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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본질은 수사 개입

유영안 칼럼 | 기사입력 2024/03/26 [00:03]

이종섭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 본질은 수사 개입

유영안 칼럼 | 입력 : 2024/03/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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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연합뉴스     ©서울의소리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하려 했던 사건을 말한다닉슨은 이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는데상대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한 것도 나쁘지만그 후 한 닉슨의 거짓말이 더 큰 문제가 되어 결국 하야했다.

 

이종섭 사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듯

 

해병대 수사에 개입해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한 이종섭이 호주대사로 임명되고 몰래 출국해 전국민적인 분노가 일어나 지지율이 폭락하자 윤석열 정권은 이종섭을 급하게 귀국시켰다거기에다 황상무 시민사회 수석의 회칼 발언까지 나와 전국이 들끓었다.

 

황상무 시민사회 수석이 사퇴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귀국하자 한동훈은 모든 게 해결되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으나정작 본질인 해병대 수사 개입 수사는 이제부터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즉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종섭의 귀국에 있는 게 아니라이종섭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수사에 개입한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몰래 출국하다 MBC 카메라에 포착 망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되었고 출국이 금지되었다그동안 대통령실과의 통화를 거부해오다가 통화를 했다는 게 밝혀지자 갑자기 출국을 한 것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윤석열 정권은 이종섭이 스스로 공수처로 가서 4시간 동안 조사를 받게 한 후 법무부로부터 출국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그러나 이종섭이 기자들의 눈을 피해 출국을 시도했으나 오랜 시간 잠복(?)해 있던 MBC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망신을 당했다과거 김학의가 몰래 출국하려다 포착된 장면과 비슷했다.

 

지휘 감독과 수사 개입은 달라

 

국방부와 해병대는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을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며 장관의 지시는 외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실과 해병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즉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판단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첩 지시를 했다면 이는 엄연한 수사 개입으로 현행법에 저촉되고 따라서 그 대상이 윤석열일 경우 탄핵의 대상이 된다이종섭이 부랴부랴 호주로 출국한 이유라 하겠다.

 

대통령실 발신자 찍힌 유선전화 밝혀져

 

지난해 7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과 이첩 시기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보고서를 결재했다같은 날 저녁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해병대로부터 수사단의 결론이 담긴 언론 브리핑 자료를 전달받고는 이쪽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7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에 경찰 이첩 보류와 당일 예정된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이 지시를 내리기 직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로 발신자가 찍힌 유선전화를 받았다는 게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VIP 격노 번복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같은 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브리핑 취소 이유를 물었고 이른바 ‘VIP 격노’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VIP(대통령)가 아침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격노해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설명을 김 사령관이 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방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에 경찰 이첩 자료에서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종용했다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경찰에 최종 이첩한 서류에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은 제외되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됐다그러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VIP 격노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둘러댔다그런데 해병대 수사단원들도 731일 박정훈 수사단장으로부터 ‘VIP 격노’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군검찰에서 진술했다이 와중에 해병대 수사단원들이 거짓말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핵심은 윤석열의 지시 여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윤석열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느지 밝혀내는 일이다그동안 이종섭은 대통령실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수사 결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그후 부랴부랴 이종섭이 호주대사로 임명되고 호주로 출국한 것이다사실상 도피라 하겠다.

 

대통령실은 왜 730일부터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 이첩을 강행한 82일까지 수차례 이 전 장관·해병대와 연락했는지이 전 장관은 왜 윤 대통령의 휴가 복귀일인 89일을 언급하며 해병대 수사단에 이첩을 늦추라고 한 것인지또 왜 유독 임성근 전 사단장의 안위를 해병대에 여러 차례 확인한 건지 등이 규명되어야 한다.

 

외압 의혹의 중심에 선 대통령실은 사건 당시 안보실 보고 라인에 있던 사람들과 국방부 장차관을 교체했고 심지어 장관은 해외로 보냈다당시 국방부 차관과 안보실 2차장은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일종의 입틀막이란 게 야당의 주장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은 사건 자체보다 거짓말이 더 문제가 되어 닉슨이 하야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이 사건은 이미 야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웠으므로 4월 총선이 끝나면 다시 특검이 발의 된다그때도 윤석열이 거부하면 탄핵 여론이 거세게 일 것이다. 21대 의원들의 임기는 5월 10일까지다그대까지 수구들은 편하게 잠도 못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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