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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의 마스크 강제 조치와 반발을 바라보며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6/26 [15:33]

워싱턴주의 마스크 강제 조치와 반발을 바라보며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0/06/26 [15:33]

이 며칠동안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는 기록적으로 늘었습니다. 오랫동안 집안에 갖혀 있던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오고, 게다가 닫혀있던 식당, 미용실 등 비즈니스들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고, 여기에 계속되는 흑인 인권 관련 시위의 영향도 없진 않겠지요.

결국 제가 사는 워싱턴주는 내일(6월 26일)부터 강력한 마스크 착용 강제 정책을 실시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단속돼 벌금까지 물 수 있는 그런 내용의 행정명령이지요. 물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미국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주지사의 이같은 강제 행정명령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는 카운티(행정구역 단위로 우리나라의 '군' 정도에 해당하는) 경찰국장의 공개 발언도 있었습니다. 이 조치가 '미국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자기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단속하지 않겠다고 했지요.

여기에 경제적으로도 이미 2단계, 3단계 봉쇄 완화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곳들은 "다시는 봉쇄로 가지 않겠다"고 하며 마스크 강제 조치가 경제적 재봉쇄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분명히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이것은 생사의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진보적이라는 이 주에서조차도 마스크 착용 강제에 대해 드러내놓고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생활의 패턴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엄청난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들의 거부감을 알아보지는 못하지요. 그리고 인구밀도가 적은 시골 지역이라도, 이곳에서 경제적 활동이 시작되면서, 특히 계절 노동 때문에 고용돼 집단 거주하는 라티노들 사이로 감염이 급속히 퍼지며 워싱턴주 시골 지역 중 농장이 많은 야키마 같은 곳은 도심지만큼이나 바이러스가 급속 확산되며 결국 의료시설이 환자 수를 감당 못할 지경이 돼 버렸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조심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얼른 일 마치고 집으로 가서 목구멍으로 술 좀 부어 넣으며 바이러스 소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래 벌어진 이 유래없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흐름마저 막아버리는 엄청난 일이 됐고, 어쨌든 자본과 물류가 흘러야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 바이러스와 타협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른 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진작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돼 있었지요. 중국에 감사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 그대로 기가 막혀 웃음이 픽 나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지.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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