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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수입된(?) 한국의 촛불 집회, 트럼프가 쫄보임을 드러내다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6/08 [11:17]

미국으로 수입된(?) 한국의 촛불 집회, 트럼프가 쫄보임을 드러내다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6/08 [11:17]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최고 수출품은 아마 진단키트와 마스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도 일종의 수출 품목이 됐겠지요. 물론 이젠 우리나라처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방역을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지만. 잠깐 시간을 놓친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 창궐을 불러왔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숫자로만 봐도 미국은 확진자 2백만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사망자는 11만 2천명을 넘어갔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통제 불가능의 상태로 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이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미국에 전파된 또 다른 K 트렌드의 하나를 이루고 있으니, 그것은 촛불집회입니다. 며칠 전 DC에서 열린 집회에서부터 사람들은 전화기의 조명을 켜고 손을 흔들며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제 시애틀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저는 그것을 보는 순간, 2016년 겨울 대한민국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우리의 촛불혁명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성과를 끌어낸 성공적인 무혈혁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 이슈를 가진 집회가 축제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평화롭게 모인 수백만, 연인원 몇천만의 이 집회는 21세기 식의 새로운 혁명의 방식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제 동료들로부터 "사우스 코리아는 제대로 집회할 줄 아네!"라는 이야기를 꽤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명의 이기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 특히 유튜브를 통해 전해진 이 거대한 촛불의 파도타기를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집회 초기부터 이 집회에 폭력과 약탈의 이미지를 덧씌우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극우 세력들이 미국 언론들의 연이은 폭로성 보도로 인해 집회 안에 숨어 있었던 극우단체 프락치(?)들의 정체들이 하나둘씩 공개되면서 결국 집회에서는 폭력이 거세되고 연일 평화집회가 계속됐습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 과격한 행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조금씩 정치적으로 각성하기 시작한 시위 참가자들이 트럼프에게 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면서 시위의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의 양상에서 세계의 지도자들 중 멀쩡한 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되는 이 현실. 그리고 세계를 이끌어가야 할 나라의 지도자들이 도무지 아무런 해법도 제시 못하고 심지어는 이 21세기에 무력을 동원해 시민을 짓밟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의연한 모습이 자랑스럽고, 이 바탕을 만들어 낸, 실질적으로 21세기를 열어 낸 우리의 시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시커먼 철조망으로 뒤집어 씌우고 그 안에 숨어 있습니다. 혼자서 마초성을 다 구현하는 듯 하더니 결국 그 철조망 뒤에 숨은 쫄보임을 드러내보이고 말았고, 그것은 원래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실망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긴, 박근혜도 탄핵이 가결되고 나서 며칠 청와대 안에서 뭉개면서 자기를 구원해 줄 친위 쿠데타 세력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금 트럼프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네요. 결국 자기의 내각에서조차 버림받은 트럼프의 다음 수가 무엇이든, 이젠 대세가 거의 기울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아베가 궁금해집니다.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저 인간은 앞으로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안에서 국가라는 것이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 덕에 한국의 시민들은 한 단계 더 높은 각성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다 여러분이 그 겨울에 들었던 촛불의 덕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제가 사는 곳에서 그 촛불의 힘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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