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탄 ‘공천 개입‘ 방송한 서울의 소리
서울의 소리는 23일 밤 9시에 ‘대통령실 5시간 녹취록’ 제1탄 ‘공천 개입’을 방송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녹취한 것을 바탕으로 최경영 전 KBS 기자와 장인수 전 MBC 기자가 이를 보도했다. 제1탄은 약 42분 동안 진행되었고, 다음주 월요일 밤 9시에 제2탄이 방송된다.
제1탄 방송의 주요 내용은 지난 총선 때 경기도 용인갑에서도 공천 개입이 이루어졌는데, 거기에도 김건희가 개입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녹취는 이명수 기자가 당시 용인갑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국힘당 예비 후보와 나눈 전화 내용이다.
주요 녹취 내용과 분석
방송에는 제보자의 이름이 안 나왔지만, 녹취 내용과 당시 용인갑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국힘당 예비 후보들을 고려하면 제보자는 대통령실에서 선임 행정관을 하다가 비서관 직무대리를 한 김대0 씨로 보인다. 그가 한 말을 분석해 본다.
“이철규가 용산 여사를 대변해서 공관위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주 그냥 여사한테 이원모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을 떨고 있다. 이원모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근데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이 저 야단 난리치고 있잖아. 왜냐면 이원모 (공천)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
김대0 씨의 말인즉, 당시 국힘당에서 여러 사람이 용인갑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대통령실 인사 비서관으로 있던 이원모가 전략 공천되었다는 것이다. 이원모는 원래 서울 강남갑에 공천할 예정이었는데, 당에서 친윤이 양지에 출마하면 여론이 안 좋아질 거라는 의사를 전달하자 출마지를 용인갑으로 바꾼 것 같다. 강남갑에서 출마하려던 박진 전 외교부 장관도 다른 곳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김대0 씨의 녹취에 따르면 이원모 전략공천에는 당시 공관위원이었던 친윤 이철규가 김건희의 지시를 받아 수행한 것 같다.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김건희 여사가 공천 개입을 많이 하고 있긴 하네요”라고 하자 김 전 행정관은 “하고 있지. 그 루트가 이철규야”라고 답했다. 김건희가 자신과 가까운 이원모 전 비서관을 전략공천하기 위해 이철규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재영입위원장)을 통해 공천 작업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
태도 바꾸어 공기업 감사가 된 김대남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김대0은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 대리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 국민의힘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이 우선추천(전략공천)되면서 출마도 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2월 20일 이명수 기자와 한 통화 녹취에서 공천 직후 이의 제기를 하려다가 태도를 바꾸어 공기업 사장이 되는 것으로 작전을 바꾼다. 그는 녹취에서 “공기업 사장이 됐든 아니면 뭐 다시 용산을 넣어달라고 해서 용산에 들어가서 다시 비서관 역할을 하든지 뭔 보험을 들어야 될 거 아니냐”고 말했다. 즉 용산에 거역해 보복을 당하느니 차라리 조용히 지내고 대신 공기업 취직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총선 당시 이원모 캠프에 가서 선거운동을 지원했고, 선거 이후 현재는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면 그는 부정 청탁을 한 것이고, 용산이 이를 들어주었으므로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당사자가 청탁을 했다는 녹취가 있고, 용산이 이를 수용해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을 시켜주었으므로 범죄의 성립 조건이 된다.
관련 사실 방송되자 고소하겠다, 하지만 승소 가능성 제로
서울의소리가 이를 보도한다는 소리가 들려오자 김대0은 법률대리인인 유정0 변호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언론 공지를 냈다.
“2024년 상반기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할 당시 의도적으로 공천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전달했다. 본인은 당시 경선 후보 중 1인에 불과해 서울의소리 측이 주장하는 공천 관련 사실들을 알지도 못했고,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서울의소리, 그리고 서울의소리 영상을 활용하여 보도하는 방송에 대해 형사 및 민사 고소·재판을 진행할 것이다.”
김대0 씨의 이러한 태도는 김건희 공천 개입을 폭로하는 대신 개혁신당 인사들을 만나 비례대표 1번을 달라고 한 김영선 전 의원이 나중에 그 말을 부정한 것과 싱크로율이 거의 같다. 그 점은 명태균도 비슷하다. 용산에서 무슨 압력이 들어온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이 말해 놓고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우를 범했다. 자승자박이다. 따라서 그들이 무슨 민·형사상 소송을 벌인다 해도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보도가 나가자 이철규 의원은 한겨레 신문 기자와 한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당시 강남 공천을 원하던) 이원모 비서관을 강남에서 빼내 용인에 가서 희생해달라고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용인갑은 10대~21대에서 모두 국힘당이 당선된 지역으로 결코 험지가 아니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한 검사 출신 이원모가 출마해 낙선한 것이다.
윤석열 부부가 스페인을 방문할 때 유일하게 전용기를 탄 비선이 바로 이원모 부인
윤석열과 김건희가 2022년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전용기에 왠 낯선 여자가 한 명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이원모 인사 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였다. 정부 조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는 게 밝혀져 논란이 일자 당시 용산은 "민간인 자원봉사자도 필요시 순방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게 경기도 법인 카드 10만4000원 사용으로 난리를 폈던 그들이 할 말인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원모의 부인 신모 씨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로, 한방 관련 회사 대표를 지냈다. 그래서 그런지 이원모는 재산이 수백억이다. 이제 용산은 방어하기에 바쁘겠지만, 관련 녹취가 있는 이상 소송을 해도 이기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또 다른 녹취가 언제 어디서 또 터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원모를 용인하지 않은 용인갑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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