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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603> 핵추진 잠수함 입항과 토의식 핵작전연습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 기사입력 2024/09/30 [07:06]

<개벽예감 603> 핵추진 잠수함 입항과 토의식 핵작전연습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 입력 : 2024/09/30 [07:06]

 

 

                            핵추진 잠수함 입항과 토의식 핵작전연습

 

 

<차례>

1.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 포착한 항공우주정찰소

2. 표현 수위 낮아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3. 재래식-핵통합전략과 핵협의그룹

4. ‘핵지침’ 문서에서 사용된 핵심 용어

5.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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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 포착한 항공우주정찰소

 

2024년 9월 2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였다. 담화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의 직속 독립정보기관인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 물체를 포착하였으며 그 정찰자료를 보고하였다.” 이 인용문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1) 조선에 항공우주정찰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되었다. 9월 24일 담화에 의하면, 항공우주정찰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인 김정은 총비서의 직속 독립정보기관이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항공우주정찰소 소장에게 직접 명령과 지시를 내리고, 항공우주정찰소 소장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직접 보고하는 정찰작전체계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항공우주정찰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직능을 평면적으로 대비해보면, 조선 항공우주정찰소 직능은 미제국 국가정찰실(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직능과 국가지리공간-정보국(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 직능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미제국 국가정찰실은 정찰위성과 정찰기가 촬영한 항공우주정찰 자료를 수신할 뿐 아니라, 미제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소속 첩보위성과 첩보기가 촬영한 항공우주정찰자료도 받아본다. 다시 말해서, 미제국 국가정찰실은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이 전송한 위성정찰자료만이 아니라 정찰기와 첩보기가 촬영한 항공정찰자료도 수집하는 것이다.

 

평면적으로 대비해보면, 조선 항공우주정찰소는 미제국 국가정찰실의 직능과 유사한 직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테면, 조선 항공우주정찰소는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이 실시간 전송하는 위성정찰자료만이 아니라, 새별-4형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른 전술정찰기들이 실시간 전송하는 항공정찰자료도 수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정찰소가 아니라 항공우주정찰소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또한 조선 항공우주정찰소는 미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이 수행하는 직능과 유사한 직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제국 국가지리공간정보국은 정찰위성과 정찰기, 첩보위성과 첩보기가 촬영한 영상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한 지리공간정보(GEOINT)를 미제국 국방장관실에 보고해 군사작전에 사용될 수 있게 한다. 조선 항공우주정찰소도 군사정찰위성, 전략무인정찰기, 전술정찰기가 촬영한 영상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한 정찰정보를 김정은 총비서에게 보고해 군사작전에 사용될 수 있게 한다.

 

직능은 유사하지만, 사업체계는 다르다. 항공우주정찰소는 국방성 산하 기관이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의 직속 기관이다. 그와 달리, 미제국 국가정찰실과 국가지리공간-정보국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 아니라,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조선에서 항공우주정찰소는 언제 조직되었을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3년 11월 21일 발사되어 궤도에 오른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은 시험운용을 거쳐 2023년 12월 1일부터 정식 가동되기 시작했고, 정찰위성운용실은 2023년 12월 2일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항공우주정찰소는 2024년 7월경에 조직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추정하는 까닭은 미제국이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Scenario)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Table-Top Nuclear Operation Exercise)을 2024년 8월에 감행할 것이라는 한국 언론보도에 접한 조선이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관한 위성정찰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기관을 창설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23년 12월 16일 미제국 국방부에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제2차 회의에 참가한 직후 워싱턴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2024년 8월에 진행될 ‘을지-자유의 방패(Ulchi-Freedom Shield)’ 조선침공연습에 “핵공격작전(연습) 씨나리오를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말했었다. 조선은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을지-자유의 방패’ 조선침공연습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만리경-1호가 전송해주는 위성정찰영상을 통해 파악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2) 김여정 부부장의 9월 24일 담화에 의하면, “항공우주정찰소는 지난 23일 10시 3분 10초 한국 부산항의 상시 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에서 이상 물체를 포착하였다”고 한다. 담화에 나오는 “부산항의 상시 주목대상인 어느 한 부두“는 부산항에 있는 해군작전기지 부두를 말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4일 담화에서 항공우주정찰소가 포착한 ”이상 물체“가 ”2020년 취역한 이래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본 적이 거의 없는 최신 핵잠수함“이라고 했다. 미제국 해군 소속 핵추진 잠수함 벌먼트호(USS Vermont)가 바로 그 최신 핵잠수함이다. (Vermont를 읽을 때, r을 발음하면서 mont에 강세[stress]를 주어야 하므로, 버몬트가 아니라 벌먼트라고 표기한다.)

