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바이든 취임식 날 생각해보는 보편적 재난지원

권종상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1/21 [21:45]

바이든 취임식 날 생각해보는 보편적 재난지원

권종상 논설위원 | 입력 : 2021/01/21 [21:45]

 


선거 때부터 여기까지 참 우여곡절을 치르며 왔습니다. 오늘은 바이든 취임식 날, 이메일을 여니 민주당에서 돈 걷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건 오바마 때부터 해 온 민주당의 전통적인 앵벌이(?)죠. 뭐, 응원은 합니다. 바이든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미국 내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을 합법화한다고 하고, 파리 기후협약에도 복귀한다고 하니 이제 정치가 조금 정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네요.

오늘은 그런 날이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 1년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같은 날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그 후 1년, 코로나 19의 대창궐은 세계의 역학관계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40만을 돌파했고, 지금도 엄청난 숫자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 1천만, 한인들도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지역은 확진자가 1백만이 넘어 인구 대비 감염률 10%를 넘어섰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들어선 지 오래입니다.

다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바이든 행정부가 발등의 불로 생각하는 건 이 코로나 상황일 겁니다. 이게 잡히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선이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도 코로나 요인이 컸지만, 만일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그 때문에 트럼프가 4년 후 복귀할수도 있는 상황인겁니다. 물론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매장해 버리겠다는 게 적지 않은 미국 여야 의원들의 생각이긴 합니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들어서면서부터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했습니다. 얼마전 1인당 6백달러씩 거의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된 경기부양지원금(재난지원금)을 2천달러로 늘려 곧 1천 4백달러의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겁니다. 일단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이런 거대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고, 유동성의 엄청난 증가가 분명한데도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의 반증이며,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이 돈을 써야만 경기가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빚은 차라리 나라가 떠안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거지요.

며칠 전 저도 이 2차 경기부양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제 몫으로 각각 6백달러씩 총 1천 2백달러가 계좌로 입금됐고, 어머니에겐 6백달러가 입금된 데빗 카드 형태로 지원금이 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다시 1천 4백달러를 받게 되겠지요. 물론 이 돈을 받고도 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경기부양엔 어느정도 도움이 되겠지요.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개각하면서 홍남기는 교체하지 않았는가? 그런 아쉬움이 참 많이 들더군요. 재정건전성? 개나 갖다 주라고 하십시오. 한국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그 위상이 격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국가의 경제는 '정부의 건전성'보다는 그 국가를 이루고 있는 '각각 가계의 건전성'이 훨씬 더 중요한 겁니다.

국가는 빚을 져도 됩니다. 어차피 국가가 빚지면 이자도 개인보다는 훨씬 낮을 테니까. 그러나 그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국민들이 가계 빚에 쪼들린다면 그건 상황이 다릅니다. 개인개인들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은행이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 빚을 져야 하고, 사채에 손을 벌려야 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고율의 이자를 물게 됩니다. 국가에서 돈을 풀어 그런 어려움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그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보탬이 되어주면 그 잘난 '건전성'은 조금 흔들릴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튼튼해집니다. 그리고 국가는 그 튼튼한 국민들이 함께 붙잡고 서 있는 겁니다.

미국이 오늘 트럼프 시대의 부조리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 출발하는 날,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코로나 19 창궐은 세계의 권력지도에 변화를 가져왔고, 미국의 선거에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의 위상을 말 그대로 떡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고, 미국에서만 40만이 넘는 사람이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이제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세계에 뿌릴 수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상황이 아닌 산업현장에서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받는 저소득층들에게 우리 나라의 시스템은 어떤 모습입니까? 이제 우리도 그런 위상에 걸맞게 국민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정 건전성 따위 개에게나 주라고 했습니다. 당장 국민들에게 보편적 재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단 얼마간이라도 국민들이 '돈을 쓰는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도대체 민주당은 재보선이 코앞인데 뭐 하고 있습니까?

시애틀에서...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