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충암고 1년 후배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는 약 50초 동안 대화를 나누었지만, 한동훈과는 1초 동안 악수를 하고 지나갔다. 영상으로만 봐도 윤석열이 얼마나 한동훈을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집권 여당의 대표이면 사실상 권력 2인자인데, 마치 조폭이 옆집 동네 깡패 대하듯 했다. 이것으로 24일에 있을 당정회담의 결과를 예고했다.
한동훈을 향한 김건희의 싸늘한 눈초리, 악수도 안 해
한동훈을 향한 싸늘한 눈초리는 김건희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으면 다가가 악수를 청했을 텐데, 김건희는 시선을 앞에 두고 한동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마도 한동훈이 추천해 국힘당 비대위원인 된 김경율이 김건희를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교한 것에 아직도 앙금이 안 풀린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이 의도된 연출인지 진짜 갈등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과거 이명박과 박근혜도 ‘갈등 코스프레’로 재집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에 김건희가 격노한 것으로 알려져 진짜 갈등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김경율이 한 말 중에 “난잡한 사생활”이란 말에 김건희가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김건희가 추천한 사람들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도 이유라 하겠다.
용산, 한동훈이 요청한 독대 거절
용산은 한동훈이 요청한 독대를 거절했다. 한동훈이 독대 건의를 용산에 먼저 하지 않고 언론에 먼저 흘렸다는 게 거절의 이유다. 그 점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한동훈이 용산에 독대를 요청했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윤석열은 한동훈과 마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원래 서로를 잘 아는 사이는 친한 것 같아도 경계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배신은 항상 가장 가까운 사람이 먼저 한다.
하긴 평생 자신의 밑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한동훈이 어느덧 커서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되어 자신을 압박하니 윤석열로선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한동훈을 그렇게 키워준 사람은 바로 윤석열 자신이란 점에서 자업자득 혹은 자승자박이라 하겠다. 애완용으로 키웠더니 맹견이 되어 덤비는 꼴이다. 개 중에는 간혹 주인을 무는 개도 있다.
한동훈 고사작전
독대를 요청한 사람은 한동훈인데, 대통령실은 그 여부를 한동훈에겐 알려주지 않고 언론에 먼저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하게 한동훈을 무시해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하지만 한동훈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 있다.”라고 말해 묘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한동훈이 말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 뭘까? 필자 생각에 한동훈이 최근 자신의 대선 주자 지지율도 떨어지자 뭔가 결심을 한 것 같다. 속말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데,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자’ 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빈손으로 끝난 당정협의 만찬
24일 국힘당 지도부와 윤석열이 만났으나 예상대로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한 소위 ‘빛 좋은 개살구’ 모임이었다. 가장 큰 현안인 의대정원 조정도 합의하지 못했고,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한동훈은 원 오브 뎀으로 참석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아니라, 계륵(鷄肋)이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동훈이 윤석열에게 더 이상 90도 폴더 절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대표가 되어 위상이 달라진 것에도 기인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감정 탓으로 보인다. 한동훈은 비대위원장 시절 서천 화재 현장으로 내려가 윤석열에게 90도 폴더절을 해 ‘윤석열 아바타’란 말을 들어야 했다. 그 바람에 당 지지율과 대선 주자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한동훈 중대결단 할까?
일각에서는 용산이 계속 한동훈을 멀리하고 무시하면 한동훈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란 전망이 들려온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국정 지지율은 물론 당 지지율, 그리고 대선 주자 지지율도 폭락해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가고, 어쩌면 보수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동훈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살기 위해선 온몸을 던져야 한다. 즉 당대표를 사퇴하고 당분간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이고, ‘새가슴’인 한동훈은 또 원론적인 말만 늘어놓고 당대표를 유지할지도 모른다. 용산의 실질적인 주인인 김건희가 한동훈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독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용산도 고민 깊어질 듯
하지만 용산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한동훈을 내치자니 혹시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의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의결되면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용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한동훈이 실제로 당대표를 사퇴하고 외국으로 나가면 국힘당이 두 개로 쪼개져 보수가 공멸될 수도 있다. 그런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구와 경북, 70대까지 부정이 높은 것은 탄핵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가조작, 명품수수, 해병대 수사 외압, 마약 수사 외압에 이어 김건희 공천개입이 터져 연일 새로운 증거가 쏟아져 나오고, 김건희와 연을 끊었다는 이종호는 일주일에 36차례나 김건희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드러났다. 한창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이 이루어진 시기다. 거기에다 시민단체가 김건희 공천개입을 공수처에 고발하자 공수처가 수사하겠다고 나서 용산으로선 죽을 맛일 것이다.
어쨌거나 보수의 분열과 윤석열 정권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 수구들은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구속해 야당을 분열시키고,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면 예상대로 계엄령을 발동할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20%대의 정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심리적 탄핵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독대’를 거절하고 ‘독재’만 하다간 ‘독방’에 갇힐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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