 

벌먼트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벌먼트호는 2020년 4월 18일에 취역한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공격 잠수함이다. 벌먼트호의 수중 배수량은 7,800t이고, 작전 심도는 약 250m이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수직발사관 12문과 530mm 어뢰 발사관 4문을 장착했다. 벌먼트호는 이동식 기뢰와 무인잠수정도 싣고 다닌다.

 

벌먼트호는 미제국이 사용하는 여러 유형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가운데서 UGM-109 블록(Block) IV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였다. 이 순항미사일은 5킬로톤급 전술핵탄두를 장착하고 1,600km를 날아가 지상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벌먼트호가 해수면 아래서 기습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출수 뒤에 낮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적국의 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정밀 핵타격으로 지상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4일 담화에서 만리경-1호가 부산 해군작전기지 부두에 정박한 벌먼트호를 촬영한 시각이 2024년 9월 23일 오전 10시 3분 10초라고 밝혔다. 2024년 9월 25일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2024년 9월 23일 오전 9시 30분경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벌먼트호는 오전 10시경 부두에 정박했다고 한다. 2024년 9월 26일 미제국 관영 매체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는 위성전문가 조너던 맥도웰(Jonathan C. McDowell)의 말을 인용해 만리경-1호가 9월 23일 오전 10시 3분 부산 상공을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항공우주정찰소는 만리경-1호가 부산 상공을 지나가면서 촬영한 위성정찰자료를 판독해 부산 해군작전기지 부두에 “이상 물체”가 정박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물체가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 벌먼트호라는 것을 파악한 것이 분명하다.

 

‘연합뉴스’ 취재기자는 벌먼트호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는 정보를 한국 국방부로부터 제공받고 벌먼트호 입항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작성했는데, 그 기사를 송고한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 44분이었다. 이런 정황을 보면, 한국 국방장관이 벌먼트호 부산 입항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은 시각과 거의 같은 시각에 김정은 총비서도 그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표현 수위 낮아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4일 담화에서 벌먼트호가 “2020년에 취역한 이래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2020년 4월 18일에 취역한 벌먼트호는 2020년 12월 11일 브라질 해군 소속 1,900톤급 잠수함 우마니타(Humanita)호 취역식에 나타나 처음으로 외부에 자기의 존재를 알렸고, 취역식에 참석한 김에 브라질 해군 소속 1,460t급 잠수함 투피(Tupi)호와 함께 간소한 합동훈련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근 4년 동안 벌먼트호는 다른 나라 군항에 입항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벌먼트호의 모항(home port)은 미제국 하와이주 오아후섬(Oahu Island)에 있는 진주항(Pearl Harbor)이다. 진주항은 오하우섬 마말라만(Mamala Bay)에 있다. 진주만이라는 지명은 없는데, 한국에서는 없는 지명을 날조해 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벌먼트호의 모항은 진주항에 있는 펄하버-힉컴 합동기지(Joint Base Pearl Harbor-Hickam)다. 미제국 해군 제1잠수함대(Submarine Squadron 1)가 펄하버-힉컴 합동기지에 주둔하는데,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7척이 제1잠수함대에 배속되었다.

