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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폐원’, 전적으로 한국당 책임 크다

고하승 칼럼 | 기사입력 2019/06/23 [14:47]

국회 ‘폐원’, 전적으로 한국당 책임 크다

고하승 칼럼 | 입력 : 2019/06/23 [14:4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협상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그의 항변이 참으로 가관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일주일 간 민주당 측으로부터의 국회정상화에 대한 어떠한 협상 시도도 없었다. 우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국회 정상화 의지를 그 어디에서도 읽을 수 없다”며 “언론에는 마치 (민주당이)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청와대와 여당은 제1야당에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다”며 “제1야당을 국정의 한 축이자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오직 궤멸과 무시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악법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해 그저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국회의 문을 열자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

국회법상 6월 1일에는 반드시 국회를 열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지금 국회는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다. 직무유기하고 있는 거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 탓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와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처리를 국회개원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법안과 패스트트랙 과정은 원천무효라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라며 합의처리 약속을 해야만 국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개정에 대해 약속을 어긴 쪽은 한국당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에 여야 5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개정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그 합의서에 직접 서명했다. 그 약속을 믿고 손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나 원내대표는 여야5당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 버렸고, 결국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의 노력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한국당의 백지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설사 그 요구가 타당하더라도 그것이 국회 개원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하라, 밥값 하라, 6월 민생국회 당장 열어라."

이게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목소리다.

실제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회는 '개점휴업'을 넘어 '폐업' 상태를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처리가 시급한 각종 민생 법안과 추경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런데도 일 안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다. 민생 법안을 돌보지 않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겠는가.

특히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인 '일하는 국회법' 제정 찬반 여론 조사(7일, 응답자 501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4.4%P) 결과에서도 찬성 응답이 80.8%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반대는 10.9%에 불과했다.

사실 국내에서 평균소득(연봉)이 가장 많은 직업은 국회의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으로, 성형외과 의사(1억3600만원)와 기업 고위 임원(1억3000만원), 피부과 의사(1억2000만원), 도선사(1억2000만원), 대학 총장 및 학장(1억1000만원)보다 많다. 그런 연봉을 국회개원도 안하면서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건 부당하다. 독일·벨기에·프랑스 등 유럽 선진 국가들은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면 가차 없이 의정활동비를 삭감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에라도 국회개원을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의 세비지급 거부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국회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소극적인 민주당 탓도 있겠지만 황당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한국당 책임이 더욱 큰 탓이다. 사실 지금 시간은 한국당 편이 아니다. 국회 개원을 미적거리면 미적거릴수록 한국당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국당은 당장 국회정상화에 나서라. 패스트트랙에 불만이 있다면 밖에서 몽니부리지 말고 국회에 들어가서 논의하라.


<고하승:시민일보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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