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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사건건' 이재석 기자도 퇴사 ˝하루아침에 어린이합창단 부서 발령˝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박정훈 대령..건투를 빈다"
박민 사장 취임 후 KBS 뉴스, KBS1 라디오 유튜브 채널 조회수 '급감'

정현숙 | 기사입력 2023/12/14 [00:03]

'KBS 사사건건' 이재석 기자도 퇴사 ˝하루아침에 어린이합창단 부서 발령˝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박정훈 대령..건투를 빈다"
박민 사장 취임 후 KBS 뉴스, KBS1 라디오 유튜브 채널 조회수 '급감'

정현숙 | 입력 : 2023/1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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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기자가 지난  8월 11일 KBS '사사건건' 프로에서 박정훈 대령을 인터뷰하는 모습.

 

KBS 시사프로 '사사건건' 앵커로 명쾌한 진행을 했던 이재석 기자도 박민 사장이 취임한 후 내쫓기는 기자가 됐다. 이 기자는 지난 2005년 KBS 취재기자로 입사해 '뉴스9' 주말 앵커와 탐사보도부, 국제부, 사회부 등에 이어 지난달 10일까지 '사사건건' 진행을 맡아왔다.

 

이재석 기자는 12일 SNS를 통해 "오늘로 '정식 퇴사'가 되었군요"라며 "하루아침에 뜬금없이 어린이합창단을 관리하는 부서에 발령받았다"라고 KBS를 떠나는 황당한 소감을 밝히면서 화제에 올랐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탄압의 생생한 현장"이라고 퍼 날랐다.

 

이 기자는 "만 19년이었고, 2년 6개월이었고, 보도본부에 입사해 취재, 보도, 방송에 몰입해 살아온 시간이 19년이었고, 주말 9시뉴스 속 인터뷰 코너인 '뉴스를 만나다'와 '사사건건'에서 '꼬치꼬치'(?) 인터뷰한 시간이 그 가운데 2년 반 정도 되는 거 같다"라며 "때로는 '오늘 너무 공격적이었나' 싶기도 했고, 때로는 '오늘 더욱더 공격적이었어야 했는데' 싶기도 했다"라고 방송 생활을 회고했다.

 

이어 "사후적 아쉬움이 늘 자동적으로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앵커로서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랄까. 대략적으로는 많이들 짐작하고 있겠지만, KBS의 현 상황을 구구절절 비판적으로 적는 것이 '아직은' 뭔가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뜬금없이 어린이합창단을 관리하는 부서에 발령을 받고는 '당신, 이 치욕을 감내할 수 있겠어?'라고 무언의 비아냥을 건네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개인적 반발 심리만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일련의 상황에 괴로워할 동료들이 거기에 적잖이 남아있는데, 이미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간 사람이 울타리 안의 사정을 너무 세세하게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도 뭔가 '오버' 같다는 생각. 이런 것들 때문"이라면서도 "그래도 한 마디만 꼬집어보자면, 지금 KBS에선 어떤 최소한의 절차적 합리성이나 절제의 미덕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비유하자면, '이드'만 있고 '슈퍼에고'가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랄까. 어쩌면 이것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퇴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목도할 수 있는 풍경인지도 모른다"라며 덧붙였다. 정신분석학에서 '이드'는 본능적 충동이나 욕구를 '슈퍼에고'는 '이드'의 이런 이기적 작용을 도덕이나 양심으로 스스로 억압하는 높은 정신 현상을 일컫는다.

 

이 기자는 끝으로 "스튜디오에서 만난 수많은 정치인들, 전문가들, 사건 당사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아무래도 박정훈 대령"이라며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박 대령의 건투를 빈다"라고 염려의 마음을 전했다.

 

이 기자는 "그가 임했던 유일한 인터뷰가 바로 8월 11일 '사사건건'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던 그 30분짜리 문답이었다"라며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군인'이라는 사전적 개념을 눈앞에 '실물화'한다면 그것이 바로 이 사람이지 않을까"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국민의힘의 비난을 연이어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 정진석 당시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뉴스9'를 진행하던 이 기자가 단식농성 중이던 하청 노동자 인터뷰를 한 것 등이 '불공정'이라 주장했다. 이에 이 기자는 “인터뷰 장르에 대한 몰이해”라고 반박했다.

 

또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지난 1월 이재석 기자가 2021년 9월 검찰이 과거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 피의자에 대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연관성을 거론하며 압박, 회유했다고 보도한 것이 이 대표 옹호라며 “편향적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이재석 기자는 지난 2016년 4월 KBS 라디오 아침뉴스 코너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탈북자를 동원해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JTBC·시사저널 등 보도를 소개한 뒤 하차 당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2019년 KBS 탐사보도부 소속 당시엔 '밀정 2부작'으로 임종국상,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올해의 방송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파업에 참여했던 2017년 8월 '파업뉴스'에서 당시 보도국장단 거부로 KBS 뉴스에 나가지 못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의혹'을 보도해 이듬해 한국방송대상 보도기자 부문 개인상을 수상했다. 

 

한편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KBS 메인뉴스 <뉴스9>와 KBS1 라디오 유튜브 채널 시청자수가 취임 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미디어오늘'이 12일 전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시청자수 집계에 따르면 박 사장 취임 첫날이던 11월13일 메인뉴스 시청자수는 164만6300여명이었다. 11월6일 메인뉴스 시청자수가 204만 7600여명이었으니 일주일 사이 40만 명이 줄었다. 이 같은 '급감'은 KBS사장 교체에 따른 시청자 반발로 풀이된다. 11월13일 KBS는 시청자에게 사전 예고 없이 메인뉴스 앵커를 교체했다. 이후 각종 리포트에서 '땡윤뉴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메인뉴스 시청자수 감소에 더해 KBS뉴스 유튜브 채널 조회수도 줄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박민 사장 취임 전 4주 동안 주간 조회수는 각각 5858만, 5397만, 5483만, 4780만을 기록했으나 박민 사장 취임 이후 4주 동안 조회수는 각각 4320만, 4477만, 3949만, 4429만에 그쳤다. 실시간 고정형TV 시청자수 감소와 맞물려 온라인에서도 시청자수 감소가 뚜렷한 모습이다. 이같은 수치는 박 사장 취임 이후 공영방송 KBS의 '뉴스 경쟁력 약화'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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