 

벌먼트호는 바다 속에서 해수면으로 떠오르지 않고 3개월 동안 수중 작전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아마도 2024년 6월 하순경 펄하버-힉컴 합동기지를 출발해 동북아시아 해역으로 들어간 다음, 3개월 동안 그 해역에서 수중 작전을 계속하다가 2024년 9월 23일 한국 남해에서 해수면 위로 떠올라 부산 해군작전기지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4일 담화에서 “미국의 전략자산들은 조선반도 지역에서 자기의 안식처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모든 항과 군사기지들이 안전한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계속해 알리도록 할 것”이라고 했는데, 강순남 조선 국방상은 2023년 7월 20일 담화에서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이 2023년 7월 1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것을 두고 “나는 이 담화를 통하여 미 군부측에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상기시킨다”고 경고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은 조선반도에서 핵을 사용하려는 미국과 그 졸개들의 미친 짓을 철저히 억제, 격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9월 24일 담화에서 벌먼트호가 “한국에 기항한 것은 걸핏하면 핵전략자산을 꺼내들고 힘자랑을 하며 상대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키고 기어이 악의적인 힘으로써 패권적 득세를 《향유》하려는 미국의 야망이 극대화되고 있는데 대한 증명”이라고 했는데, 조선 국방성 대변인은 2023년 10월 4일 담화에서 “한 개 국가를 초토화하고도 남을 핵탄두를 장비한 전략핵잠수함까지 조선반도 지역에 끌어다놓은 미국의 무분별한 망동이야말로 전 지구를 파멸시킬 가장 엄중한 대량살륙무기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위에 서술한 담화 내용을 대비해 보면, 김여정 부부장은 2024년 9월 24일 담화에서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대한 표현 수위를 2023년보다 낮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정찰작전이나 감청작전을 전개하면서 미제국 항모타격단의 접근이나 전략핵폭격기의 접근을 즉각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지만, 바다 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의 접근을 파악할 수 있는 정찰수단은 없다. 그런 점에서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의 접근은 가장 엄중한 핵위협이다.

 

그런데 9월 24일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가장 엄중한 핵위협에 대한 표현 수위를 왜 낮춘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2023년과 2024년에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들이 한국 군항에 입항한 핵위협 사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제국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 주변 해역에 연속적으로 출동시키면서 조선에 핵위협을 가해보려고 광분했다.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2024년 8월 18일에 발표한 공보문에서 2023년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들이 한국 주변 해역에 출동하는 사태가 2022년에 비해 7배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 군항에 입항한 핵위협 사태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23년 6월 16일 핵추진 잠수함 미시건호(USS Michigan)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

2023년 7월 18일 핵추진 잠수함 켄터기호(USS Kentucky)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

2023년 7월 24일 핵추진 잠수함 애너폴리스호(USS Annapolis)가 제주 해군작전기지에 입항

2023년 11월 22일 핵추진 잠수함 쌘타페호(USS Santa Fe)가 제주 해군작전기지에 입항

2023년 12월 17일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호(USS Missouri)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은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한국 군항을 들락날락했는데, 2024년에는 9월에 처음으로 한국 군항에 입항했다. 그러나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이 2024년에 들어와 9월에 처음 한국 군항에 입항한 것은,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의 한국 주변 해역 수중 작전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들이 한국 군항에 입항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그들의 수중 작전은 한국 주변 해역에서 여전히 은밀하게 감행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 핵위협(군항 방문)은 축소되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가시적 핵위협(수중 작전)은 축소되지 않았고 되레 더 증대되었을 수도 있다. 가시적 핵위협보다 불가시적 핵위협이 훨씬 더 엄중하고 심각하다.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 주변 해역에서 불가시적 핵위협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김여정 부부장이 9월 24일 담화에서 핵위협에 대한 표현 수위를 낮춘 까닭은 재래식-핵통합전략의 내막을 파악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3. 재래식-핵통합전략과 핵협의그룹

 

미제국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조선을 공격하겠다는 재래식-핵통합전략은 정세를 격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재래식-핵통합전략을 수립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자.

 

1) 2023년 4월 26일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이 채택, 발표되었다. 두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 설립을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제국의 “핵-탄도미사일 잠수함(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을 한국에 기항시키겠다고 공약했고,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앞으로 창설될 한국군 전략사령부와 함께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하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2) 2023년 7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핵협의그룹 제1차 회의가 진행되었다.

