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3선의 국회의원과 재선의 경기지사 이력을 갖고 있지만 이후 선거에서 줄줄이 낙선한다. 특히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수의 텃밭이라고 하는 대구 수성에서 김부겸 후보에 밀려 패배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는 서울시장에 도전하여 23%를 간신히 넘기는 득표율로 완전히 체면을 구기면서 정치판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정치부랑자'로 떠돌던 김문수를 다시 끌어들인 건 윤석열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은 자신을 지지한 김문수에게 노동 문제 조언을 많이 들었고, 집권 후에는 경사노위 위원장에 발탁했다. 관료출신과 달리 오로지 직진만하는 김문수의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강성 장관 중 한 명으로만 인식되던 김문수가 강경 보수층을 사로잡은 결정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 직후 국회에서 야당의 '기립사과' 요구를 거부한 장면부터다. 당시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김문수만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김문수는 '윤석열 탄핵에 동의하느냐'는 야당 추궁에도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며 이런 태도가 윤석열을 엄호하고 일명 보수를 지킬 사람으로 영웅화됐다는 것이다.
극우 성향이 뚜렷한 김문수가 국힘당 지지층에서 1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한심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극우화된 후보가 계속 부상 중이기 때문이며 논란과 문제성 발언으로 정치인의 자질이 없는 자들이 끝없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지금의 국힘당은 김영삼 시절의 신한국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보다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이다. 인적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적으로 극우와 뉴라이트에게 완전히 장악된 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조차 내심 김문수의 부상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자구도에서 김문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있긴 하지만, 이런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떠나 실제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중도층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문수 강세가 계속될수록 강성 지지층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와 별개로 김문수의 부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음은 매우 심각하다. 윤석열 정권 집권 후 노골화되기 시작한 극우·독재화의 징후가 이번 탄핵 사태로 표면화됐고, 이것이 김문수 지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힘당 주류가 윤석열을 매개로 극우 세력과 더욱 공고히 결탁하면서 서로를 부추기고 세를 확장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김문수의 부상은 극우와 뉴라이트 계열이 점차 주류 권력화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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