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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의 정치학- 굴욕당하고도 참는 아바타 한동훈의 한계

유영안 칼럼 | 기사입력 2024/10/25 [00:03]

‘깜냥’의 정치학- 굴욕당하고도 참는 아바타 한동훈의 한계

유영안 칼럼 | 입력 : 2024/10/25 [00:03]

 

▲ 출처=대통령실  © 서울의소리

 

 

우리 말 중에 깜냥이란 말이 있다깜냥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깜냥의 어원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장관감대통령감 할 때 접미어 격인 이 된소리 으로 변하고거기에 '헤아릴 량()'이 더해져서 깜냥을 이루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령누군가 너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라” 하면 내가 그럴 깜냥이 되나?” 하고 말하면이때 깜냥은 겸손의 표시로 긍정적 언어가 된다반면에 뭐 그놈이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그럴 깜냥이 되나?” 하면이때 깜냥은 상대를 무시하는 부정적인 언어가 된다.

 

깜냥은 원래 자신을 낮출 때 쓰이는 말이다. “내 깜냥에 그걸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이 그 일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나타낸 것이다즉 깜냥은 자신의 실력과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단어다.

 

새삼스럽게 무슨 깜냥’ 타령이냐 하겠지만사실은 한동훈을 보고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한 대담을 한 후 브리핑도 없이 귀가해버렸다는 뉴스를 보고 나도 모르게 깜냥이 되나...”하고 중얼거렸던 것이다헌정사상 가장 무기력하고 배짱도 없는 집권여당 대표가 바로 한동훈이다야당이나 비판할 줄 알았지 진짜 권력 앞에서는 숨도 크게 못 쉬는 깜냥에 무슨 보수 대선 후보란 말인지 기가 막힌다.

 

-한 만남이 역대급 굴욕인 이유

 

(1) 만남 시간을 오후 4시 30분으로 정했지만 윤석열이 외교 행사 핑계를 대고 25분 후에 나타났다그 시간 동안 한동훈은 정원에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한동훈은 서천 화재에 현장에 가서도 30분 동안 눈을 맞으며 윤석열을 기다리다 그 유명한 90도 폴더절을 해 윤석열에게 굴복했다.

 

(2) 만남의 장소를 무슨 창고 같은 데로 정하고 원탁도 아닌 직사각형 탁자에서 한데다가자리 배치도 한동훈 옆에 정진석 비서실장을 앉혀 논란이 되었다이건 한동훈이 아무리 설쳐도 넌 내 아래야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3) 한동훈이 제기한 3대 의제는 하나도 합의하지 못하고 오히려 면박만 들었다김건희 라인 제거는 그런 라인이 없다로대외 활동 중단은 지금도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로의혹 진상 규명 절차 협조는 잘못한 게 없다로 돌아왔다고 한다.

 

(4) 면담이 끝난 시간은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인데도 윤석열은 한동훈과 식사를 같이 하지 않고 한동훈은 브리핑도 없이 그냥 귀가했다.

 

(5) 한동훈이 간 후 윤석열은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찬회를 가졌다이 역시 한동훈을 소외키키고 특검 이탈표를 막아보려는 꼼수로 보인다.

 

친한계 격앙

 

이 소식을 듣고 소위 찬한계는 격앙하며 헤어질 때가 되었다.”, “특검 표결 때 두고 보자” 식으로 흥분했지만 그 수가 몇 명 되지 않는다윤석열도 그걸 알고 노골적으로 한동훈을 무시해 무릎 꿇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김건희 비리 문제로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급한 쪽은 대통령실 아니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윤석열은 그런 것 따위는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다오직 김건희의 지시에만 따르는 것이다.

 

친한계는 윤석열이 김건희 관련 고강도 대책들을 요구한 한동훈에게 호응하지 않은 것은 "예상했다"면서도, "민심이 무섭지도 않냐"는 볼멘소리를 터뜨렸다한 친한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대한 패싱을 자꾸 하려 드는 것 같다그래서 답답하다"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과똘똘 뭉치고 일체돼서 이렇게 당 지지율이 떨어졌으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대표를 그냥 밖에 세워놨다며 “(사진도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성토했다윤석열이 한동훈을 보낸 후 추경호 원내 대표를 불러 만찬을 한 것도 전형적인 갈라치기란 것이다.

 

남은 것은 한동훈의 결단

 

친한계에선 이제 공이 용산으로 넘어갔으니 지켜보잔 분위기다최근 당정 지지율이 동반 추락한 상황에서 한동훈이 정국 뇌관인 김건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요구는 다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11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총공세를 펼칠 예정이기 때문에 급한 쪽은 윤석열이란 것이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도 이미 한동훈이 대선 후보감이 아니다란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어 한동훈으로선 무슨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정치판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소신도 배짱도 없는 그런 깜냥으로 무슨 집권여당 대표며 보수 대선 후보가 된다는 말인가야당 앞에서만 깐족깐족“ 했지 윤석열과 김건희 앞에선 얌전한 고양이로 변하는 한동훈은 검은 고양이즉 깜냥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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