 

3) 2023년 12월 15일 미제국 국방부 청사에서 핵협의그룹 제2차 회의가 진행되었고, 핵협의그룹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4) 핵협의그룹 미제국 대표단 수석대표와 한국 대표단 수석대표는 2024년 2월 12일 미제국 국방부 청사에서 핵협의그룹 기본문서에 서명하였다.

 

5) 2024년 6월 10일 한국 국방부 청사에서 핵협의그룹 제3차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 회의에서 ‘코리아반도 핵억제 및 핵작전 지침(Guidelines for Nuclear Deterrence and Nuclear Operations on the Korean Peninsula)’이라는 제목의 핵전략문서를 검토하는 작업이 완료되었다. 이 글에서는 ‘핵지침’이라는 약칭을 사용한다. 핵협의그룹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치고 한국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를 방문했다.

 

6) 핵협의그룹 미제국측 수석 대표와 한국측 수석대표는 2024년 7월 11일 미제국 국방부 청사에서 ‘핵지침’ 문서에 서명했다. 당시 워싱턴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그 문서를 공식 채택했다. 핵전략 기밀문서인 ‘핵지침’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4. ‘핵지침’ 문서에서 사용된 핵심 용어

 

2024년 7월 12일 한국 국방부가 취재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의하면, ‘핵지침’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1) ‘핵지침’에서 미제국은 평시에 조선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전시에 조선의 핵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전시와 평시에 각각 한반도에서 수행할 임무가 미국 핵자산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했다”. 주목되는 것은, ‘핵지침’ 문서에서 ‘배정’이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사실이다. ‘핵지침에서 사용된 ‘배정’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위기 상황에서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한다는 뜻도 있고, 전시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는 뜻도 있다. 이 두 가지 뜻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조선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미제국은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deploy)하지 않고 핵무기를 배정(assign)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이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해 미제국은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중대한 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토의되고,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미제국 대통령이 조선의 전술핵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결정해놓고서도 핵위기 상황이 미제국에 불리해지면 핵무기 배치를 유예할 수 있다. 만약 조선의 ‘핵방아쇠’가 작동해 화성포-15형, 화성포-17형, 화성포-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 즉시발사체계로 전환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제국 본토가 조선의 핵공격을 받는 극단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못하고 핵무기 배치를 유예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제국이 ‘핵지침’ 문서에서 ‘배치’라는 용어 대신에 ‘배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그런 극단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예상한 행동이었다.

 

또한 만약 조선이 한국에 전술핵공격을 실제로 단행하는 최후 상황이 닥쳐오면, 미제국은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를 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이 전술핵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미제국은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미제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해놓고서도 전황이 미제국에 불리해지면 핵무기 사용을 포기할 수 있다. 만약 조선의 ‘핵방아쇠’가 작동해 화성포-15형, 화성포-17형, 화성포-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이 즉시발사체계로 전환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제국 본토가 핵타격을 받아 멸망하는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한 핵무기 사용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제국이 ‘핵지침’ 문서에서 ‘배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제국이 멸망하는 대재앙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자구책을 예상한 행동이었다.

 

2) 2024년 7월 12일 한국 국방부가 취재기자들에게 밝힌 바에 의하면, ‘핵지침’에서 미제국은 한국과 함께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 국방부는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미제국 전략사령부 주관으로 진행되리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핵작전을 전담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2023년 4월 26일 바이든-윤석열 정상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미제국 전략사령부 주관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었다. 토의식 핵작전연습은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작성한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에 따라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주관하고 한국군 전략사령부가 호응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024년 4월 25일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을 결성하고, 전략사령부 창설을 준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군 합참본부는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 진영승 단장(공군 중장)을 2024년 7월 9일부터 10일까지 미제국 전략사령부에 파견했다. 진영승 단장은 미제국 전략사령부 청사에서 앤서니 카튼(Anthony J. Cotton) 미제국 전략사령관을 만나 재래식-핵통합전략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문제,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진행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2024년 8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략사령부령을 대통령령 제34789호로 발표했다.

