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명태균의 ‘폭로 경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미 구속된 명태균은 자신을 풀어주지 않으면 진짜 폭탄을 터트릴 태세고, 이준석은 만약 검찰이 자신을 소환하면 모든 걸 불어버리겠다는 태세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알고 있는 윤석열과 김건희 비리를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으로선 이이제이가 아닐 수 없다.
이준석이 태도를 바꾼 이유
이준석은 명태균 사건이 터지자 가장 먼저 언론에 나와 “선의의 조언이었다. 공천개입으로 보기에는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이준석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윤석열의 ‘체리따봉’으로 당대표에서 물러나고 신당까지 만든 이준석이 왜 윤석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명태균 사건을 애써 축소하려 하는지 다들 궁금해 했다.
그런데 명태균의 변호를 맡은 김소연이 이준석이 명태균에게 보낸 문자 “윤석열은 경선하라던데?”가 빌미가 되어 이른바 김영선 공천의 내막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말하자면 평소 이준석과 앙숙 관계인 김소연이 명태균의 변호를 맡은 것이 이준석이 윤석열의 공천개입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녹취를 보면 김건희가 명태균에게 국힘당 공관위원장인 “윤상현에게 전화해 놓았으니 걱정 말고 내일(5월 10일) 취임식에 오라”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하지만 윤상현은 당시 윤석열이나 김건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둘러댔다. 그렇다면 김건희가 명태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 윤석열도 녹취에서 “공관위에서 (추천서류를) 가져왔기에 김영선 해달라고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하고 말한 바 있다.
해외에서 귀국한 후 폭로 시작한 이준석
이준석은 그렇지 않아도 칠불사 홍매화 논란, 명태균과의 관계, 당대표 선거 시 명태균의 역할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준석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김소연이 문제의 문자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자 이준석은 귀국하자마자 공항 의자에 앉아 기자들에게 윤석열의 공천 개입을 말하기 시작했다.
1차 기자회견 때 이준석은 그저 윤석열이 여러 공천에 개입했다고 했으나, 2차 기자회견 때는 구체적인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소문만 나돌던 강원지사 선거 개입, 경남지사 선거 개입, 포항 시장 선거 개입 등이 속속 드러났다. 이준석은 18일 윤석열이 공천에 개입한 게 8개가 있는데, 검찰에 소환되면 다 말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에다 구속된 명태균도 김소연 변호사를 통해 연일 새로운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윤석열과 김건희를 공격해야 자신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생긴다는 점이다. 즉 괴롭히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공개해 용산에 타격을 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준석 성상납 사건 무혐의 종결 후 이준석 태도 달라져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가로세로 연구소가 폭로한 이준석 성상납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후 이준석이 용산에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는 점이다. 이게 해결되자 그동안 윤석열 때문에 쌓인 적개심이 조금 풀어진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의 역할이 있었다는 게 주변 소식통의 전갈이다.
김건희는 이준석을 적대시해서는 보수가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알고, 이준석과 소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소연이 문자를 공개함으로써 모든 게 허사가 되어버렸다. 즉 이준석과 김소연의 악연이 용산과의 관계마저 깨지게 해버린 것이다. 구원(舊怨)이 이렇게 무섭다.
국힘당 골머리
국힘당 내에선 이준석의 폭로에 대해 검찰 수사에 대비한 방어 목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윤석열과 구원(舊怨)이 쌓인 이준석이 앞으로 계속 폭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준 사람이 바로 김소연 변호사다.
이준석은 지난 15일 2022년 지방선거 공천 당시 윤석열이 자신에게 역정을 냈고, 경북 포항시장뿐 아니라 서울 강서구청장 등 공천 과정과 당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다 김진태 강원지사,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소환되었다. 이러한 이준석의 폭로에 국힘당은 주말 내내 술렁거렸다.
국힘당은 이준석의 폭로에 대해 “자신을 건드리면 다 폭로할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이준석은 지난 9월 명태균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국민의힘을 향해 “당의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알고 있는 전직 대표를 공격해서 자극하는 게 좋은 전략일지는 모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준석을 차기 보수 대선 후보로 키울 마음이 있었던 명태균은 그동안 이준석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삼갔다. 그 점은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별종 변호사로 통하는 김소연이 깨버린 것은 이이러니하다.
포항시장, 경남지사, 강원도 지사 선거에도 개입
이준석은 강원도 지사 선거에도 윤석열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태가 단식을 하며 투쟁을 하자 윤석열이 "김진태도 경선하라고 내가 다 해주지 않았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가 해줬다"는 취지의 발언은 앞선 김영선을 위해 "해주라고 했다"는 말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은 "김진태가 (황상무보다) 경쟁력으로 상당히 우위였는데,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대통령께서 공천하려 했던 것도 알고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4월 공관위는 김진태를 컷오프하고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을 단수 공천했다. 하지만 나흘 만에 결정을 뒤집고 김진태에게 경선 기회를 줬다. 그 과정에서 김진태가 김건희를 찾아가 읍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명태균은 지난 2022년 4월 18일 "김진태는 내가 살린 거야. 난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이러고 '사모님' 이래서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하고 녹취에서 말했다. 명태균의 말 한 마디에 윤석열과 김건희의 마음까지 변했다는 뜻이다.
한편 검찰은 여론조사 조작도 수사에 나섰는데 수사 범위를 용산까지 확장하려 하는 것인지 증거를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야당과 언론이 지켜보고 있어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를 잘못하면 자신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구들은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자 마치 무슨 승리라도 거둔 듯 환호하고 있지만 ‘한동훈 가족 당원 게시판 글’ 논란으로 자중지란이 일어난데다, 이준석까지 연일 폭로에 가담하고 있어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업보다, 인과응보(因果應報)란 바로 그런 것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배임 혐의로 또 기소했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그러나 역풍만 불어 정권 조기 붕괴의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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