 국힘당은 야당에 108대 192로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난 총선보다 의원수가 늘었다거나 지지율이 올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총선 참패의 원인이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국힘당의 무능에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 터, 그렇다면 정부가 우선 변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은 속말로 “배째라” 식이다. 앞으로 두 해 동안은 큰 선거가 없으니 막나가도 된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다.
총선 참패 축하 파티?
윤석열은 총선 참패를 축하라도 하듯 용산으로 기자 200명을 불러 손수 계란말이를 해 대접했다. 기자들을 불렀으면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음식을 먹으며 웃어대는 윤석열이나 기자들을 보노라니 눈에서 사금파리가 튈 정도였다. 어떤 기자는 “김치찌개 더 주세요”하고 아양을 부렸다. ‘기레기’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물론 기자들로선 용산에 초청받았으니 가문의 영광이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기자 200명을 불러 각종 고기며 음식을 대접하려면 거액의 돈이 들어갔을 텐데 그 돈은 누가 댔을까? 윤석열의 기자 초청 파티는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고 내용도 없는, 앞으로 기사 좀 잘 써주라는 청탁에 지나지 않는다.
술 마시고 어퍼컷
윤석열은 그것도 모자라 국힘당 연찬회에 가서 “오늘 욕 좀 먹겠다”며 의원들에게 술을 돌리고 어퍼컷까지 했다. 마치 큰 선거에서 이기고 축하 파티를 여는 모습 같았다. 윤석열도 윤석열이지만 옆에서 같이 파안대소하는 국힘당 지도부를 보자니 차라리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된 황우여는 “우리가 총선에서 108명을 얻었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당”이란 식으로 말해 빈축을 샀다. 오죽 인물이 없으면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을 하던 사람을 영입해 놓고 무슨 자랑스러운 당이란 말인가. 홍준표의 말처럼 배알도 없는 모양이다.
정신 나간 당, 뽀개버리겠다
윤석열은 대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힘당에 대해 “정신 나간 당, 뽀개버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당에 가서 의원들에게 술을 돌리고 어퍼컷을 하니 그 이중성이 놀랍기까지 하다. 혹시 국힘당을 진짜 뽀개버리기 위해 정치를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일까?
윤석열의 예언 아닌 예언처럼 국힘당이 ‘뽀개질’ 가능성도 있다. 한동훈이 당대표 선거에 나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힘당은 7월 25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선출하는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이 출마한다는 설이 무성하다.
하지만 한동훈이 당대표에 나서려면 용산과 등을 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총선 때 몇 차례 경고를 받은 한동훈이 ‘반윤’을 왜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짐작컨대 한동훈의 그릇으론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한동훈이 당대표 선거에 나오면 국힘당은 친윤파와 친한파가 갈리어 어쩌면 내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보수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얼차려로 숨진 병사 영결식 날 술 잔치
국힘당 연찬회를 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여당 국회의원이 가슴에 다는 배지는 금배지가 아니라 제 눈에는 고난의 십자가로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분위기를 바꾼 사람은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은 마이크를 잡고 “오늘 저녁은 제가 욕 좀 먹겠습니다.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여러분에게 맥주로 축하주 한잔씩 다 드리겠습니다. 파이팅!”하고 외쳤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힘당 의원들이 술을 마시며 즐긴 그 날이 바로 무리한 얼차려로 사망한 훈련병의 영결식 날이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 전에 국힘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부결시켰다. 애초에 찬성한다고 약속했던 4명도 기권을 한 것 같다. 유일하게 김웅만 찬성했다고 고백했다. 그 네 사람은 나중에 반드시 응징될 것이다.
윤석열을 각하라 한 사람도 있어
국힘당의 연찬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중ㆍ하순 무렵 윤석열은 국민의힘 22대 당선인을 권역별로 나눠 세 차례 저녁을 가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일부 당선인은 윤석열을 “각하”라 부르며 “무조건 충성한다”,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는 등 교언영색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차마 전달하지 못할,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줄 낯뜨거운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세 차례의 저녁 자리에서 술은 각각 맥주 한잔 또는 화이트와인 한잔 정도였다고 알려졌는데, 실상은 달랐다. 소주ㆍ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몇 순배 돌았고, 상당수 의원이 만취 상태로 귀가했다고 한다.
그래놓고 성찰하겠다 다짐
국힘당 의원 108명은 지난달 31일 연찬회를 마무리하며 낸 결의문에서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지난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며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언제나 민심을 가장 두려워하겠다는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뿐, 여전히 국힘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갤럽 21%, 미디어 토마토 27%, 꽃 26% 지지율이 보여주듯 민심은 이반될 대로 이반되었는데, 그래도 좋다고 술이나 마셔대는 꼴을 보자니 탄핵을 당해야 정신차릴 모양이다. 누가 그랬나, 국힘당을 ‘108번뇌당’ 이라고. (자세한 것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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