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미국식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정당 지지층에서 과거와 다른 유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보수 우익정당인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진보 좌파 정당인 민주당 후보 힐러리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대선에서는 학사학위 소지자의 51%, 석사학위 소지자의 70%, 박사학위 소지자의 76%가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학력층에서 진보정당인 민주당을 지지한 것입니다. 고학력층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핵심은 일단 학력이 과거와 달리 상향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과거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차츰 고학력층의 수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직업·고용형태·수입 등도 폭넓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진보주의 정책에 동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저학력의 전통적 산업 노동계급은 노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조직력과 정체성으로 진보 좌파 정당의 핵심 기반으로 행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주요 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되었고 불법 이민자 때문에 미국 현지인들의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실직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으면서 경제적으로 보호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의 보수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유럽은 난민 수용 문제에 고심하고 있으며 미국은 불법 이민자의 입국과 취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운 우익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서민과 노동자층에서는 보수 우익 정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이들을 핵심 지지층으로 인식했던 진보 좌파 정당들은 결국 새로운 지지층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지층이란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는 고학력 화이트칼라 중산층이라 하겠습니다. 그 결과 좌파 정당은 이제까지의 경제적 진보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지지층이 선호하는 문화적 진보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우리나라에서 강남 좌파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에 대적하여 아스팔트 우파라는 말이 나타났습니다. 강남좌파라는 용어는 한때 조국 현 조국혁신당 대표를 일컫기도 했습니다.
토마 피게티는 경제적 발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각국은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불평등 문제에 대해 좌파 정당들의 정치적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침묵하고 있음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 결과 좌파 정당의 지지층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여기에는 교육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면서 1970년대부터 고학력층의 좌파 정당 지지도가 증가하기 시작하다가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아예 확고한 현상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이제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 정치에 접목하여 비교해 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보 좌파 정당이라고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석수 과반을 넘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지역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비례대표로만 12석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들의 주요 지지층은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고학력층이라 하겠습니다.
먹사니즘의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고민정 전 최고위원은 “언제까지 서민의 정당만을 표방할 것인가”라면서 종부세 폐지와 민주당의 서민 정당 이미지 탈피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9월 24일) 실시하는 금투세 시행과 유예에 대한 찬반 토론회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수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고학력 중산층을 의식하고 국민의힘이 가진 자를 대변하는 정치상황은 참으로 난감한 사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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