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에서 귀한 낭보가 전해졌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kg에 출전한 허미미 선수가 유도에서 값진 은메달을 딴 것이다. 허미미 선수의 유도 은메달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독립지사 허석 선생의 5대손이었기 때문이다. 체육계마저도 친일파가 득세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허미미 선수가 대한민국 국적으로 유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선천적 복수 국적자였다. 학창 시절에는 잠깐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살다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동안 태극기를 달고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는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한 이후부터 한국인 친구와 교제하며 한국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며 한국어가 매우 유창해져 현재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다.
허미미가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은 할머니의 유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조모가 생전에 여러 차례 "미미가 독립지사의 후손으로서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같은 재일교포 유도 선수 김지수를 따라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한 것이다.
그의 5대 조부인 독립지사 허석은 지금의 경북 군위 출신이다. 1910년 7월 경술국치를 겪고 난 후 줄곧 망국의 한을 품고 있던 그는 특히 일본인들의 한국 이주가 매년 늘어나고 조선인의 이권이 침탈되어가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를 분개히 여겨 동포들에게 일제의 침략상을 알리고자 계획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1918년 8월경 군위군 의흥면으로 통하는 마을 근처 도로 곁에 세워진 비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격문을 붙여 동포들의 항일 의식을 고취하였다.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충성이란 곧 목숨을 다하고, 마땅히 힘을 다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섬기는 도(道)와 임금을 섬기는 마음이 우리에게 다르지 않는데, 어찌 다른 임금을 섬기겠는가. 너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나라 일의 주인이 되었으니, 나라 잃은 백성이 어찌 아프지 않으며, 너희들이 어찌 원수가 아니겠는가. 너희들을 멸망시키고자 하지만 우리에게 역량이 없어 어찌해볼 수 없구나.』
그후 1919년 고종 황제가 붕어하자 그해 2월 고종을 모실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낼 계획으로 터를 잡고 땅을 고르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1919년 5월 3일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청에서 소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그 뒤 1920년 4월 22일 만기출옥 후 3일 만인 같은 달 24일 결국 고문의 후유증으로 순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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