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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실장,정치인으로 변신했나?

기회주의적 처신과 설화에 가까운 벌언이 문제

정인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0/02/05 [03:49]

권태신실장,정치인으로 변신했나?

기회주의적 처신과 설화에 가까운 벌언이 문제

정인대 논설위원 | 입력 : 2010/02/05 [03:49]
▲ 권태신 국무총리실 차장(오른쪽)박영준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해 보이는 노력은 가상하다. 국무총리란 자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자 정운찬이 행정가로 변신하여 세종시 문제에 목숨을 거는 상황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학자에서 관료로 성공적인 변신 여부는 결과론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권력 때문에 수모를 당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은 안스럽다고 할 것이다.

국무총리 밑에는 장관급 실장과 차관급 사무차장이란 직제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과 최근 인천공항 옥외광고 사업의 이권개입설에 시달리고 있는 박영준 사무차장이 당사자인데 이들 두사람은 역대 국무총리실 행정관료 중 가장 활발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이 중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은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자임하고 있는데 행정 관료라기에는 도를 지나친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권태신 실장은 2004년에 청와대 정책기획 비서관과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고 2005년에는 재정경제부 2차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2006년에서 2008년 까지는 OECD 대표부 대사로 재임하며 해외에서 편한 생활을 만끽한 인물이다.

현재 권태신 실장의 나이는 62세로서 1977년 행시 19회로 관계에 입문한 뒤 33년동안 공무원으로 꾸준하게 근무하여 왔다. 청와대 근무도 1989년, 1997년, 2001년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정책기획 비서관과 경제정책 비서관으로 재임했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세종시 원안을 작성하고 행복도시 법률안 통과에 가장 핵심적 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2월 들어서 권태신 실장의 세종시 원안에 대한 비판성 발언은 언론과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내용 그 자체라 하겠다. 아마 2008년 차관에 이어 2009년 장관급으로 승진시켜 준 대통령에 대한 보은의 행동일 것이다. 권 실장의 발언은 행정관료로서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권 실장은 지난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론'을 비난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추진을 역설했다. 그는 세종시 원안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대선 정략으로 시작된 신행정수도는 위헌 판결이 난 후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편법으로 사실상 수도 분할을 강요한 것"이라며 "(원안은) 9부2처2청을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떼 놓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실장은 세종시 수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에게 노무현 정권의 국가 균형발전론을 폄하하면서 현 정부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알고 그냥 갈 수 없어 수정안을 냈다고 말했다. 또한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오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세종시 수정안 통과에 혈안이 되고 있는 권태신 실장의 이 같은 변신은 과연 어디에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청와대 핵심 요직에 있으며 세종시 원안을 기획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자신의 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세종시 원안을 '역사 앞에 죄'라고 표현하면서 수정안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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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원안은 사회주의적 이념을 적용한 도시다."


권 실장은 3일 한나라당내 친이계의 대표적 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참석하여 친이계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신뢰라는 것은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는 전제하에 해야 하는데 저런(세종시)것 갖고 신뢰를 말하는 것은 지도자나 국가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로 잘못된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신뢰론'을 정면으로 비판 했다.


그리고 권 실장은 '환상(環狀)형'으로 디자인된 세종시 원안대로 할 경우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시가 될 수 있다'면서 도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발언에 한나라당내 친박계와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섬은 당연지사다.


이 같은 권 실장의 발언에 대해 4일,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세종시 원안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경제비서관으로 있을 때 확정된 계획"이라면서 "본인은 사회주의 도시를 계획하는 것을 찬성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망발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2005년 세종시 원안이 법률로 통과될 당시 핵심 주역이었던 권태신 실장은 '함께 내일로'에서 또다른 한심한 발언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부처 이전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할테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다"며 "2005년에 내가 했던 실수를 하지 말고 의원 여러분이 사명감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4일에도 세종시 원안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여 갔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해 어렵사리 노력하는 정운찬 총리의 보좌 역할을 접고 아예 스스로 전도사로 자임하고 나섰다. 권 실장은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포럼에 참석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부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행정부처 분할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권 실장의 발언은 고위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복지부동의 전형적인 수구꼴통 발상이라 하겠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난 정권에서 주도했던 일을 뒤집는 것은 기회주의적 처신에 불과하며 이러한 태도는 자신이 박 전 대표를 의식하여 비판했던 신뢰론을 뒤집는 내용으로서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자아내게 만든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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