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25년의 새해 첫날을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맞이했다. 대한민국을 덮고 있는 짙은 안개와 먹구름이 참으로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물리적 시간이 단절되거나 중단된 것으로부터 시작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주의 시작과 한 달의 시작이 그러하듯 한해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어쩌면 애써 그런 희망을 가져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12월은 참으로 잔혹하고 험난함 가득한 한 달이었다. 서울의소리는 김건희 다큐 영화 ‘퍼스트레이디’를 개봉한 것에 보복성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날 밤에는 비상계엄이라는 내란이 전국을 강타했으며 이 때문에 윤석열은 국회 탄핵을 피할 수 없었다. 마지막 휴일에는 179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항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 사회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숨 가쁜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경험했다. 삶과 죽음의 언저리에서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민중의 힘을 보기도 했다. 광장에서 탄핵을 외쳤던 시민들은 참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변신하며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했다. 동학혁명과 3.1혁명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쳤던 지난한 독립전쟁도 역시 백성들의 몫이었다.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6월혁명과 촛불혁명의 역사도 민중들이 써내려간 것이었다.
모든 위기는 기회이며 모든 절망은 희망이다. 2025년 시작의 위기와 절망은 을사년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란함일지도 모른다. 을사년을 맞이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은 120년 전 을사년으로 돌아간 듯하다. 120년 전 밖으로부터의 좌절, 그리고 지금의 내란이라는 안으로부터의 절망이 바로 그것이다. 120년 전 을사년의 외환이 120년 뒤인 지금에 와서 내란으로 모습을 바꿔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의 ‘을사년’들은 120년간의 시간을 건너뛰어 지금의 우리를 향하고 있다. 1905년의 을사년은 2025년의 을사년과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 과거의 을사년은 과거가 아닌 현재다. 우리가 120년 전의 좌절과 실패를 살펴보는 것은 과거사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과 숙제를 보는 것이어야 한다.
‘을씨년스럽다’는 이제 절망의 표현이 아닌 기쁨과 희망의 표현으로 바뀌게 되길 소망한다.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내란범들의 무자비한 처벌 그리고 새로운 정부의 출현, 항공사고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통해 거듭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인내,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희망만이 우리가 오늘의 환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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