 

5.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

 

2024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미제국과 한국은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진행했다. 토의식 핵작전연습은 2024년 8월 19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을지-자유의 방패’ 조선침공연습에 포함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으나, 미제국과 한국은 ‘을지-자유의 방패’에 앞서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먼저 진행했다.하면, 미제국 합동참모본부, 주한미제국군사령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024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제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USAG Humphreys)에서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했다고 한다. ‘철퇴(Iron Mace) 24’라는 명칭이 붙은 토의식 핵작전연습에는 미제국 군부 인사들과 한국 군부 인사들 40여 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주관해야 할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참가하지 않았고,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도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미제국 전략사령부와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이 참가하지 않으면,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할 수 없는데,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2024년 8월 1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캠프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토의식 핵작전연습에서 참가자들은 “미국의 핵탑재 전략자산 전개 시 한국군의 재래식 능력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 절차를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주관하고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이 호응하는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는 검토하지 못했고, 재래식 씨나리오만 검토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미제국 합동참모본부, 주한미제국군사령부,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알맹이 없는 씨나리오를 검토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4년 9월 7일 한국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2024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워싱턴에서 또 다시 진행되었다. 2024년 9월 7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당시 워싱턴에서 진행된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마허 비타(Maher Bitar)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정보-국방정책조정관, 싸샤 베이커(Sasha N. Baker) 미제국 국방부 정책차관 대행, 비핀 나랑(Vipin Narang) 미제국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참가했다. 이번에도 미제국 전략사령부와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추진단은 참가하지 않았고, 핵협의그룹 구성원들만 참가했다.

 

2024년 9월 27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핵협의그룹은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 40여 개를 검토해왔다고 한다. 핵협의그룹이 검토했다는 40여 개의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는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핵협의그룹이 작성한 것이다.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는 미제국 전략사령부의 주관으로 작성되어야 하는데,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핵협의그룹에 참가하지 않았으므로 핵협의그룹이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제대로 작성하였을 리 없다.

 

2024년 9월 27일 ‘한국일보’ 보도에 의하면, 핵협의그룹은 2024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워싱턴에서 진행된 토의식 핵작전연습에서 조선인민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한국의 전략거점들을 타격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씨나리오를 검토하지 못했고,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 위협이 고조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씨나리오만 검토했다고 한다. 또한 보도에 의하면, 당시 핵협의그룹이 검토한 씨나리오는 한국의 전략거점들에 대한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 위협이 고조되는 경우 미제국이 B-1B 랜써(Lancer) 전략폭격기를 한국 공역에 출동시키는 씨나리오였다고 한다.

 

B-1B 랜써는 전술핵무기를 탑재한 핵전략폭격기가 아니라 정밀유도무기를 탑재한 전략폭격기다. 전술핵무기는 B-2 스텔스 핵전략폭격기와 B-52H 핵전략폭격기에 탑재된다. 핵전략폭격기는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운용하고, 전략폭격기는 미제국 공군사령부가 운용한다. 지휘통제계통이 서로 다르다. 2024년 9월 5일부터 6일까지 두 번째로 진행된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참가하지 않았으므로 핵협의그룹은 핵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키는 씨나리오를 검토하지 못했고, 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키는 씨나리오만 검토한 것이다. 이런 사정은 2024년 9월 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제2차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2024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된 제1차 토의식 핵작전연습과 마찬가지로 알맹이 없는 씨나리오만 검토한 자리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왜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참가하지 않았을까? 만약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참가하면, 토의식 핵작전연습을 주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비밀 핵작전계획을 토의식 핵작전연습 씨나리오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미제국 전략사령부의 핵작전계획은 외부에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최고 국가기밀이므로 동맹국에게 보여줄 수 없다.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참가하지 않은 까닭은 최고 국가기밀인 핵작전계획을 한국 국방부에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제국 전략사령부는 앞으로도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미제국 전략사령부가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형식적으로 참가하더라도 핵작전계획을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반영하지 않고 알맹이 없는 씨나리오만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국방부는 재래식-핵통합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토의식 핵작전연습에 집착하면서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기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토의식 핵작전연습은 알맹이 없는 씨나리오를 검토하는 ‘허풍선’에 불과하다. 김여정 부부장이 2024년 9월 24일 담화에서 미제국 핵추진 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대한 표현 수위를 낮춘 것은 토의식 핵작전연습이 ‘허풍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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