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쏜 안철수, 정치 신호탄인가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처럼 ‘통 큰 기부’를 결정했다면 그것은 ‘꼼수’다
일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의 통 큰 기부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그런데 안 교수의 이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모두가 삐딱하다.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안철수 본격적인 대선행보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0·26 재보선 이후 "학교일도 바쁘다"며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일절 삼가 해 왔던 그가 갑자기 일부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상 정치 행보의 시작이라는 것. 안 원장이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것은 다른 목적(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는데도, 언론은 여전히 그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그저 안 원장의 기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그의 통 큰 기부가 기부문화 확산에 촉발제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 되는 일인데, 마치 정치적 ‘꼼수’라도 있는 듯이 매사를 삐딱하게 보고 있다. 실제 여야 정치권은 안교수의 기부행위를 정치적 출사표로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쩌면 그들은 과거 정치인들이 기부한다고 해놓고는 뒷구멍에서 엉뚱한 짓을 해 왔던 사례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안 원장의 기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를 비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을 진정으로 감동시킨 일이 없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던 약속은 일가친척과 사위에게 재단의 감투나 만들어주는 ‘사위환원’으로 용두사미로 끝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 원장의 기부는 그런 MB식 기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이 감동하고 박수를 치는 것은 그의 기부가 순수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는 안 원장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이처럼 ‘통 큰 기부’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안 원장이 그런 계산속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면, 그것은 ‘꼼수’다. 그런데 이른바 ‘꼼수 정치’의 대가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11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6.6%로 폭삭 주저앉았다. 반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0.9%로 상승했다. 이것이 대선 당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던 이 대통령의 초라한 성적표다. ‘꼼수 정치’는 어느 한 순간 국민의 눈을 가릴 수는 있어도 결코 오래 갈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안 원장이 이 대통령처럼 ‘꼼수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일 그가 훗날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면, 그의 ‘통 큰 기부’는 ‘아름다운 기부’가 아니라, ‘추악한 계산속에 이뤄진 기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던 뜨거운 감동도 사라질 것이고, 그의 기부 역시 ‘MB식 기부’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냉담해 질 것이고, 특히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욱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 원장은 정치권에 대해 지금처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국민들 가슴 속에 굳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존경하는 지도자’로 남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안 원장이 정치권에 직접 발을 담그는 순간, ‘아름다운 기부는 ‘추악한 기부’로 변질될 것이고, 그에 대한 국민의 감동 또한 냉소적으로 뒤바뀌고 말 것이다. 부디 안 원장의 선택이 국민에게 영원한 감동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안 원장의 아름다운 기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경종을 울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 <저작권자 ⓒ 국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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